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유지하자’ 전문가 의견은 “노조가 의뢰한 결과”라는 국토부
‘LH 유지하자’ 전문가 의견은 “노조가 의뢰한 결과”라는 국토부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8.23 15:02
  • 수정 2021.08.2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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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조직개편안 공청회에서 국토부 토지정책관 발언에
“직원과 전문가 폄훼하고 모독했다”며 대응 예고한 LH노조
장창우 LH노조 공동위원장(왼쪽)과 이광조 LH노조 공동위원장(오른쪽) ⓒ 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
장창우 LH노조 공동위원장(왼쪽)과 이광조 LH노조 공동위원장(오른쪽) ⓒ 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

LH 조직개편안 2차 공청회에서 나온 국토부 토지정책관의 발언에 LH노조가 대응을 경고했다.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공청회에서 “LH를 현재 체제로 유지하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는데, 사실 그것은 LH노조가 의뢰한 것”이라고 말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공동위원장 이광조·장창우, 이하 LH노조)은 “LH 직원과 전문가를 폄훼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앞서 20일 국회에서는 LH 조직개편안 2차 공청회가 진행됐다. LH 조직개편에 대해서는 총 3가지 안이 나온 바 있다. 토지부문과 주택·주거복지부문을 분리하는 1안, 토지부문과 주택부문을 동일하게 수평 분리하는 2안, 주거복지부문을 모회사로 설립하고 토지·주택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3안이다. 정부는 전문가 의견수렴을 통해 법률안을 확정짓고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국토부는 1차 공청회와 동일하게 LH의 주거복지부문을 모회사, 토지·주택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개편안을 지지했다.

2차 공청회 말미 질의응답 과정에서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조직을 개편하면 주거복지기능이 강화되냐’는 질문에 “LH 조직 내에서 주거복지는 변방 취급을 당하고 있다. 개발기능의 목소리가 크다. 거기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모여 있다”며 “모회사·자회사로 됐을 때 능력도 없는 애들이 다 모회사로 가고, 밑에 자회사에 능력 있는 애들이 가면 그게 움직여지느냐. 이런 실질적인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희는 결국 이런 게 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거복지 기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LH 개혁을 추진 중이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3안이 그래도 제일 좋은 안이 아닌가 하는 결론이 나왔다. 전문가 의견이 80%가 현재 체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의견도 나왔는데, 사실 그것도 LH노조가 의뢰해서 나온 결과다”라고 발언했다.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이 언급한 전문가 의견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한국도시연구소의 ‘LH 혁신방안 타당성 검토 연구 중간보고서’ 설문조사 결과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65명 중 51명(78.5%)이 LH 조직개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투기방지와 기능조직 개편은 직접적 효과와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근거 등이었다.

LH노조는 23일 국토부 토지정책관의 발언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LH노조는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국토부의 갑질에 대한 국민청원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LH노조는 “우리 직원들을 ‘능력도 없는 애들’이라고 표현하고, 전문가 집단이 노조에 포섭되어 LH 조직분리 반대 의견을 냈다는 식의 발언은 그동안 국민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밤낮없이 일한 직원들과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폄훼하고 모독하는 발언”이라며 “공청회에서 법무법인 태평양은 조직개편안 3안이 맞다고 했는데, 국토부에서 연구용역을 의뢰한 것이다. 토지정책관은 국토부가 산하 공공기관 직원을 대하는 인식수준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LH노조는 정부의 ‘LH혁신안’ 저지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없애려는 대책마련보다 구조조정과 조직분리, 직무급제 도입과 복지축소 강요 등에 집중하며 징벌적인 대안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다. 오는 24일부터 31일까지는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졸속·일방적인 LH개악안 결사저지를 위한 정부 규탄대회’를 진행한다. 

한편, LH노조의 비판과 관련해 국토부의 입장을 묻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