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자동차 등 주요업종,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에 “혼란 가중” 우려
조선·자동차 등 주요업종,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에 “혼란 가중” 우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1.07.14 14:08
  • 수정 2021.07.14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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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14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관련 산업계 긴급 대책회의 열어
주요업종 안전보건관계자 한자리에… “경영책임자 의무 등 여전히 포괄적이고 불분명해”
ⓒ 한국경영자총협회
ⓒ 한국경영자총협회

지난 9일 정부가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두고 경영계의 비판이 높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시행령 제정안이 각 업종별로 미칠 영향과 문제점을 집중 논의했다.

14일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관련 산업계 긴급 대책회의’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조선·자동차·타이어·반도체·디스플레이·건설·철강·석유화학·정유 등 우리나라 주요업종의 안전보건관계자가 참석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시행령 제정안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경영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쟁점들이 해소되지 않은 채 시행령 제정안이 마련돼 이대로 시행령이 제정될 경우 사고발생 기업의 경영책임자는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가 지난 12일부터 내달 23일까지 입법예고한 시행령 제정안은 내년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위임한 내용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담은 것으로, 중대산업재해의 직업성 질병 범위, 중대시민재해의 공중이용시설 범위,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등이 담겼다.[▶관련 기사: 노사 모두에게 반발 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입법예고]

그간 경총을 비롯한 경영계 전반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담긴 사업주·경영책임자·법인 처벌수준이 과도하다며 법 제정에 반대해왔었는데, 시행령 제정안 발표 이후에는 경영책임자의 의무 등 많은 부분이 여전히 포괄적이고 불분명해 어느 수준까지 의무를 준수해야 처벌을 면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시행령 제정안이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과 부작용에 대해 논의했다.

옥외작업 비중이 매우 높은 조선·건설업종 등은 직업성 질병 목록에 규정된 열사병에 대해 “사업주의 다양한 보건관리조치에도 불구하고 여름철에는 필수적으로 열사병 환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중증도(부상자와 같은 6개월 이상 치료)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회사의 대표이사가 매년 수사 및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자동차·타이어업종 등은 “시행령 제정(안)은 원청의 책임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사업장 내 모든 제3자의 종사자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다”며 “정부가 해석이나 가이드라인만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은 형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화학물질 취급 작업이 많은 반도체·디스플레이업종은 “중대시민재해 대상인 원료 또는 제조물 목록 중 포괄규정*이 도입될 경우, 경영책임자가 관리해야 할 원료 및 제조물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져 시민재해 발생 시 법적용 대상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상 원료 또는 제조물 목록을 열거한 별표5 중 제12호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으로서 생명·신체에 해로운 원료 또는 제조물’을 포함하고 있는데, 경총은 이를 지나치게 광범위한 포괄규정이라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시행령 제정안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중 하나로 상시근로자 수 500명 이상 기업과 시공능력 상위 200위 이내 건설회사는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업무 전담 조직을 설립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건설업종은 “경영책임자 의무 중 전담조직 설치 요건인 시공능력평가 순위 200위 이내 건설업체의 대부분은 중소규모에 해당된다”며 “정부가 건설산업 환경에 대한 충분한 고민없이 시행령 제정(안)을 마련한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정유업종은 “중대시민재해 대상인 공중이용시설에 주유소와 가스충전소를 포함시키면서, 단순히 면적으로 적용대상을 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사업장 내 유휴부지나 임대(음식점, 편의점 등)공간은 별도의 사업자가 관할하고 있는 만큼 적용기준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행령 제정안은 재해 발생 시 생명·신체 피해 발생 우려가 높은 주유소와 가스충전소, 놀이공원 등 종합유원시설, 준공 후 10년이 넘은 도로교량·철도교량·도로터널·철도터널을 중대시민재해 공중이용시설 범위에 포함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입법예고된 시행령 제정(안)으로는 내년 법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업종별로 제기된 다양한 의견들을 정부가 입법예고 기간 중 충분히 수렴해 시행령을 합리적으로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개인의 부주의 등 다른 원인에 의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지 않도록 법률수정이 필요하며, 경영책임자 범위, 도급인의 책임범위 등이 구체화될 수 있도록 연내에 보완입법이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이날 회의 결과 등을 포함한 산업계 의견을 종합해 정부에 경제계 공동건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