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마스코트 ‘참둥이’] “새정부, 내 공약 참고해 교육정책 재검토하길”
[전교조 마스코트 ‘참둥이’] “새정부, 내 공약 참고해 교육정책 재검토하길”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03.31 00:00
  • 수정 2022.03.31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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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가상의 당인 ‘교사도정치한당’ 통해 마스코트 ‘참둥이’ 대선 출마시켜
학급당 학생 수 20명·대학서열화 해체·교원 정치기본권 보장 등 전교조 주요 요구가 공약

20대 대선 기간엔 ‘노동 없는 대선’이라는 문구가 자주 보였다. 그러나 빠진 건 노동만이 아니다. 전희영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위원장은 “교원들에게 이번 대선은 ‘교육 없는 대선’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더욱 커진 교육 격차를 해소할 방안을 후보들이 제시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교육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자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에는 교육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또한 안철수 인수위장은 후보 단일화 전 교육부를 폐지할 것이라 공약한 바 있다. 전교조가 교육부의 존속 여부를 우려하는 이유다.

전교조는 교육정책의 당사자이자 전문가인 교원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교원들이 교육의 중요성을 말하는 후보와 정당을 지지하고, 교육정책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당 가입, 정치자금 후원, 선거운동을 포함해 학교 밖에서 행하는 교원의 정치적 표현들은 우리나라에서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된다. 2016년 총선 당시 SNS에 정치 관련 기사를 공유했거나 ‘좋아요’를 누른 교사 70여 명은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당했다. 2014년에는 200여 명의 교원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2011년에는 1,500명이 넘는 교원이 월 1만 원의 정당 후원금을 이체했다는 이유로 형사절차를 경험했다.

정치기본권을 빼앗긴 선생님들을 대신해 전교조 마스코트 ‘참둥이’가 나섰다. 전교조는 20대 대선 기간 가상의 정당인 ‘교사도정치한당’을 통해 참둥이를 대선에 출마시키는 선전 사업을 진행했다. 현직 교사인 참둥이는 “선거법 개정으로 고등학생들은 정당 가입과 정치 활동이 가능해졌는데 정작 선생님은 정치기본권이 없다”며 비통해했다. 정말 대선에 출마할 수는 없었지만, 선생님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참둥이에게 교원과 학교에 필요한 정책을 물어봤다.

전교조 마스코트 참둥이. 참둥이는 현직 교사로, 도덕·윤리 선생님이다. ⓒ 전교조 

“학급당 학생 수 20명·대학서열화 해체
학교 업무 정상화···가야 할 길은 명료”

- 참둥이는 정치기본권이 없는 선생님들을 대신해 20대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말했어요.

네! 안녕하세요~ ‘교사도정치한당’의 참둥이라고 합니다. 학교에서 도덕·윤리를 가르치고 있어요. 국가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중심으로 교사들의 뜻을 대변하기 위해 대선 가상 후보로 나서게 되었지요.

- 참둥이의 주요 공약은 무엇이었나요?

첫 번째 공약은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교육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유아는 14명) 상한 법제화예요.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을 살피며 눈맞춤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지요.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정책입니다. 모든 학생에게 평등한 배움의 권리를 보장하는 첫걸음이기도 하고요.

두 번째는 입시경쟁 해소와 대학서열화 해체를 위한 대입체제 개편이에요.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은 대학입시에 종속되어 있다고들 하죠. 극단적인 대학서열, 학벌과 학력에 따른 차별, 등급, 표준점수, 변환표준점수에 따라 순위를 세분화하는 국가 수준 대학입학시험은 숨 막히는 대입 경쟁을 불러와요. 초중등교육도 자유로울 수 없어요. 그래서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의 국립대를 하나의 대학처럼 묶어 공동으로 입학하고 수업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해요. 전국 어디에서도 자기 지역의 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대입 경쟁도 완화해야 하고요.

또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학생을 줄 세우는 것이 아닌, 대입 자격 여부를 검증하는 시험으로 바꿀 거예요. 이것으로 대학서열과 대입 경쟁을 완화해야 살인적 입시경쟁, 과도한 사교육, 지역 간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교사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교 업무를 정상화하자는 공약도 있었어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가 수업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교육은 교사에게, 행정은 직원에게, 부족한 인력은 추가 채용! 가야 할 길은 명료합니다.

- 참둥이의 공약이 인수위에서 논의될지는 미지수인데요. 새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노자의 도덕경을 보면 백성들이 누가 군주인지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군주가 최고의 군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선자의 교육공약을 보면 학생과 교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내용들이 많더군요. 대입 정시 비율 확대라든지, 모든 학생의 학력 진단·평가라든지 하는 정책들이 오히려 교육격차를 벌리고 학생들을 끝없는 경쟁으로 몰아갈 수 있거든요. 제 공약들을 참고해서 교육정책을 재검토하시길 바랍니다. 이젠 차별과 경쟁을 넘어 평등과 협력의 교육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법안 통과 위한 목소리 모아야”

- 공약에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도 있던데, 참둥이도 정치기본권이 없어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나요?

도덕과나 사회과 수업에서는 사회적 이슈 관련 이야기를 자주 나눠요. 교과서에 제시된 보편적 가치를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예시가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교사라면 한 번쯤 ‘혹여 정치적인 발언이라며 신고당하지는 않을까?’ 자기 검열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정치적 이슈에 대한 교사의 생각을 학생들이 물을 땐 에둘러 답하기도 하고요. 선거법 개정으로 고등학생들은 정당 가입과 정치 활동이 가능해졌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적극적인 질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봐요.

가장 큰 어려움은 소위 교육전문가로 불리는 교사들이 정치권의 말도 안 되는 교육정책에 쓴소리 한 번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이에요. 교육의 당사자인 교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교육정책에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점은 블랙코미디예요. 이렇게 양산된 교육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교사와 학생에게 돌아오게 돼요.

 ⓒ 전교조 

- 선생님들에게 정치기본권은 왜 중요한가요?

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면 수업을 통해 학생에게 교사의 정치적 신념을 강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죠. 하지만 퇴근 후에는, 최소한 사적 공간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교사에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인터넷, 개인 SNS 활동을 하면서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로 기소되는 삶을 생각해 보세요. 그저 교사도 개인의 공간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교사들이 교육정책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도 중요해요. 올바른 교육정책을 만들 정치인을 선택해야 하니까요. 아, 올해 전교조는 50만 교원의 뜻을 모아 정치기본권 확보를 요구한다더라고요. 저도 전교조 선생님들과 함께 교원들의 뜻을 모아나가는 데 힘을 보태려고요. 국회에 계류 중인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민들도 한목소리를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아차, 이제 선거가 끝났죠? 차별과 경쟁을 넘어 평등과 협력의 교육을 만들어 갈 사람은 대통령 한 명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아이들의 눈을 떠올리면서 더욱 힘내서 나아갑시다! 저, 참둥이도 여러분과 함께 힘차게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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