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배송노동자 쓰러져··· “노동환경 바뀌고 힘든 기색 역력”
홈플러스 배송노동자 쓰러져··· “노동환경 바뀌고 힘든 기색 역력”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5.14 18:15
  • 수정 2021.05.14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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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강서점 온라인배송기사 뇌출혈로 쓰러져
마트노조 “최근 일방적 업무환경 변화로 노동강도 증가”
홈플러스 “빠른 회복 기대하며 상황 지켜보고 있어”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mskang@laborplus.co.kr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가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프러스 강서점 온라인배송노동자 A씨가 뇌출혈로 지난 11일 쓰러졌다고 밝혔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mskang@laborplus.co.kr

지난 11일 홈플러스 온라인배송노동자가 출근을 준비하던 중 쓰러졌다. 병원에선 뇌출혈이 심해 당장 수술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의식불명으로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노동조합은 최근 업무변화와 노동강도 증가로 인한 과로가 그가 쓰러진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온라인배송지회(지회장 이수암)는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강서점 온라인배송노동자 A씨가 뇌출혈로 지난 11일 쓰러졌다고 밝혔다. 

온라인배송지회는 건강하던 A씨의 건강악화가 ‘과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배송지회는 “강서점에서 2년 정도 일한 A기사는 40대 후반 젊은 나이로 평소에도 건강했고 지난해 건강검진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 가족에게 일이 많이 힘들다고 했다”고 말했다. 

A씨가 힘들어한 배경은 최근 업무변화로 인한 노동강도 증가라고 온라인배송지회는 지적했다. 

온라인배송지회는 “홈플러스 강서점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은 3월부터 휴무제가 변경돼 노동강도가 증가했다”며 “하루 20대가 배송하던 지역을 16대만 운영하면서 노동자 한 명이 감당해야 하는 물량이 늘어났고 배송권역도 넓어져 노동시간도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배송지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추가 인력 투입 없이 쉬는 날이 월 4일에서 6일로 늘었다. 또한 지난 4월엔 주변 홈플러스 매장의 배송서비스 변화로 A씨의 배송구역은 넓어졌다. 바뀐 지역은 엘리베이터 없이 등짐을 지고 계단을 올라야 하는 곳이 더 많았다.

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이 지는 등짐은 사실상 무게 제한이 없어 계단이 많은 배송지는 노동강도를 크게 높인다. 2020년 6월 마트노조가 발표한 ‘대형마트 온라인배송기사 근골격계질환 노출 및 증상조사’ 결과를 보면 배송노동자가 하루에 배달하는 상품의 총 무게는 985kg이었으며, 한 번에 들었을 때 가장 무거운 물건은 65.8kg였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하루에 250㎏ 이상 중량물을 드는 작업을 근골격계 부담 작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A씨의 동료기사는 “(업무환경 변화 후) 평소 내색을 잘 하지 않던 사람이었지만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며 “일을 빨리 마무리하던 사람인데 최근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는지 일이 계속해서 늦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3월, 4월 잇따라 일하는 환경이 바뀌었지만 우리는 직전에 통보만 받았다. 그냥 하라는 것이었다”며 “계약 해지당할까봐 거부도 하지 못하고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은 ‘대형마트-운송사-배송기사’ 계약구조 아래 운송사와 고용계약이 아닌 위수탁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

마트노조는 사측에 책임을 물었다.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은 “홈플러스의 배송일을 했으니 홈플러스의 노동자다. 홈플러스는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며  “홈플러스와 이편한물류는 보상대책을 마련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에도 안전망 강화를 요구했다. 마트노조는 “우린 계속해서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해왔다”며 “정부는 몰랐다는 이유로 더이상 배송노동자를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하루빨리 산재보험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측은 “이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되어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 배송기사님께서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계시며 빠른 회복을 기대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노동조합의 기자회견에 대해선 유감을 표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배송기사 가족에 따르면 일면식도 없던 마트산업노조에서 갑자기 연락이 와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며칠 되지 않았고 정확한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인데 ‘과로’, ‘산재’ 등을 운운하며 기자회견(인터뷰)에 참석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며 “그럼에도 노조에서 기자회견을 강행한 것에 대해 큰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