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기고] 우리 집으로 일회용품이 배달되었습니다
[녹색연합 기고] 우리 집으로 일회용품이 배달되었습니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21.07.21 00:00
  • 수정 2021.09.2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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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영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mint@greenkorea.org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후미술관-우리 집의 생애’ 전시에 사용된 일상의 플라스틱 용기. 전시는 8월 8일까지 무료로 진행된다. ⓒ 녹색연합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후미술관-우리 집의 생애’ 전시에 사용된 일상의 플라스틱 용기. 전시는 8월 8일까지 무료로 진행된다. ⓒ 녹색연합

우리가 쓰레기 분리배출을 시작한 것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환경을 위해 직접 실천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10명 중 9명은 분리배출이라고 답할 정도로 지금은 쓰레기를 종류별로 나누어 버리는 게 우리의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쓰레기 문제가 분리배출만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는 심각성을 느끼게 해준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018년 4월 중국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 금지조치를 취하면서 재활용 업체가 쓰레기를 수거해 가지 않았다.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히고, 생수병 홀더에 목인 조인 거북이가 내 일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불편한 진실에 마주하게 되었다. 우리는 내 집 앞에 쌓인 쓰레기 더미와 악취의 난장판을 겪고 나서야 쓰레기 문제를 사회 문제로 받아들였다.

사실 어느 나라보다 일찌감치 쓰레기 종량제와 분리배출 제도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문제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살피지 못한 데에는 쓰레기 문제를 환경보다 경제 문제로 접근해 방치한 안일함이 크다. 분리배출을 시행할 때 재활용품을 자원재생공사 판매로 연계하여 경제성이 크게 부각되었고,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제도를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또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재활용 쓰레기는 수거해가지 않으니 재활용품 분리배출 날에 아파트 관리실이나 부녀회 등에서 스스로 점검하고 안내해 배출 쓰레기 품질 관리가 가능했다. 그러다 2000년 이후 중국이 분리배출 품질이 낮은 쓰레기들까지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시민들의 재활용 의식도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밤사이 내놓은 쓰레기가 아침에는 깨끗이 치워지니 분리배출 다음 재활용과 처리의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쓰레기가 잘 처리되고 있다는 안일함에 빠져있는 사이 시민들에게 재활용 정보가 명확히 제공되고 있는지, 처리보다 감량을 위한 제도는 마련되어 있는지, 기업은 용기의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게 재료로 만들고, 포장재를 최소화하는지, 용기의 재사용과 재활용을 높이는 시스템은 충분한지, 친환경 재질의 포장재가 실제 환경에 이로운지 검토할 중요한 기회를 놓친 셈이다. 쓰레기 수입을 금지한 중국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쓰레기 자원 순환 체계를 한 단계 올릴 다양한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분명한 것은 분리배출은 ‘처리’와 ‘재활용’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제도이지 ‘감량’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지난해부터 일상을 덮친 코로나 감염병 위기는 또 다른 일회용 쓰레기 문제와 부닥치게 했다. 음식 포장과 배달 확대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전인 2019년과 지난해를 비교했을 때 음식배달은 무려 78% 늘었고, 폐플라스틱은 19%, 포장과 단열재 등으로 쓰인 발포수지류는 14%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병 확산 이전부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1인 가구 증가, 디지털 플랫폼 활성화, 편리함 등의 이유로 배달 서비스는 꾸준히 증가한 바 있다. 배달 쓰레기 문제는 예견된 문제였다.

지난해 녹색연합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민 4명 중 3명은 배달 쓰레기를 버릴 때 마음의 불편함을 느낀다고 답하였고, 배달 쓰레기를 줄이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더불어 다회용기 사용 확대를 위한 시스템 마련, 배달용 일회용 용기 사용 규제,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의 단일화 순으로 구체적인 대안을 꼽았다. 배달용 일회용품 사용규제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무려 83%가 사용 규제 필요성에 공감했다.

현재 플라스틱 배달 용기는 일회용품임에도 일회용품으로 규제받지 않는다. ‘자원재활용법’에 일회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여 일회용품 확대를 억제하고 있지만, 배달이나 테이크아웃은 예외로 두고 있어 합법적으로 일회용 배달 용기를 무상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배달 용기는 포장재로도 규정하지 않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대상에도 빠져있어 생산자는 생산해 판매 이후 소비, 폐기, 재활용에 어떤 책임도 질 의무가 없다. 이 제도의 허점은 라이프스타일 변화, 감염병 위기와 더불어 일회용 쓰레기 문제를 팽창시킨 요인이 되었다.

일회용 플라스틱은 안전과 편리의 유일한 대안일까. 최근 경기도는 ‘배달특급’이라는 공공앱을 통해 일부 지역에서 다회용 배달 용기를 사용하고, 수거 세척해 사용하는 시범사업을 실행하기로 했다. 배달 서비스의 안전과 편리를 유지한 채 다회용기 사용으로 일회용 플라스틱을 배출량을 줄이고, 수거 세척을 위한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보겠다는 계획이다. 이 사례를 시작으로 배달 플랫폼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3사를 포함한 전체 배달앱으로 확대되길 기대한다. 시민들은 일회용 배달 쓰레기 없는 배달 서비스를 선택하고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