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가공 1위 하림, 잇따른 노동조합 지배개입?
닭고기 가공 1위 하림, 잇따른 노동조합 지배개입?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9.23 18:59
  • 수정 2021.09.23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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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신노조 설립 당시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1,000만 원 벌금형
교섭대표노조 결정 과정에서 하림구노조의 의문스러운 조합원 증가 정황?
원천징수한 조합비, 회사에서 환급해주기도 … 하림 “금액 적어 임의 처리한 것” 항변
ⓒ 하림

한국노총 섬유유통노련 하림신노동조합(위원장 배기영, 이하 하림신노조)이 기업별 노동조합인 하림노동조합(위원장 서산, 이하 하림구노조)이 사측의 지배개입 아래 세워진 ‘어용노조’라고 주장했다. 이에 하림 측은 “복수노조 상황에서 노동조합 간 갈등일 뿐 회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익산의 삼성, 하림

하림은 연 매출 8,000억 원대 국내 1위 닭고기 가공 기업이다. 1978년 설립된 황등농장이 모체다. ‘익산의 삼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향토기업이다. 전북 익산의 본사에는 생산직 1,200여 명, 사무관리직 600여 명, 하청업체 생산직 200~3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사업부서는 사육사업, 신선육사업, 육가공사업, 식자재사업 등으로 나뉜다.

하림신노조는 육가공사업부 노동자를 중심으로 2019년 11월 11일 설립해 익산연합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이어 익산연합노조가 2021년 7월 한국노총 섬유유통노련에 가입하면서 하림신노조의 상급단체가 변경됐다. 하림구노조는 신선육사업 부문 노동자를 중심으로 2004년 8월 설립됐다.

전북 익산 하림 도계공장 ⓒ 하림
전북 익산 하림 도계공장 ⓒ 하림

미심쩍은 하림구노조 조합원 증가

사건의 발단은 지난 5~6월 교섭대표노조 결정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림신노조는 2021년 5월 17일 사측에 단체협약 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하림은 하림구노조와 단체협약 만료일이 8월 31일이라며, 단협 만료 3개월 전인 6월 1일 이후 교섭요구 공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하림신노조는 6월 10일 회사에 다시 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그런데 하림구노조가 이보다 일주일 앞선 6월 4일 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7월 5일 하림은 하림구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됐다고 알렸다.

하림신노조는 지난 5월 중순 교섭 요구를 요청한 후부터 6월 초 하림구노조가 교섭 요구 공문을 보낸 사이 2주 남짓한 기간 동안 사측의 지배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30~40명 정도로 추정됐던 하림구노조의 조합원 수가 2주 남짓만에 235명으로 급속 성장했기 때문이다.

배기영 하림신노조 위원장은 “회사 관리직 및 현장 반장직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개입해 (하림구노조의) 조합원 수를 늘린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면서 “(노동조합이 입수한) 녹취록을 살펴보면 ‘가입원서가 무슨 노조인지를 몰랐다’, ‘무조건 적으라고 해서 적었다’, ‘팀장이 가입원서를 쓰라고 했다’ 등의 내용으로 가입 당사자가 어느 노조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회사의 지시에 의한 철저한 가입 강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림신노조는 7월 6일 전주지방노동위원회, 8월 17일 중앙노동위원회에 과반수 노동조합에 대한 이의신청을 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됐다. 하림신노조는 조합원 보호를 위해 수집된 증거 중 일부만 제출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하림신노조는 이와 별개로 6월 22일 고용노동부 익산지청에 사측을 지배개입 등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익산지청은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상태다.

하림의 부당노동행위 전력

하림신노조가 사측의 지배개입을 주장하는 배경은 여러 가지다. 우선 하림신노조가 설립될 당시에도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

하림 최 모 상무와 남 모 반장은 2018년 10월부터 배기영 위원장에게 하림신노조 설립을 미룰 것을 종용했다. 노조 설립 이후에는 하림신노조 조합원 대상으로 자택으로 찾아가 노동조합 탈퇴를 압박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 해당 사건으로 최 모 상무와 남 모 반장은 2021년 1월 전주지방법원에서 벌금 1,000만 원과 800만 원의 형을 받았다.

하지만 하림신노조에 따르면 이들은 재판 이후에도 부서 이동 없이 같은 업무를 보고 있다. 배기영 위원장은 “재판 당시 회사는 구두상으로 상생하자고 제안해 탄원서까지 써줬다. 재판이 끝나니 말을 싹 바꾼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최 모 상무는 당시의 부당노동행위와 현재 제기되고 있는 지배개입 문제는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 모 상무는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조사 내용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지만 확인한 바로는 부당노동행위로 간주될 사항이 없었다. 제가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된 전적도 있어서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최 모 상무는 “하림신노조의 문제 제기가 과반수 노동조합이 되지 못해서 발생한 일인 것 같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하림구노조가 과반수 노동조합인 것으로 판정이 났다”고 덧붙였다.

조합비 내면 회사에서 환급?

하림의 조합비 환급 사실도 하림구노조의 자주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하림구노조의 조합비는 월 5,000원으로 매달 월급에서 조합비가 공제된다. 그런데 임금이 지급된 뒤 회사에서 다시 하림구노조 조합원에게 조합비를 환급해줬다는 것이 하림신노조의 설명이다.

하림신노조는 “구노조의 조합원들이 조합비 5,000원을 내면 임금 지급 며칠 뒤 임금과 별도로 조합원들의 통장에 구노조가 아닌 하림에서 돈을 환급했다. 이러한 증거는 구노조가 사실상 회사의 지배를 통해 운영돼왔고, 회사가 직접 관리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1년 4월 9일 월급이 지급된 이후 4월 15일 조합비 5,000원이 환급됐다. ⓒ 하림신노조

이에 대해 최 모 상무는 “하림구노조 규모가 30~40명일 때는 노동조합 활동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급여 담당에 확인한 결과 탈퇴 의사를 밝힌 조합원에게 따로 지급하든지 연말에 한 번에 주든지 하는 내용이 있었던 것 같다. 많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구두로 처리한 것 같다”며 “중노위에서도 의심 살 만한 행동을 왜 하느냐라고 해서 하림구노조에 공문을 보냈고 회사 통장으로 조합비가 다시 임금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밖에도 하림신노조는 ▲현재 하림구노조의 위원장이 이사보급 임원의 친동생인 점 ▲2004년 설립 이후 2019년 9월 15일까지 정기총회는 물론 단체협약 체결이 없었던 점 등을 회사의 지배개입을 의심하는 지점으로 꼽고 있다. 배기영 위원장은 “하림구노조의 (규약상) 노동조합 가입 대상 또한 직급으로 규정된 게 아니라 ‘노동조합을 추종하는 자’로 돼 있다. 페이퍼 노동조합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하림신노조는 노동조합 지배개입과 관련한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며, 수사당국의 강도 높은 수사를 요구했다. 배기영 위원장은 “들어오는 제보로는 노트북 교체나 휴대폰 등 관련 자료를 삭제를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사측에 강도 높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10월 5일부터 시작될 국정감사에 윤석춘 하림 대표이사의 증인 출석 여부를 거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종 증인 명단은 오는 27일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