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사회적 합의 결렬··· 9일 파업·총력투쟁 돌입”
택배노조 “사회적 합의 결렬··· 9일 파업·총력투쟁 돌입”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6.08 21:42
  • 수정 2021.06.08 2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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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의권 있는 조합원 2,100여 명 파업 돌입… “오전 9시 출근·11시 배송출발 투쟁 지속”
8일 택배노조가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센터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택배사가 분류작업 책임지고 즉각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 택배노조
8일 택배노조가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센터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택배사가 분류작업 책임지고 즉각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 택배노조

택배노동자들이 2차 사회적 합의기구 논의가 결렬됐다고 밝혔다. 2차 합의기구에서 다루는 적정 수수료, 거래구조 개선 등 택배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합의가 택배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과 연계돼야 하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투쟁 수위를 높여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끝장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산업노동조합(위원장 진경호, 이하 택배노조)은 8일 오후 6시경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지막 협상이라는 자세로 임했던 사회적 합의기구가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내일부터 쟁의권 있는 조합원들이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전면 파업에 들어가기 앞서 택배노조는 2차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과로사 방지 조치 보완, 택배산업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택배사들이 분류인력 투입 1년 유예 등을 주장해 최종 합의가 불투명하다며 지난 7일부터 ‘오전 9시 출근·오전 11시 배송출발 투쟁’에 돌입한 바 있다.

택배노동자들은 그간 오전 7시경 출근해 분류작업과 상차를 마치고 오후 12시~2시쯤 배송에 나섰는데, 지난 7일부터 분류작업을 거부하고 개별 분류가 완료된 물품만 차에 실어 배송한 것이다.

“표면적 이유, 대리점연합회 불참”

이날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2차 사회적 합의 결렬의 표면적 이유로 대리점연합회의 불참을 언급했다. 진경호 위원장은 “형식적으로는 오늘 참가 주체였던 대리점연합회가 불참함으로써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택배노조가 2차 사회적 합의문 초안도 안 나왔는데 현장에선 실질적으로 파업을 하고 있다. 하루에 물품을 10~30개 정도 배송하면서 강원, 창원 쪽은 물량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며 “사회적 합의기구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태업, 파업 형태의 실력 행사를 통해 본인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식의 합의기구에는 동참하기 어렵기에 오늘 회의에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고용노동부가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국토교통부에선 합의문을 6월 말까진 마무리해야 하니 초안 정도를 마련하겠다고 한 날이었다”며 “사업자들이 합의 이행 시기에 대한 판단을 못 내리는 측면도 있지만, 택배노조가 기한을 독촉해 관련 연구 등이 졸속으로 처리될까 봐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진경호 위원장은 “오늘 국토교통부에서 가져온 합의문 초안에 대한 참가 단체들의 의견 개진 정도가 있었다”며 “공식 참가 단위의 불참이 있었기에 합의를 전제로 한 토론은 진행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핵심 원인은 이행 유예 요구하는 택배사들”

택배노조는 2차 사회적 합의 결렬의 실질적 이유는 택배사들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진경호 위원장은 “택배사들이 사회적 합의안 타결을 미루고 적용 시점을 1년 유예해달라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결렬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택배노조는 지난 1월 1차 사회적 합의에서 택배사들이 분류작업 인력(CJ대한통운 4,000명, 롯데택배 1,000명, 한진택배 1,000명) 투입을 약속했지만 1차 합의도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꾸준히 목소리내왔다. 

진경호 위원장은 “올해 1월에 사회적 합의문이 나왔고 5월 말 세부 계획을 확정해 6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택배사들이 다시 준비기간, 화주들과 계약관계 등을 운운하며 합의 이행 1년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은 참을 만큼 참았다. 이런 택배사들의 주장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 노동과세계
8일 전국 곳곳에서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택배사가 분류작업 책임지고 즉각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 노동과세계

단협에 합의 이행 약속한 우체국택배는? 

민간택배사뿐 아니라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진경호 위원장은 “우정사업본부는 오늘 사유도 밝히지 않고 회의에 불참했다”며 “우정사업본부는 택배기사가 대신 수행하는 분류작업 비용을 지금까지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집배원이 오토바이로 옮기기 어려운 크고 무거운 소포(택배)를 담당하며 건당 배송수수료를 받는 우체국 위탁배달원들이 조직된 택배노조 우체국본부 조합원들도 지난 7일(제주 외 지역은 8일)부터 개별 분류작업이 완료된 물품만 배송하고 있다. 

앞서 우체국본부는 우체국 물류지원단과 지난 1월 29일 체결한 단체협약에 ‘생활물류법 또는 사회적 합의기구의 합의안을 준수한다’는 내용을 담은 바 있다. 우체국 위탁배달원들은 우정사업본부의 자회사인 우체국 물류지원단과 2년마다 위탁계약을 맺는다. 

윤중현 우체국본부 본부장은 “지난 2월 1일(단협 개시일) 이후 4개월이 지났지만 사측은 아무 대책이 없다. 노조와 협의 과정에서 2월부터 미지급한 분류 수수료에 대해 소급 적용을 하겠다고 수차례 언급했는데도 말을 바꾼다”며 “특히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4일 개인별 분류를 실시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지만 구체적 이행 시기에 대한 언급이 없어 사측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차 합의문에는 “택배 거래구조 개선작업이 완료되는 시점 이전에는 택배사업자가 투입하기로 한 분류인력을 투입하되, 현장여건을 감안해 일부 분류인력을 투입하지 못한 택배 사업자는 해당 분류인력 투입비용에 상응하는 비용을 택배기사에게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노동조합의 지적에 우체국 물류지원단 측은 “분류 비용을 소급 적용하는 건은 2차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안과 우정사업본부의 연구 용역 결과를 검토한 후 국가 계약 관계 법령에 따라 결정돼야 할 사항”이라며 “이런 입장은 노동조합에도 전했다”고 해명했다. 

개인별 분류 실시를 약속한 우정사업본부는 노동조합의 구체적 이행 계획 요구에 대해 “기본 계획을 준비 중이지만 언제까지 계획 수립이 완료될지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참여와혁신>에 밝혔다. 

윤중현 본부장은 “사측은 명확한 이행 계획을 우정사업본부 본부장 이름으로 노동조합에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배노조, 내일부터 총력투쟁 예고

택배노조는 9일 오전 사회적 합의 쟁취를 위한 총력투쟁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쟁의권 있는 조합원들은 무기한 전면파업, 나머지 조합원들은 분류작업 거부 투쟁(오전 9시 출근·오전 11시 배송출발)을 전개할 계획이다. 

택배노조 조합원 수는 약 7,000명으로 이 중 파업에 들어가는 조합원은 2,100여 명이다. 이들은 강동구 한 아파트단지에서 비롯된 지상차량 출입금지와 저탑차량 요구에 따른 갈등 해결을 위한 총파업 찬반투표를 통해 지난달 쟁의권을 확보한 바 있다. 

진경호 위원장은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문제가 원만하게 타결될 수 있도록 누구라도 대화를 요청하면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겠다”며 “파업으로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사과의 말씀 드린다. 하루빨리 질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차 사회적 합의기구는 노사정 대화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오는 15~16일에는 각각 분류분과, 택배비분과 회의가 잡혔다. 다만 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합의기구를 통해서 각 주체들의 입장이 전달되고 원만하게 협의되길 바란다”면서도 “택배노조가 지금처럼 실력 행사 형태로 주장을 관철하려 한다면 앞으로도 회의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오늘 회의 참석자들에게 밝혔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