포스코 노동자, 폐암·폐섬유증에 이어 악성중피종도 산재 인정
포스코 노동자, 폐암·폐섬유증에 이어 악성중피종도 산재 인정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1.04.13 15:56
  • 수정 2021.04.13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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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포스코지회, 포스코에 직업병 실태조사·악성중피종 관련 건강영향평가 촉구
직업성암119, “우리 사회 직업성 암 환자 수… 앞으로도 늘어날 것”
ⓒ 전국금속노동조합
13일 오후 금속노조 포항지부·포스코지회·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포항 남구 포스코 본사 앞에서 ‘포스코 악성중피종 산재 승인 사례 보고 및 포스코 직업성 질병 실태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최근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은 포스코 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 인정 판정을 받았다. 포스코 노동자들은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의 퇴직 및 재직노동자에 대한 직업병 실태조사, 포항제철소 석면 피해 악성중피종 관련 전체 건강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포스코에 촉구했다.

13일 오후 금속노조 포항지부·포스코지회·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포항 남구 포스코 본사 앞에서 ‘포스코 악성중피종 산재 승인 사례 보고 및 포스코 직업성 질병 실태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1981년부터 2019년까지 약 38년간 포스코에서 일하다가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은 노동자 A씨가 지난달 22일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로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업무상 질병 인정 판정을 받았다고 밝히며 포스코 퇴직 및 재직노동자를 대상으로 관련 실태조사 및 건강영향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악성중피종은 흉막에 주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석면 노출이 주된 발생 원인으로 손꼽힌다. A씨는 포스코 재직 당시 발전부에서 보일러공 및 기계정비직 업무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석면 분진을 흡입하였으며 제철소 부생가스에 함유된 사문석에 의한 석면 분진 등 유해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금속노조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사고와 직업성 질병에 대한 산재사례 집중 제보를 받을 것”이라며 “포스코의 퇴직 및 재직노동자에 대한 직업병 실태조사, 고용노동부의 건강영향평가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노동조합이 먼저 현장 노동자들의 산재 사례를 취합하고, 고통의 목소리를 여론화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포스코와 고용노동부가 나서야 한다”며 “형식논리에 빠져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과감한 노동조합 참여를 통해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로 인정한 배경, 이유, 판단 근거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동일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작업 환경 개선 대책을 수립 중에 있다”며 “앞으로도 근로복지공단에서 역학조사 등을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노조의 직업병 실태조사 요구에는 “포스코는 매년 전 직원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들 대상으로는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여 직원들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직업성·환경성 암환자찾기119(이하 직업성암119)는 지난해 12월, 올해 2월 두 차례 직업성 암 피해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을 모아 집단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여기에 포스코 관련 노동자 14명이 신청인에 이름을 올렸다.

1차 신청 때는 포스코 코크스 공정, 냉연부 등에서 일한 뒤 폐암, 폐섬유증, 루게릭병을 얻은 포스코 노동자 8명과 포스코 현장에서 일한 건설플랜트 노동자 1명(세포림프종), 하청노동자 1명(방광암)에 대한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이어 2차 신청 때는 포스코 냉연부 전기강판 작업, 정비 작업을 하다 퇴직 후 폐섬유증, 루게릭병을 얻은 포스코 노동자 2명과 포스코 현장에서 일한 하청노동자 2명(폐암, 폐질환)이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현재 직업성암119는 3차 집단산재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4월 28일에는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전국직업성암환자운동 선포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전국적으로 각 분야별·직종별 직업성 암 피해노동자를 모집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직업성암119)은 최근 직업성 질병에 대한 산재 승인 판정이 잇따라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전체 암 환자의 4% 정도를 직업성 암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직업성 암에 대한 산재 신청이나 승인 수가 적어 직업선 암 환자가 적다”며 “자신이 직업성 암 환자인 줄 모르는 숨은 직업성 암 환자들이 더 많이 존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직업성 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승인 판정 소식도 이어지면서 앞으로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1~2차 집단산재신청에는 총 21명의 노동자가 함께했는데 5월 26일 예정된 3차 집단산재신청에는 더 많은 노동자를 신청인으로 올려 우리 사회에 직업성 암 환자가 훨씬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