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기고] 반달가슴곰 도심 탈주극의 전말
[녹색연합 기고] 반달가슴곰 도심 탈주극의 전말
  • 참여와혁신
  • 승인 2021.08.08 00:05
  • 수정 2021.12.21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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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영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mint@greenkorea.org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되고 있는 반달가슴곰, 사진 속 곰은 2018년 겨울 녹색연합이 시민기금으로 농가에서 사들여 구출했고, 현재 청주동물원에서 보호받고 있다. ⓒ 녹색연합

“곰이 탈출했으니 안전에 주의하고, 목격한 경우 신고하라.”

지난 7월 6일 경기도 용인시 주민들에게 한 통의 재난 문자가 도착했다. 대낮의 도심에서 그것도 반달가슴곰이 2마리나 탈출했다니! 가까이에 동물원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한 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곰 탈출 사고는 용인의 곰 사육 농가에서 일어났다.

반달가슴곰은 국제적인 멸종위기 야생동물이다. 어떻게 반달가슴곰이 일반 농가에서 사육될 수 있었으며, 어떻게 온 국민이 곰 탈출 소식을 뉴스로 보게 된 것일까. 우리나라 농가의 곰 사육 역사는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1년 정부는 농가 소득을 증대하기 위해 곰을 수입해 키워 재수출하는 방식의 곰 사육을 권장했다.

이후 국제적으로 멸종위기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국가 간 거래에 관한 협약’에 우리나라가 가입하면서 곰 수입은 물론 재수출도 중단됐다. 여기서 곰을 키우는 농가의 손해보전을 위해 만들어진 궁여지책이 웅담 채취 및 판매의 합법화였다.

웅담을 합법적으로 팔 수 있게 되자 자연스럽게 웅담 시장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의 그릇된 보신 문화가 더해진 것이다. 지구상에서 아직까지 웅담 채취용으로 곰 사육과 도축을 법으로 허용하고 있는 국가는 부끄럽게도 우리나라와 중국, 단 2곳뿐이다.

녹색연합은 이 잔인하고, 부끄러운 곰 사육 제도를 끝내려 국가가 나서서 책임지고 곰 사육 농가를 매입할 것을 요구했다. 곰 사육 금지 특별법도 세 차례나 만들려고 했었다. 그러나 번번이 우선 논의에서 밀려 폐기되길 반복했다.

정부가 책임 있게 사육 곰을 사들여 관리하는 방식으로 사육 곰 정책을 끝낼 수 있다. 국민 정서에 가장 잘 부합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사육 곰 문제를 해결할 좋은 기회기도 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부는 영리 목적의 사유재산을 국가가 보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매입이 아닌 증식 금지, 다시 말해 사육 곰 중성화 수술을 택했다.

2014년부터 3년에 걸쳐 967마리의 곰에게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다. 더 이상 사육 곰이 태어나지 않게 한 조치는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웅담 산업을 법으로 금지하지 않는 한 여전히 10살 이상 된 사육 곰의 도축은 합법이다.

또한 당시 농가의 뜻에 따라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고 사육용에서 전시 관람용으로 전환한 곰의 불법 증식이 있는지 끊임없이 감시해야 하는 숙제도 남아있다. 이번 여름 용인에서 탈출한 3살 새끼 곰 2마리는 사육 곰에서 전시 관람용 곰으로 전환한 곰을 불법으로 증식시킨 결과다.

불법으로 증식된 사육 곰은 웅담 채취와 도축이라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농가에서 전시 관람용으로 신분을 바꾼 곰들은 도축 당할 위험은 벗어났어도 좁디좁은 철장 안에서 식당 잔반으로 생을 연명해야 하는 끔찍한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반달가슴곰은 일제강점기 수탈로, 한국전쟁으로, 밀렵으로, 보신을 위한 웅담 채취로, ‘인간을 위해’, ‘인간에 의해’ 국제적인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됐다. 하지만 반달가슴곰의 수난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