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교육원 1주년 토론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고용노동교육
[고용노동교육원 1주년 토론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고용노동교육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10.06 13:56
  • 수정 2021.10.06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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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기후 위기, 위드 코로나 시대···
고용노동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교육원 역할 모색
5일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이 개원 1주년 기념 토론회 ‘디지털 자본주의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고용노동교육’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5일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이 개원 1주년 기념 토론회 ‘디지털 자본주의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고용노동교육’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한국고용노동교육원(원장 노광표, 이하 교육원)이 개원 1주년을 맞아 고용노동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교육원의 역할을 모색하는 공론장을 마련했다.

교육원은 5일 ‘디지털 자본주의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고용노동교육’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B에서 진행됐다.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은 1989년 10월 노사정 공동 출연의 노동교육 전문기관인 한국노사교육본부로 출발했다. 1990년 9월 한국노동교육원법에 따라 한국노동교육원으로 자리 잡았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기관이 폐지되면서 2009년 3월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부속기관인 노동행정연수원이 됐다. 2011년에는 명칭이 고용노동연수원으로 바뀌었다. 이후 지속적인 독립 논의가 이어지다가 지난해 3월 31일 한국고용노동교육원법이 제정·공포되면서 10월 5일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의 이름으로 다시 개원했다.

노광표 교육원 원장은 “이 자리는 고용노동교육원 개원 1주년을 맞이하여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고용노동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고용노동교육원의 역할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이라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고용노동교육 활성화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고용노동교육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각계의 다양한 요구를 겸허히 듣겠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날 토론회는 두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1주제는 ‘한국의 고용노동교육 평가와 과제’, 2주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고용노동 형태의 다변화에 따른 사회취약계층 교육지원 방안’이다.

노광표 원장은 “두 주제는 독립적이지만 연관돼 있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활성화된 노조운동은 노동교육의 발전을 가져왔지만, 최근 상황 변화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외부 환경 변화는 교육의 내용과 방법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가속화된 고용노동의 다변화는 사용자 없는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어, 고용노동교육은 더이상 사업장의 울타리에 머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인권교육, 왜 필요한가?

1주제 발표를 맡은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우선 노동의 가치에 대한 올바른 인식, 그릇된 노동관이 왜곡돼 치르는 사회적 비용 축소,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 보호를 위해 노동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흥준 교수는 “노동은 자신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노동은 타인을 위한 것이다. 이런 노동이 없으면 사회 유지는 불가능하지만 노동의 가치가 올바로 학습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정흥준 교수는 청소년들이 ‘노동자’보다 ‘근로자’라는 말에 거부감이 덜한 현상이 대표적 예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의정부시 청소년(만 16~19세) 1,090명을 대상으로 고용환경과 노동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청소년의 노동인권에 대한 인식조사와 지방정부에의 정책함의>(장인봉, 2019)에 따르면 노동자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에 ‘그렇다’고 답한 청소년이 35%(381명), 노동자라는 말보다 근로자라는 말에 거부감이 덜하다에 ‘그렇다’고 답한  청소년은 82.9%(904명)이었다.

정흥준 교수는 “이는 ‘일’이란 개념의 노동이란 말보다 ‘부지런함’을 강조하는 근로라는 말을 강요한 결과다. 또한 노동이 (지시와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수동적 행위로 이해돼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보호를 위한 방어적 저항조차 부정적으로 인식된다”라며 “노동에 대해 중립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눈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노동관이 왜곡된 결과 우리 사회가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정흥준 교수는 말했다. 그는 “경제개발기 노동권은 경제 성장을 위해 양보해야 하고 때론 희생조차 정당화됐다. 과거 노동에 대한 그릇된 교육이 현재 임금체불, 직장갑질, 산업재해로 나타나 사회병폐가 됐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임금체불액은 1조 5,830억 원이다. 산업재해 노동자는 10만 7,379명에 달한다. 직장갑질119과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올해 초 직장인 1,0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2020년 1년간 직장내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은 34.1%였다.

