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한익스프레스’ 선정
2021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한익스프레스’ 선정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1.04.28 13:14
  • 수정 2021.04.28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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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38명 희생자 낳은 ‘한익스프레스’ 화재 참사
‘오뚜기물류서비스·포스코’ 공동 2위에 이름 올려
28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이 열렸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28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이 열렸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한익스프레스는 이천 물류창고 산재 참사로 2020년 38명의 노동자를 사망하게 한 최악의 살인기업이다. 법의 한계로 정당한 처벌을 받지 않은 한익스프레스에 2020년 최악의 살인기업상을 수여한다.”

28일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를 맞아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이 진행됐다. 이날 선정식은 산재사망대책마련공동캠페인단(노동건강연대·매일노동뉴스·민주노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 공동 주최로 열렸다.

공동캠페인단은 2006년부터 노동자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업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매년 산재사망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한다. 선정 근거자료는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보고서를 기초로 하되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은 하청 산재를 원청 산재에 합산하여 선정한다.

올해 최악의 살인기업에는 △한익스프레스(1위, 사망자 수 38명) △오뚜기물류서비스·포스코(공동 2위, 사망자 수 5명) △GS건설·창성건설·현대건설·현대중공업(공동 4위, 사망자 수 4명) △SK건설·금호산업·두산건설·대우건설·오렌지엔지니어링·현대엘리베이터(공동 8위, 사망자 수 3명) 등이 이름을 올렸다.

단 한 건의 산재로 38명의 노동자 목숨을 앗아간 한익스프레스는 최악의 살인기업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해 4월 29일 발생한 한익스프레스 화재 참사는 공기단축, 피난 대피로와 방화문 폐쇄, 불법 재하도급, 화재 및 폭발 위험작업의 동시시공, 임시소방시설 미설치, 안전관리자 미배치, 화재예방 및 피난교육 미실시 등 다수의 안전수칙 미준수로 ‘인재 종합판’으로 불렸다.

이날 선정식에 참석한 한익스프레스 화재 참사의 유가족 김선애 씨는 “2021년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한익스프레스에게 참사가 언제 발생했는지, 몇 명이 희생됐는지 기억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38명의 생명이 희생된 사고 발생의 주범인 발주사 한익스프레스가 처벌받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캐나다, 스페인, 미국 등 19개 국가에서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법정 기념일로 지정해 매년 추모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우리나라도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노동계만의 행사로 끝낼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산재 위험성을 알리고 제대로 된 산재예방을 위해 기념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은 쿠팡에 돌아갔다. 특별상은 노동자 건강과 산재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기업이나 정부 기관에 수여한다.

노동건강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는 배송노동자, 물류센터 계약직, 물류창고 조리노동자, 야간·분류작업 일용직 등 4명에 달한다. 여기에 84명의 노동자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쿠팡 물류센터 집단감염 사태까지 벌어진 바 있다.

공동캠페인단은 “산재사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 온 쿠팡에게 사업주로서 책임을 묻고자 특별상을 수여한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노동자를 쥐어짜 쌓아 올린 쿠팡은 사업주로서 책임을 인정하고 강화해야 하며 노동자에게 벌어진 산재를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선정식 참가자들은 지난해 말 제정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노동자를 차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으로,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 위반으로 노동자 사망 시 1년 이상 징역, 상해(사고·질병) 시 7년 이하 징역을 부과한다. 올해 1월 26일 공포돼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다.

다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이 2024년부터이며, 5인 미만 사업장은 개인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제5조), 처벌(제6조), 중대산업재해의 양벌규정(제7조), 안전보건교육 수강(제8조) 등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산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882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해 2019년보다 27명의 노동자가 더 숨졌다”며 “사망한 노동자의 80%가 50인 미만 작은 사업장 소속 노동자들이었는데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진짜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마련한 중대재해처벌법조차 노동자를 차별하고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은 제정되었지만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에 눈이 멀어 중대재해를 예방하지 않고 기업의 최고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는 현장 변화는 아직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다”며 “노동자와 시민이 더욱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지금처럼 늘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