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노동자 ‘안전’ 위해··· 10월 총파업 준비”
“화물노동자 ‘안전’ 위해··· 10월 총파업 준비”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6.25 18:10
  • 수정 2021.06.2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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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 일몰제 막고, 지입제도 폐지해야”
[인터뷰]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위원장

화물노동자들이 오는 10월 안전을 지키기 위한 총파업을 예고했다. 낮은 운임으로 인해 과적·과속·과로에 내몰리는 화물노동자들에게 적정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의 일몰제(2020~2022년) 폐지를 우선 요구하고, 대상 차종도 확대하기 위해서다. 산업재해보험 전면 적용, 지입제 폐지 등도 정부에 촉구할 계획이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전”이라는 말로 총파업 배경을 요약한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을 만나 올해 투쟁 계획과 구체적인 요구안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화물연대본부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위원장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화물노동자 안전 지키기 위한 ‘총파업’

- 왜 총파업인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전이다. 화물노동자들은 위험하게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있다. 화주와 운수사업자(운송사·주선사 등)의 착취 아래 변동성 높고 낮은 운임을 받는다. 심한 경우 중개 플랫폼이 운송비 39만 원 중 수수료 20만 원을 떼가는 경우도 있다.

차를 세워만 놔도 개인사업자 신분이라 지출해야 하는 차량 할부비, 번호판값, 보험료, 주차료 등 고정비용과 주유비, 차량유지비 등 변동비용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화물노동자들은 일할 수밖에 없다. 본전치기라도 해야 하니 과적·과속·과로의 위험에 내몰리는 거다. 화물노동자의 위험은 곧 도로 위 시민의 위험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화물노동자에게 적정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가 시행됐다. 안전운임을 위반하면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정부의 처벌이나 단속이 아직도 미온적이다. 게다가 특수자동차로 운송하는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 한정해 도입됐고, 3년 일몰제라 내년이면 제도가 끝난다. 제도가 안착되기도 전에 폐지가 예정된 것이다. 내년엔 안전운임 노사정 교섭 자체도 못 한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연대본부는 내년을 끝으로 시행이 종료되는 안전운임제를 지키고 대상 차종 확대를 위해 올해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지난 3월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했다.  

- 왜 10월인가?

시급하게 안전운임제 폐지를 막아야 한다. 오는 7월부터 국토교통부 장관 산하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교섭이 시작되는 상황도 있다. 운수사업법엔 10월 31일까지 교섭을 끝내고 내년 운임을 고시해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 1월 1일부터 조금이라도 오른 운임을 받아야 하지만 올해는 3월에야 운임이 정해졌다. 소급 적용도 안 된다. 올해는 운임 고시일을 맞추겠단 의지까지 담아 총력투쟁 시기를 10월로 정했다.

- 총파업 핵심 의제는 무엇인가?

화물노동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전면 확대·적용 ▲화물노동자 산재보험 전면 적용 ▲명의신탁제(지입제) 폐지 ▲운반비 인상 등이다. 당장 급한 안전운임제 요구안은 올해 안에 해결해야 하고 나머지도 최소한 정부로부터 언제까지 해결하겠다는 명확한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목표다. 이 외에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와 ‘사용자’의 정의를 확대하는 투쟁 등은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위원회와 함께할 계획이다.

- 10월 총파업 당일 계획은?

10월이라는 시기만 확정됐다. 오는 8월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 안을 추인받은 뒤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칠 계획이다. 운동장에 모아놓고 ‘됐나? 됐다!’ 그런 분위기가 아니고 제대로 결의하고 총파업에 들어가겠다는 뜻이다.

총파업 규모는 40만 화물노동자가 함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의 요구는 조합원이든 아니든 모든 화물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 거점마다 모여서 2003년 5월 우리나라 물류를 멈춘 화물노동자들의 총파업에 버금가는 위력적인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29일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가 여수화학단지에서 ‘안전운임제 전면확대! 3년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는 컨테이너 경고파업을 진행했다. ⓒ 화물연대본부 정종배 교육선전국장
지난 4월 29일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가 여수화학단지에서 ‘안전운임제 전면확대! 3년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는 컨테이너 경고파업을 진행했다. ⓒ 화물연대본부 정종배 교육선전국장

3년 일몰제 안전운임제···
노동자들은 제도 유지 원해

- 안전운임제 시행 1년 6개월이 지났다. 현장 노동자들은 어떻게 평가하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제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면 좋겠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들쑥날쑥했던 운임이 안정됐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전체 물량이 감소했다. 예전 같으면 운임도 줄었을 것이다. 운송사가 ‘다른 운송사들도 운반비를 낮춰 화주들에게 덤핑으로 물량을 채가니, 우리도 운반비를 낮추지 않으면 물량을 뺏길 것’이라고 화물노동자들에게 협박했을 가능성이 크다. 화물노동자들은 그나마 있던 물량이라도 뺏기지 않으려고 울며 겨자 먹기로 운반비를 낮추게 된다. 그런데 나중에 보면 운송사는 기존 운송비를 다 받고 있었고, 결국 화물노동자만 운반비를 칼질당했다는 걸 알게 되는 식이다.