또한 정흥준 교수는 15~19세 청소년과 20~24세 청년의 고용률(2019)이 각각 7.6%, 43.5%로 적지 않은 점, 15~24세 청(소)년의 일터에서 부당처우도 심각한 수준인 점을 지적하며 “체계적인 노동인권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흥준 교수는 “노동교육과 노동인권교육을 구분하기도 하는데. 노동인권교육은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 보호를 위해 특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동교육 공식화했지만, 체계화엔 이르지 못해”
한국노동교육의 오늘과 내일

이어 정흥준 교수는 학교 노동교육의 현실을 진단했다. 여성가족부(2020)가 초·등·고등학교 학생 1만 6,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을 받은 청소년은 전체의 50.2%였다. 교육받은 장소는 학교에서 받았다는 응답이 49.1%로 가장 많았고, 특히 직업계고 고등학생 64.1%가 학교에서 노동인권교육을 받았다.

정흥준 교수는 “노동인권교육을 경험한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일반고등학교의 노동인권교육 경험도 늘어나고 있어 양적 측면에서 봤을 땐 고무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정흥준 교수는 노동교육의 지역별 편차, 대규모 강의식 위주인 노동교육 방식, 노동권 침해 문제가 균형적으로 다뤄지지 않는 노동 관련 교과서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흥준 교수는 “우리나라는 노동교육을 공식화했으나 체계화 단계엔 이르지 못했다”며 “이미 2015년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노동교육의 일부가 기존 교과과정에 포함돼 더 이상 노동교육을 받아봤는지 여부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초점은 얼마나 체계적이고 내실이 있는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 정흥준 교수는 4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초·중·고별 체계적인 독립 노동교육 교과과정 실시 ▲교원에 대한 노동인권 직무교육 강화 ▲노동인권교육 극대화 위한 정부부처 간 역할 조정 ▲사업주에 대한 노동인권교육 확대 등이다.

특히 정흥준 교수는 정부부처 간 역할 조정 관련해 교육부총리가 주재하는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위원회를 신설해 민관 협력 위원회 가동을 제안했다. 위원회 아래 각 기관의 역할로는 ▲정부부처(학교 교육, 학교 밖 교육에 대한 정책 수립) ▲지방자치단체(학교 노동교육, 민간부문 노동교육 지원) ▲노동조합(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지원, 정책 의견 개진) ▲비정규직지원센터 등(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사회적 캠페인, 사업주 교육) ▲한국고용노동교육원(노동교육 담당자, 교사 및 노동인권교육 양성) 등이 제시됐다.

정흥준 교수 발표자료 재구성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발표자료 재구성

포스트 코로나 시대, 노동의 변화

이어 김철식 한국학대학원 한국학중앙연구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노동의 변화와 노동교육의 과제를 발표했다.

김철식 연구원은 “코로나19로 고용 충격이 노동시장 취약계층에 집중됐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충격이 즉각 나타난 시점인 지난해 2~4월 사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상용직은 1.5%, 임시직은 9.2%, 일용직은 10.2% 감소했다. 또한 사회 안전망은 취약계층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 2019년 기준 고용보험에 가입한 비임금근로자는 24.9%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의 확산은 디지털 플랫폼 사업 확대와 맞물려 진행됐다. 김철식 연구원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으로 상징되는 급격한 기술발전이 경제와 사회, 인간의 삶과 노동에 점차적으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식 연구원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자동차산업과 서비스산업의 변화, 플랫폼 사업모델의 확산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동차산업은 가치사슬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김철식 연구원은 “기존의 기계부문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IT, 통신, 전자,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사업자들이 자동차산업에 등장하고 있다”며 “기존의 기계부품 부문 중심의 부품공급구조가 대폭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서비스산업은 기업의 주요 서비스 제공 기능이 외주화되고 있다. 김철식 연구원은 “대기업이 기획과 브랜드를 장악하고 자영업자, 독립사업자를 자본-노동관계로 포섭해 서비스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은 표준화된 사업모델을 통해 정보를 중앙집중화한다. 대기업은 집중된 정보를 기반으로 자영업과 서비스 외주업체를 통제한다”며 “결국 ‘가맹본부-가맹점주-가맹점 노동자’라는 중층적 고용관계가 강화·확대된다 된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사업모델의 확산에 대해 김철식 교수는 “플랫폼 업체는 플랫폼 이용자들의 활동에서 데이터를 수집·가공·분석해 수익을 창출한다”며 “이 과정에서 플랫폼노동, 크라우드워크, 긱노동 등 보이지 않는 불안정노동을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시대 산업의 변화는 노동의 탈경계화로 이어진다. 노동과 일상생활의 경계가 약화되고, 고용과 자영, 노동과 비노동의 경계가 약화된다는 의미다.   

