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완성차 임단협, 노사 모두 양보는 어렵다
2021년 완성차 임단협, 노사 모두 양보는 어렵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7.08 21:34
  • 수정 2021.07.08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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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한국지엠지부, 쟁의행위 찬반 투표 가결
기아차지부, 다음주 사측 제시안 안 나오면 쟁의행위 투표 가능성
​​​​​​​정년연장‧신규채용‧성과급 등 다수 쟁점사항 노사 줄다리기 끝은?
7월 5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6월 30일 교섭 결렬을 선언한 이후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의를 위한 논의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진행하고 있다. ⓒ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7월 5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6월 30일 교섭 결렬을 선언한 이후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의를 위한 논의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진행하고 있다. ⓒ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완성차업계의 2021년 임단협이 진행되고 있다. 2021년은 미래차 시대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만큼 미래차 투자 계획, 정년연장 및 신규채용, 기본급 인상, 성과급 지급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노사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 기아, 한국지엠 노사의 올해 교섭 상황을 들여다 봤다.

올해 완성차업계 교섭의 핵심 쟁점은 ▲기본급 인상 ▲성과급 지급 ▲국민연급 수령 연령과 연동한 정년연장 ▲미래차 국내 공장 투자 확약 등이다. 금속노조 공동요구안으로 기본급 9만 9,0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과 산업전환협약 체결이 포함돼 있다. 산업전환협약 체결은 자동차산업 미래차 전환과 관련한 이슈를 노사가 함께 논의하자는 취지다.

기본급 동결한 작년,
올해는 인상? 성과급 논란도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 완성차 노사는 기본급을 동결했다. 특히 한국 자동차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 노사가 가장 먼저 기본급 동결을 결정하면서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노동조합에서 ‘통 큰’ 양보를 한 만큼 올해 교섭에서 노동조합의 기본급 인상 요구는 무척 거세다.

더불어 올해 초 SK하이닉스로부터 시작된 사무·연구직의 성과급 논란은 현대차그룹사무연구직노동조합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기본급 동결로 인해 완성차업계 사무연구직의 실질 임금 하락 효과가 나타났고, 기존 노동조합 의결구조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인 사무·연구직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이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성과급의 지급 규모도 이번 교섭에서 핵심 사안 중 하나가 됐다.

기아차지부는 이번 교섭에서 성과급 규모로 전년도 영업이익의 30%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지부는 전년도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원가, 판매관리비 뿐만 아니라 법인세 등 영업외 손익을 포함하는 지표다. 현대차 아래 수많은 자회사의 실적까지 포괄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지부는 통상임금의 15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편,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지급의 큰 변수는 기업의 지불여력이다. 2020년 실적에 대한 노사의 입장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2020년 영업실적은 총 매출액은 103조 9,976억 원(전년 대비 –1.7%), 영업이익 2조 7,813억 원(전년 대비 –22.9%) 당기순이익 2조 1,178억 원(전년 대비 –33.5%)이다. 기아의 2020년 영업실적은 총 매출액 59조 1,681억 원(전년 대비 +1.8%), 영업이익 2조 665억 원(전년 대비 +2.8%) 당기순이익 1조 5,027억 원(전년 대비 –17.7%)이다.

이러한 지표를 봤을 때 현대차·기아의 지불여력은 넉넉하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러나 현대차지부·기아차지부는 2020년 실적에 대해 작년 3분기 역대 최대 규모로 반영한 품질충당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품질충당금이란 품질 관련 고객 클레임에 대응하기 위해 제무재표상 비용으로 미리 처리하는 돈이다. 현대차는 2조 1,352억 원, 기아는 1조 2,592억 원을 품질충당금으로 반영한 바 있다.이를 고려했을 때 지난해 상당한 규모의 흑자가 봤다는 주장이다. 또한 올해 현대차·기아의 2021년 상반기 매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기본급 인상 및 성과급 규모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다.

반면, 한국지엠의 2020년 영업실적은 총 매출액 8조 4,975억 원(전년 대비 +0.5%), 영업손실 3,169억 원(-4.1%), 당기순손실 2,968억 원(-7.3%)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한국지엠의 총 매출액이 올랐지만, 영업 이익에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실적에 대해 한국지엠지부는 ‘이해할 수 없는 높은 매출원가율’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지엠의 2020년 매출원가는 8조 1,258억 원으로 총매출의 95.63%를 차지한다. 이는 동종사 대비 10%가량 높은 수치다.

한국지엠 5차 교섭에서 한국지엠지부는 ‘비현실적이고 비상식적인’ 매출원가율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매출원가율 개선을 위해 ‘50만 대 생산’이 필요하다고만 답했다.

논란 많은 정년연장

정년연장도 쟁점이다. 성과급 지급이 사무·연구직 노동자의 요구라면, 정년연장은 현장직 노동자의 주된 요구 사항이다.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는 정년연장을 올해 교섭에서 주요 사안으로 요구하고 있다.