이런 일을 자주 겪어왔기에 화물노동자들은 안전운임제가 이어졌으면 하는 거다. 물론 안전운임제 시행에 따라 오히려 운반비가 떨어진 곳이 있고, 이전과 비슷하거나 오른 곳도 있다. 하지만 하후상박,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정신같이 전체 화물노동자들은 공정을 원한다. 지금은 과도기라 힘들겠지만 버티고 바로 세워나간다면 화물노동자들이 억울하게 손해 보지 않는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단 희망이 있다.

- 실제로 과적·과속·과로가 줄었나?

지난해 화물연대본부가 부산대 사회학과에 의뢰해 추적 조사한 결과 화물운송 노동위험지수(K-CTDI)가 안전운임제 시행 전(62.28점)보다 줄었다. 100점에 가까울수록 위험하단 뜻인데, 제도 시행 후 7.46점 하락한 54.82점(중간값 55점)을 기록했다. 

나도 지난해까지 현장에서 컨테이너를 운행했다. 운반비가 많이 오르진 않았지만 중간에 뜯기는 비용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앞서 설명했듯 수입 안정성도 확보됐다. 지난해 전체 물량이 감소한 상황을 고려해도 예전엔 한 달간 40건 일해야 됐다면 35건만 해도 매출이 비슷했다. 몸이 편해졌다.

하지만 이런 안전운임제가 현장에 제대로 안착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화물연대본부가 조합원 4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안전운임 위반 경험이 약 52%(248명)나 됐다. 또한 지난해 1,400건이 넘는 위반 신고가 국토교통부 안전운임 신고센터에 접수됐고 이 중 조사가 완료된 389건(2021.2.28. 기준)이 지자체에 넘겨졌지만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 안전운임제 현장 안착화를 위해 화물연대본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화물연대본부와 국토교통부, 지자체가 함께하는 현장 합동점검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도 여러 차례 열고 지자체에 쫓아가서 단속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지만 지지부진하다.

공짜노동 거부 투쟁도 하고 있다. 안전운임제 부대조항에 상·하차, 컨테이너 검사, 세척 등 운송 업무 외 공짜노동은 화물노동자의 업무가 아니라고 명시돼 있는데도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특히 컨테이너 같은 경우 선사에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해양수산부에 선사들을 불러서 우리랑 대화 좀 하게 해달라고 요청해도 별 반응이 없다. 국토교통부도 마찬가지다. 이러니 싸우는 거다. 투쟁이 준비되지 않은 교섭은 구걸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착취 구조 바로잡기 위해···
지입제 폐지해야”

- 총파업 의제엔 지입제* 폐지도 있다.

내가 화물연대본부 6기(2013~2015) 위원장이었을 때 지입제 폐지를 요구하며 많이 싸웠다. 그 과정에서 2014년 운수사업법 일부를 개정한 적이 있다. 운수사업자가 화물노동자의 동의 없이 차를 임의로 팔지 못하게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도 편법을 써서 운수사업자가 화물노동자의 인감을 위조해서 몰래 차를 팔아버리거나, 노후차 번호판을 교체해야 하는 화물노동자에게 800만~1,000만 원씩 번호판값을 요구하는 일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그간 안전운임제에 집중하다 보니 제대로 못 다뤘지만, 올해부턴 화물운수산업 내 착취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다시 지입제 폐지를 화두로 꺼냈다.

*지입제 : ‘지입’이라는 말은 ‘가지고 들어간다’는 뜻으로 화물노동자가 자기 차량을 가지고 화물자동차 면허(영업용 번호)를 가진 운수사업자 명의로 차량을 등록하는 제도를 말한다. 화물노동자는 운수사업자에게 지입료(번호판 임대료)를 낸다. 운수사업자가 운송사업허가를 화물노동자에게 준다는 점에서 사실상 행정청의 허가권을 대신 행사하고, 화물노동자는 자기 차량인데도 재산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 지입제를 폐지한 뒤 화물노동자에게 직접 운송사업허가를 인정해주면, 기존 운수사업자의 재산권 침해 문제가 있지 않나?

정부는 그렇게 얘기하지만 운수사업자의 영업용 면허권은 재산권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정부는 실제 운송업을 하는 조건으로 사업자에게 운송사업을 허가하고 면허권을 준다. 그런데 대부분 명의대여업 형태로 운영한다. 명의신탁이자, 불법이다. 운수사업자들은 화물노동자에게 면허권을 빌려주고 한 달에 30만~50만 원씩 받아 간다. 200대만 빌려줘도 얼만가? 물건을 직접 실어나르는 회사는 거의 없다. 운송하는 주체는 화물노동자들이다.

본연의 임무를 안 하는 운수사업자들의 영업용 면허권이 어떻게 재산권으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건가? 명의대여업 형태로 화물노동자들의 돈을 빼가는 행태를 정부가 보호해주는 건 잘못됐다. 운송사업허가는 화물노동자 개인에게 주고 운수사업자들은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야 한다.

- 화물노동자들이 직접 운송사업허가를 받으면 노동법을 통한 보호에서 멀어지는 건 아닌가?

