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방역 비상··· “협력업체 노동자 목소리 들어야”
백화점 방역 비상··· “협력업체 노동자 목소리 들어야”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7.19 19:49
  • 수정 2021.07.19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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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단위로 코로나 검사받아야 확실한 방역 담보 가능”
[인터뷰] 하인주 백화점면세점노조 위원장

코로나19 4차 대유행 속 수도권 주요 백화점에서 잇달아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서울시가 지난 16일 행정명령을 내려 서울 시내 백화점 종사자에게 한 달 동안 코로나19 선제검사를 받도록 했다. 백화점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은 실효성 없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하인주, 이하 백화점면세점노조)은 1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화점의 휴업이 보장되지 않는 서울시의 코로나19 선제검사 행정명령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방역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화점면세점노조는 “그간 협력업체 노동자는 코로나 검사에 연차와 개인 휴무일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동료가 출근을 못 하게 되면 매장에 남은 노동자들은 더 많은 인원을 응대하므로 더 많은 감염위험에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서울시에 면담을 요청하며 시의 선제적 예방조치가 노동자 개인의 부담으로 떠넘겨지지 않고 제대로된 효과를 내기 위해선 ▲백화점 임시휴업 ▲영업시간 단축 ▲백화점노동자 잔여백신 우선접종 조치가 추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백화점면세점노조는 오전 11시 30분 서울시 노사협력팀, 오후 2시 서울시 기업협력팀과 잇달아 면담했다. 서울시와 논의 자리에서 노동조합의 입장을 전한 하인주 백화점면세점노조 위원장에게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 서비스연맹
1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하인주 백화점면세점노조 위원장이 서울시의 행정명령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서비스연맹

- 지난 16일 서울시는 36일간(7/17~8/21) 서울 소재 백화점 노동자에게 코로나19 선제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현장 반응은 어땠나?

우선 36일이란 긴 기간이 문제다. 초반에 검사를 받은 노동자가 한 달 내에 확진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백화점 집단 감염 사태의 시급성을 고려했다고 볼 수 없는 조치다.

노동 강도가 높아지는 문제도 있다. 동료가 1.5~2일간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남은 노동자는 혼자 매장을 봐야 한다. 평일엔 하루 평균 10시간, 연장 영업하는 주말엔 11시간씩 일해야 하는데 어떻게 혼자 감당할 수 있겠나?

게다가 서울시의 행정명령 이후 사측이 본인 휴무일을 이용해 검사를 받으라는 공지를 내리고 있다. 행정명령을 따르기 위해선 개인 휴무와 연차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백화점은 아무 책임을 지지 않고 노동자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셈이다.

- 오늘 서울시와 두 차례 면담에서 노동조합은 어떤 요구를 했나?

백화점 노동자들이 신속하게 선제검사를 받으려면 이틀 이상 백화점 임시휴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자가 음성 결과를 통보받은 뒤 안전하게 현장에 복귀할 시간이 필요해서다.

모든 백화점이 동시에 임시휴점을 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점포 단위로 검사를 받아야 확실한 방역을 담보할 수 있기에 점포마다 돌아가면서 이틀씩 쉴 수 있도록 강제성을 둬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코로나 대유행이 진정될 때까진 노동자들이 감염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영업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방문객 수도 제한해야 한다. 백화점은 100명이든 1,000명이든 손님이 오는 대로 받고 있다. 창문이 없어 환기가 안 되는 등 감염병 예방에 취약한 환경을 고려해 백화점 규모별 적정 인원수를 정해야 한다.  

코로나19 잔여백신 우선 접종도 요구했다. 최근 부산 해운대구, 광주 서구, 인천 등은 필수노동자처럼 백화점 노동자들이 백신을 우선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도 매일 불특정 다수의 방문객을 상대하는 백화점 노동자에게 백신 우선 접종을 고려해야 한다.

- 면담 결과는?

오전 11시 30분 노사협력팀과 면담에선 서울시 측이 노동조합의 요구에는 동의하지만 주무 부서가 아니라 상부에 보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오후 2시 기업협력팀과 면담에선 서울시에서 ‘백화점 휴점 관련 행정지침을 내리기엔 관련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산업통상자원부 차원에서 일괄 방침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더라.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PC방 등 중소상인들에겐 영업시간 단축을 다 강제해놓고 왜 백화점은 강제할 수 없는지 따졌다. 우선 서울시 측은 내부 논의를 해본 뒤 개선책을 알아보고 답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 백화점이 전염병에서 안전한 장소가 되려면 어떤 대책이 더 필요한가?

백화점 노동자들은 열악한 후방공간과 직원동선 문제를 꼽는다. 백화점엔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휴게실 자체가 협소하다. 당연히 방역도 제대로 안 이뤄진다. 직원 식당에는 칸막이가 마련돼 있지만 한정된 점심시간에 노동자들이 몰리다 보니 역시 감염병에 취약하다. 직원용 엘레베이터에는 20~30명씩 탄다. 밀집도가 상당하다. 

직원용 화장실도 굉장히 열악하다. 대부분 백화점에서 직원용 화장실은 두 칸밖에 없고 점심시간마다 직원들이 양치하려고 길게 줄을 선다. ‘겁난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이런 휴게실마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폐쇄하니까 계단, 창고 등에서 노동자들이 쉬다가 코로나에 감염되는 경우가 생긴다. 최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 그런 경우다. 근본적으론 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휴게공간이 보장돼야 한다.

또한 서울시는 면담에서 이번 행정명령을 내리기 전 노동조합과 협의했다고 하더라. 소수 백화점 정직원하고만 논의한 거다. 그런데 백화점엔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대다수인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백화점 원청도 마찬가지다. 우리 노동조합은 지난해부터 백화점에 코로나19 방역 관련해 꾸준히 대화 창구를 요구했다. 공문만 20여 차례 보냈다. 그래도 백화점은 묵묵부답이다. 그러는 사이 고객들은 겉으로 보기에 깨끗한 백화점에 별다른 제한 없이 방문해왔다. 백화점은 감염병 방역 책임의 주체로서 노동조합과 대화해야 한다.

- 노동조합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우선 산업통상자원부에 백화점 방역 관련 일괄 방침을 요구할 계획이다. 노동조합은 정부 정책이 탁상공론으로 흐르지 않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