정년연장은 적정 인력 수준에 대한 노사의 입장 차이와 관련돼 있다. 신규채용 문제와도 긴밀히 연관된 문제다. 노동조합은 미래차 전환을 감안해도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나, 사측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사측은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공수 축소로 인해 절대적인 고용의 크기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용을 늘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몇 년간 발생하는 대규모 정년퇴직자로 미래차 전환으로 인한 고용 축소를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미래차 전환의 구체적인 시기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정년퇴직이 발생하면 현장의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진다고 맞받아친다. 실제로 기아는 베테랑, 현대차는 시니어촉탁이라는 이름의 촉탁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년퇴직자와 1년 단위로 단기 근로계약을 맺다. 현대차지부·기아차지부는 촉탁제 운영 자체가 현재 인력이 모자라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라고 본다.

하지만 정년연장 요구도 쉽사리 타결되지 않고 있다. 김영수 기아차지부 선전홍보실장은 “회사는 정년연장, 주 35시간제 시행 등 노동조합의 요구안에 대해서 청년실업 등 사회적인 여론이 의식된다는 이유로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 한국지엠지부는 교섭과는 별도로 정년연장 입법화에 함께 공조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국회 앞 정년연장 입법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6월 14일에는 국민동의청원 운동을 시작했다.

국내 공장 투자 확약 필요

미래차 국내 공장 투자 확약은 외투기업인 한국지엠에서 특히나 중요한 이슈다. 한국지엠은 4월 26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올해 교섭 요구안을 확정했다. 한국지엠지부는 ‘21년 미래발전전망 특별 요구안’을 통해 ▲부평1공장 물량확보 계획 확약 ▲ 부평2공장 물량 확보 및 신차 투입 확약 ▲창원공장 M400 차종 생산 연장 ▲부평·창원 KD(반조립)생산부의 신규 물량 확보 등을 요구했다. 특히 부평2공장은 2022년 7월 이후 생산 계획이 없는 상태다. 한국지엠지부는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면서 미래차 전환 역시 국내에서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 또한 국내 투자 확약이 중요한 쟁점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2025전략과 플랜S를 통해 상당규모의 미래차 부문 투자를 계획한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는 국내가 아닌 미국에 먼저 이뤄졌다. 지난 5월 현대차 북미법인은 2025년까지 약 8조 4,000억 원대의 투자를 현지에서 진행한다고 밝혀, 노동조합의 큰 반발을 불러왔다. 확실한 국내 투자 계획을 밝히라는 것이다.

현대차지부와 한국지엠지부는 이번 교섭에서 국내 투자 문제를 다루고 있고, 기아차지부는 교섭과는 별도로 노사 협의기구인 고용안정위원회에서 이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휴가 전 타결 가능할까?

하지만 교섭 상황은 녹록지 않은 형편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 26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을 시작했다. 그러나 현대차지부는 6월 30일 교섭결렬 선언을 했다. 더불어 7일 밤 2021년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83.2%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알렸다.(총원 4만 8,599명 투표수 4만 3,114명. 찬성 3만 5,854명, 반대 4,944명, 무효 2,319명) 현재 현대차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치고 있다. 12일 조정결렬 시 13일부터 파업이 가능하다.

현대차지부가 교섭결렬을 선언한 것은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사측의 제시안 때문이었다. 현대차는 지난달 30일 13차 교섭에서 ▲기본급 5만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00%+300만 원 지급 ▲품질향상격려금 200만 원 지급 ▲2021년 특별주간연속2교대 포인트 10만 포인트 지급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상수 현대차지부 지부장은 8일 오후 4시 진행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2차 조정회의가 12일 열린다. 조정불일치 시 회사가 교섭을 재개하자고 요청할 것 같다. 요청이 없을 시 우리의 일정대로 가고, 요청이 오면 교섭을 할 것”이라면서, “휴가 전 타결은 아직 열려있다. 2차 제시안에서 조합원들이 만족할 만한 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지부장으로서 결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완성차 3사의 하계휴가는 8월 1주차로 알려져 있다.

7월 6일 한국지엠 10차 교섭 자리에서 노동조합 교섭위원들이 사측의 제시안이 없자 퇴장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7월 6일 한국지엠 10차 교섭 자리에서 노동조합 교섭위원들이 사측의 제시안이 없자 퇴장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한국지엠 노사는 5월 27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금 교섭에 돌입했다. 그러나 10차례 교섭에도 사측의 제시안이 나오지 않아 7월 6일 교섭은 잠정중단된 상태다. 사측이 안을 제시할 때 교섭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한국지엠지부는 7월 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76.5%의 찬성률로 가결했다.(총원 7,635명, 투표인수 6,613명. 찬성 5,841명, 반대 733명, 기권 1,022명, 무효 39명) 한국지엠지부는 교섭잠정중단을 선언한 다음날인 7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했다.

조하수 한국지엠지부 교선실장은 “8차 교섭, 9차 교섭에서 사측에 노동조합 제시안에 대해 문건을 제출하라고 두 차례 요청했다”면서. “9차 교섭에서 사측이 이에 동의했지만 10차 교섭에서도 시간을 더 달라는 입장이었다”고 현재 교섭상황에 대해 알렸다.

기아차 노사는 6월 17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021년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다. 동종사보다 교섭 시작이 늦은 만큼 현재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기아차지부에 따르면, 다음 주 교섭에서 사측 제시안이 나오지 않을 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완성차 3사 지부는 올해 하반기 집행부 선출을 위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 9월 추석 이후에는 선거 준비를 앞두고 있어 교섭을 내년으로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선거 기간 동안 교섭을 중단했다가 새 집행부가 구성된 후 교섭을 재개한 사례도 있었던 만큼 장담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