목수가 건설현장에서 자기 대패, 연장을 가지고 일하면 노동자가 아닌가? 화물노동자들은 자본의 필요 때문에 특수고용노동자가 됐다. 화물노동자들은 일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차를 사야 하고, 지입제가 없었다면 급여를 받고 고용돼야 할 사람들이다. 이런 화물노동자들의 세금을 걷자니 방법이 없으니까 개인사업자 등록증을 정부가 내준 거다. 화물노동자들은 독자적으로 영업하거나 생산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일을 받아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 노동자가 아닌가? 무엇보다 우리는 스스로 노동자임을 선언하고 세상에 나온 사람들이다.

- 지입제 폐지 요구는 운수사업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데?

그렇다. 사실 국토교통부가 2014년 지입제의 단계적 폐지를 계획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화물연합회라는 강력한 이해단체가 있기에 계획을 실천하기 어려웠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합회 간 밀착 문제도 있다. 최근에도 국토교통부 출신 인물이 화물연합회 상근부회장으로 취업했을 거다. 이런 화물연합회의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지입제의 병폐를 꾸준히 알려야 한다.

- 다단계 하청구조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안전운임제 확대·강화가 하나의 방법이다. 운임의 최저선이 결정되고 운임을 지급하지 못하는 운수사업자는 처벌을 받게 되니, 안전운임 지급 능력이 없는 30% 정도의 다단계 업체들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간착취를 막는 법도 강화해야 한다. 운송사, 주선사 등이 화주와 계약한 물량 중 남는 물량을 다른 곳에 넘길 때 따로 수수료를 못 받도록 해야 한다. 지금도 법으론 금지돼 있지만 2차 위탁을 하면서 다 돈을 떼간다. 이럴 경우 사업허가 취소 등 더 강한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 주선료 상한제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데 정부는 사회적 이슈가 되면 흉내 한 번 내고 마는 식이다.

앞서 말했듯 지입제를 폐지하면서 운수사업자들이 자기 사업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선사들이 계약한 차량이 100대면 100대만큼의 물량만 받아야 한다. 지금은 주선사가 1,000대 물량을 받아서 900대 물량을 팔아넘긴다. 법적으론 ‘운송사-운송사’나 ‘주선사-주선사’ 간 거래가 불법인데, ‘운송사-주선사’ 간 거래는 합법이다. 그래서 대부분 운수사업자가 운송면허와 주선면허를 동시에 갖고 편법을 남발하고 있는 거다. 화물운수산업은 얽히고설킨 것들이 너무 많다. 한 번에 모든 걸 뜯어고칠 수 없는 만큼 하나씩 싸우면서 바꿔나가려 한다.

ⓒ 화물연대본부 정종배 교육선전국장
지난 3월 24일 광화문 앞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2021년 대정부 요구 및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안전운임제 확대·강화, 노동조합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 화물연대본부 정종배 교육선전국장

“화물노동자들 인간다운 삶 위해 
모든 일 다하겠다”

- 과제가 많다. 화물연대본부 9기가 세운 임기 3년 계획은 뭔가?

우리의 요구를 일일이 나열하고 싶진 않다. 어느 노동조합이나 요구가 있다. 화물연대본부 9기는 우선 국민 안전과 화물노동자의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투쟁해나갈 것이다. 조합원을 배가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노동조합법 2조 개정을 통해 노동기본권이 확보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도 할 계획이다.

- 조합원을 배가시키겠다면, 현재(약 2만 2,000명)에서 조합원 수를 두 배로 늘리겠단 의미인가?

두 배가 되면 좋고, 네 배면 더 좋겠다. 특정 숫자를 말한 건 아니다. 구호나 선언을 좋아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규모를 키워나갈 것이다. 올해만 해도 조합원 수가 약 1,500명 늘었다. 이는 현장의 노력 덕분이다. 현장에선 끊임없이 투쟁해서 화물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고 있다. 화물연대본부는 그런 현장을 중점적으로 지원해주는 역할을 한다. 정책적으로든 금전적으로든 또는 몸으로라도 가서 돕는 것이다. 그 길이 더 많은 조합원과 함께할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노동기본권이 확보된 이후를 준비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

화물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이 없기에 교섭이든 투쟁이든 사실 그냥 했다. 어떻게 보면 그 방법이 더 편할 수도 있지만 노동조합법상 보호를 받으려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교섭 요구 과정, 쟁의조정 절차 등을 우리 조합원들은 잘 모른다. 그런 과정을 다 알아야 한다. 투쟁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러면 어떤 방향이 교섭, 투쟁 등에 가장 효과적인지 고민해야 한다. 최근 지역본부장부터 파업권을 얻기 위한 기본 절차 등에 대해 한 차례 교육했지만 지속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준비 없이 맞으면 많이 아프다.(웃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화물노동자들이 멸시받지 않고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하는 것, 인간답게 사는 것, 그것들을 위해서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다. 특히 억울하게 죽거나 다치는 일은 정말 없어야 한다. 화물노동자의 안전이 최우선 목표이기에 여러 투쟁을 배치할 계획이다. 조합원들은 많이 힘들 수 있겠지만,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