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삶을 위한 교육과정’ 제안
전교조, ‘삶을 위한 교육과정’ 제안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10.17 19:33
  • 수정 2021.10.17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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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교육과정 개정에 반영해야 할 교사들의 의견
학습량 줄이고, 교사 자율성 높여야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전희영, 이하 전교조)이 ‘삶을 위한 교육과정’을 제안했다. 내년 교육과정이 개정되는 시기를 맞아 전교조가 내놓은 교육과정 총론이다.

그간 전교조는 ‘총론 만들기 모임’을 꾸리고 교육과정 개편을 논의해왔다. 이 모임은 전교조 17개 지부에서 추천한 조합원들과 전교조 교육과정 대응팀에서 자원한 조합원들로 구성됐다. 전교조는 모임에서 만든 초안을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초, 중, 고 급별 교사 토론회로 구체화하고, 5일부터 11일까지 조합원 설문조사를 통해 확정했다. 설문조사에는 조합원 1,764명(초등교사 480명, 중등교사 561명, 고등교사 723명)이 참여했다.

전교조는 15일 오전 11시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삶을 위한 교육과정 내용을 발표했다. 학생의 삶과 교사 자율성, 학습량·난이도 적정화를 고려하는 교육과정안이 운영돼야 한다는 게 전교조의 주장이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전교조의 안은 학교현장에서 교육과정을 직접 운영하는 교사의 실천적 경험을 담은 살아있는 교육과정”이라며 “가장 적합하고 미래 지향적인 교육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교육부는 누구보다 현장 교사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전교조는 교육부에 이 교육과정의 세부과정을 논의하고 협의할 협의체를 제안한다”고 교육부에 적극적인 수용을 당부했다.

전교조가 15일 오전 11시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교육과정, 조합원 설문결과와 삶을 위한 교육과정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주적인 민주시민”이 교육의 목적

전교조는 교육의 목적을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주적인 민주시민’으로 자라는 것으로 뒀다. 인간상에는 자주·노동·창의 비판·문화예술·평등 평화·공동체·생태를 담았다. 교과를 아우르는 범교과 학습주제는 교육 활동 전반에 걸쳐 통합적으로 다뤄진다. 범교과 학습주제로는 ▲민주시민교육 ▲환경생태교육 ▲노동교육 ▲인권교육 ▲성평등교육 ▲통일교육이 선정됐다.

교육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전교조는 학습량과 난도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고 밝혔다. 다양한 학생 참여형 수업을 운영하고, 학생이 학습 내용을 충분히 익히기 위해서다.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초·중·교 교사 74%는 현 학습량이 과다하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전교조는 “과도한 학습 내용을 전달받는 학습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고 충분히 익히며, 동료들과 함께 경험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장의 의견수렴도 없이 수시로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현장에서 겪는 혼란과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장교사와 함께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내년 국가교육위원회에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등생 수업 집중력 고려해
주당 학습시간 설계해야

전교조가 제시한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편성된다. 이 과정은 학생과 교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통합해 시행할 수 있다. 학년 총 수업시수는 180일로, 주간 수업시수는 학생의 발달단계와 수업 몰입도를 고려해 다르게 적용한다. 1·2학년은 21시간, 3·4학년은 24시간 5·6학년은 27시간을 기준으로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1시간 수업은 40분을 원칙으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등은 학생의 생활 리듬과 학교의 실정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또한 전교조는 초등학교에서 한글 교육시간은 늘리고, 한자교육은 삭제할 것을 제시했다. 94%가 넘는 전교조 조합원들도 한글 교육시간을 충분히 편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습결손을 막고, 입학 초기 적응을 한글 교육으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중학교 자유학기에
다양한 체험 이뤄져야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는 자유학기로 운영된다. 시기는 학교 자율로 운영한다. 자유학기에 지역사회와 연계한 진로 탐색 활동, 주제 선택 활동 등 다양한 체험 중심의 활동이 운영돼야 한다는 게 전교조의 의견이다. 자유학기에 중간・기말고사 등의 지필 평가는 실시하지 않는다.

중학교는 학습 부담을 적정화하고 의미 있는 학습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기당 이수 교과목 수를 8개 이내로 편성한다. 단 체육, 예술(음악·미술) 교과는 이수 교과목 수 제한에서 제외한다. 학교는 필요한 경우에 새로운 선택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이 경우 시・도 교육청이 정하는 지침에 따라 사전에 필요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55.3%의 전교조 조합원들은 학교폭력 대응책으로 도입된 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이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육 활동은 체육 수업을 충실하게 운영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현장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다. 현재 스포츠클럽 강사의 관리와 강사비 지급 업무는 교사가 담당한다. 교사들은 지역에 따라 비전공 교사가 스포츠클럽을 맡는 등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전교조가 15일 오전 11시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교육과정, 조합원 설문결과와 삶을 위한 교육과정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민선 전교조 참교육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일반계 고등학교 수업 이수 단위 축소하고
‘노동교과’ 배우는 직업계 고등학교 만들어야

전교조는 일반계 고등학교의 수업 이수 단위를 204단위에서 180단위로 축소하자고 주장했다. 공통과목의 비율은 41%(2015년 교육과정은 27%)로 높였다. 사회탐구, 과학탐구영역은 균형을 위해 과목별 시간을 배정한다. 전문 교과의 경우 과목을 개설할 때 단위 수의 제한을 둔다. 전교조는 전문교과에서 과학 계열의 고급과목은 폐지하고, 외국어 계열은 전면 재편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직업계 고등학교 과목분류 수정도 요구했다. 기존 ‘전문공통과목-기초과목-실무과목’에서 ‘공통 노동교과-종합 노동교과-일반 노동교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공통 노동 교과(1학년)와 종합 노동교과(2학년)는 계열 간 구분이 낮고 보편적인 내용으로 구성된다. 일반 노동 교과(3학년)는 현장실무과목이 아닌 각 계열이 필요로 하는 직업군의 기초 지식으로 이론과 실습을 통합한 교과 내용으로 한정한다.

이민선 전교조 참교육실장은 “직업계 고등학교의 전공은 지나치게 세분돼서 직업을 바꾸거나 전공과 조금 다른 직업을 선택할 때 제한점이 있다”며 “직업에 대한 보편적인 것을 직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3년간 배우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이 편향된 교육을 받지 않도록 각 영역에 치우침이 없는 교육과정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토론과 협의 과정에서 의미 있는 제안들도 입시경쟁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어 많은 한계를 느꼈다”며 “대입제도가 고교교육 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음을 절감했다. 대학입시 자격 고사화와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한 노력을 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