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 “부당해고 아니”라는 중노위에 행정소송 제기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 “부당해고 아니”라는 중노위에 행정소송 제기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10.12 16:15
  • 수정 2021.10.12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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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노위, “이스타항공 정리해고는 정당” 지노위 판정 뒤집어
“너무나 황당하고 비법리적인 판단”···서울행정법원 간 이스타항공 노동자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가 9일부터 11일까지 세종시 중노위 앞에서 피켓팅을 진행했다. ⓒ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가 중앙노동위원회 판정 전인 8월 9일부터 11일까지 세종시 중노위 앞에서 피켓팅을 진행했다.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

이스타항공의 대규모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나온 가운데,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그릇된 판결을 바로잡아줄 것”을 촉구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9월 전체 1,600명의 노동자 중 605명을 정리해고했다. 당시 제주항공과 인수합병이 성사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상 어려움이 정리해고의 이유였다. 42명의 노동자들은 이스타항공이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노동자들이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올해 5월 “이스타항공의 정리해고는 부당하다”고 판정했지만, 8월 중앙노동위원회는 다른 판정을 내놨다. “이스타항공의 정리해고는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지부장 박이삼)는 12일 오전 10시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는 이스타항공이 정리해고 전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고, 무급순환휴직도 실시하지 않은 점 등이 해고 회피 노력을 하지 않은 증거라고 밝혔다. 정리해고 대상자 발표 전 노동조합과 객실승무원 근로자대표는 무급순환휴직을 제안했지만 이스타항공은 거부한 바 있다. 임금수준이 높은 조종사들을 3개 조로 나눠 1개월 일하고 2개월 쉬는 안이었다. 만약 이 조치들을 다했다면 정리해고를 피하거나 해고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게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또한 이스타항공의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도 명확하지 않았다. 이스타항공은 3개년 인사평가결과에 따라 605명의 해고대상자를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는 인사평가의 주체나 시기, 방식, 점수 부여의 기준 등에 대해 이스타항공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리해고 대상자 중에는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 임원 4명 전원과 대의원 10명이 포함돼 있다.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는 정리해고에서 이스타항공이 노동조합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서울지노위의 이스타항공 42명에 대한 부당해고 판결을 뒤집는 모습 앞에서 1년 4개월간 기나긴 싸움을 이어온 조합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경영상 이유를 신성화하며 해고 회피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근로기준법을 희화화했기 때문”이라며 “오늘 우리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며, 법률적 원칙에 따라 정의롭고 공정한 판결을 촉구한다. 그래서 이스타항공의 무고한 희생양이 되어 길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수없이 반복해서 말해왔지만,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는 코로나19의 역경을 이겨내고 오너가 망친 회사를 지켜내기 위해 고통을 분담하고 힘을 모을 준비가 되어 있다. 노동자에게 목숨이 걸린 판결인 만큼 다시 한 번 신중하고 엄정한 판결을 바란다”고 서울행정법원에 전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 지부장은 “서울지노위의 판단 후 이스타항공 사측은 추가적인 증거나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중노위는 초심 판단을 뒤집었다. 노동위원회는 이스타항공이 회생 과정에 있고 인수할 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해고된 노동자들을 내팽겨치고 결국 자본의 손을 들어주는 우매한 판단을 한 것”이라며 “오늘 행정소송은 이러한 국가기관의 우매한 판단을 명명백백히 가려내 다시금 올바른 판단을 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 땅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없어질 때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1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계획안을 제출했다. 계약을 맺은 ㈜성정에서 인수대금을 받으면 밀린 급여와 퇴직금, 채권 변제 등에 사용할 것이라는 내용이 회생 계획안에 담겼다. 회생법원은 다음달 12일 관계인집회를 열어 이스타항공 회생 계획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관계인집회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정리 채권자와 주주 등이 모여 회사의 정리 절차에 대해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