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참사 5년...“죽음의 위험은 아직 남아있다”
구의역 참사 5년...“죽음의 위험은 아직 남아있다”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1.05.29 21:58
  • 수정 2021.05.31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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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 5주기 추모제 열려
​​​​​​​“김 군 사망은 무리한 인력 감축이 초래한 비극”
“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이 안전하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2016년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 군’의 생일이자 사망한 바로 다음 날인 29일, 5주기 추모제가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대합실에서 열렸다.

2인 1조라는 안전 규칙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극심한 강도로 업무를 수행했던 외주업체 비정규 노동자인 김 군의 현실이 알려지면서, 비용절감을 위한 위험의 외주화와 생명을 담보로 한 작업의 안전성,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 등이 공론화됐다.

그러나 임선재 서울교통공사노조 기술본부 PSD(스크린도어)지회 지회장은 사고 이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개선되지 않은 위험요소를 지적했다.

임선재 지회장은 “당시 진상조사단은 한 개 관리소가 담당하는 역사가 너무 많으니 관리소를 증설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5년이 넘게 관리소 하나 늘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된 스크린도어 분야 인력의 정원이 최근 100명 이상이나 감축되었다”며 “안전인력의 충원, 관리소 증설, 직종 정원 확정을 통한 제대로 된 조직개편 등 구의역 진상조사단 권고사항의 제대로 된 이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추모제에는 노동계를 비롯해서 산재사망 유가족, 국회의원 등이 검은 옷에 국화꽃을 들고 참석해 산업재해를 야기하는 사회구조를 비판하고 김 군을 추모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이은주 정의당 의원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지하철 노동자 출신인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김 군의 사망을 두고 “지난 20년간 자행된 무리한 인력 감축이 초래한 비극”이라며 경영 효율화를 위한 인력 감축은 대형 사고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은주 의원은 “승객의 안전한 이동은 우리 눈에 보이는 역사뿐 아니라 안 보이는 궤도, 전기, 신호, 통신, 열차 운전, 정비 등 다양한 업무가 24시간 쉬지 않고 이뤄진 결과”라며 “말로만 안전을 말할 게 아니라 지난 5년을 돌아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입법부가 적극적이고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전재영 218안전문화재단 사무국장(왼쪽)과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오른쪽)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유가족인 전재영 218안전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우리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만 안전을 말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그걸 잊으려고 노력하고 잊으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참사의 반복을 막으려면 사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지하철 참사 빼고는 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일어난 사건들의 유가족이 와 계시다”고 입을 연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또다시 유가족이 양산되는 사회를 끝내보겠다고 나름 싸웠는데 부족해도 한참 부족했던 것 같다”며 “살 수 있는 사람은 살아서 당연히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때까지 김 군을 기억하고 가슴에 품으며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유예은 양의 아버지다.

1월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태안화력발전소 산재사망 노동자인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씨는 “(국회에서 통과된 법은) 중대재해의 80%가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3년 유예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적용을 제외시켰다”며 “(산재사망을 막기 위한) 징벌적 처벌조항과 양형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 씨는 “(국회에서 논의된 후 발의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에도 결국 청년 이선호 노동자가 죽었고 여전히 매일 7~8명이 퇴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처벌보다는 예방과 안전에 힘쓰고, 생명에는 차별이 없고 사람 목숨이 기업의 이윤보다 앞서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라며 “우리 모두가 옆 사람에게 집중하고 손잡아 주는 ‘연대’만이 죽음을 생명으로 살리고, 올바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시행할 수 있다”고 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일부 여당 의원조차 솜방망이 처벌이 살인 기업과 산재사망 1위 국가를 만들었다고 얘기했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 아니 기업살인법을 꼭 제대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공운수노조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법과 제도, 그리고 노동 시민이 모두 함께 안전한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공동행동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추모제에선 공공운수노조 강남교향악단지회가 추모곡을 연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