김철식 연구원은 “고용된 노동, 임금노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현 사회적 제도의 한계는 노정됐다”며 “탈경계화된 다양한 노동을 포괄하는 노동권, 노동 보호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교육의 과제

고용노동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김철식 연구원은 노동변화에 대한 연구와 다양한 노동형태에 따른 새로운 교육 콘텐츠와 강의를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철식 연구원은 “고용노동교육원이 교육기관이지만 연구기능이 강화되지 않으면 한계가 발생할 것”이라며 “한국노동교육의 허브로서 교육원이 기능하려면 디지털화의 진전이 노동세계에 미치는 영향, 탈경계화되는 다양한 노동실태에 대한 조사·분석 등을 통해 구축된 내부 역량이 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철식 연구원은 “다양한 취약계층 노동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며 “시민교육, 청소년교육 , 소규모사업장 사업주 교육 등 이른바 비임금노동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집합교육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교육 형식이 다양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5일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이 개원 1주년 기념 토론회 ‘디지털 자본주의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고용노동교육’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5일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이 개원 1주년 기념 토론회 ‘디지털 자본주의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고용노동교육’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두 발표 이후 토론자들의 제언이 이어졌다. 김성란 민주노총 교육원장은 “현재 한국의 노동교육은 언발에 오줌을 누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정부 차원에서 노동교육을 필수교과과정, 의무교과과정으로 만들어서 기본적인 노동에 대한 개념부터 노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우리사회에 상식화될 수 있는 수준으로 구축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끊임 없는 노동혐오 발언, 산업재해 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노동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선 노동교육뿐 아니라 노동역사박물관 건립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문주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사회라는 국정과제를 제시하면서 그 내용 중 국립노동역사박물관 건립이 있었다”며 “그러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데도 노동역사박물관은 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문주 본부장은 “노동을 기록하고 보존해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을 위한 인프라로써 노동역사박물관이 필요하다. 2000년대 초반에 고용노동교육원이 노동역사박물관 관련 기초자료 수집 등을 경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고용노동교육원의 역할 중 한 축으로 노동역사박물관 준비를 가져갔으면 한다”고 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도 노동인권교육이 당연히 필요하다”며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정책과 제도를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정말 많다. 고용노동교육의 한 축으로 작은 사업장에 대한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은 “노동교육은 가정, 학교, 사회, 직장에서 입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노동교육을 확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노동단체들도 힘을 함쳐서 만들었던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2019)’은 우리 사회에 순기능이 대단히 많았다. EBS를 통한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교육으로 인한 사회적 순기능이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관병 고용노동부 노사협력과장은 “이번 정부에서 노동교육이 공식화됐지만 체계화는 안 됐다는 지적에 일정 정도 공감한다”며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교육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발견된 토론회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관병 과장은 “노동의 탈경계화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통해 적합한 노동교육을 어떻게 해나갈지도 교육원과 함께 고민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