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교육 시계 되돌리기, 교육노동자의 소명”
“거꾸로 교육 시계 되돌리기, 교육노동자의 소명”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12.29 09:12
  • 수정 2022.12.29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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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경쟁교육 강화는 이미 실패한 정책··· 국민 손잡고 새 교육체제 만들 것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전희영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다시금 창립선언문을 읊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저들의 협박과 탄압이 아니라 우리를 따르는 학생들의 해맑은 웃음과 초롱초롱한 눈빛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이었다.

창립선언문을 떠올려야 할 만큼 향후 4년은 전교조에게 절박한 시간이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전교조는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에 ‘퇴행’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해왔다. “교육개악에 맞서 싸울 조직은 전교조밖에 없다”는 이야기들에 전희영 위원장의 마음도 무겁다.

그래도 교육노동자에 부여된 소명을 다해야 한다. 전희영 위원장은 앞선 9일 제21대 임원 선거에서 52.08%의 지지를 얻어 재선했다. 학생들의 오늘과 내일이 행복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는 전희영 위원장을 지난 12월 21일 만났다.

교육주체·국민 힘 모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어

- 치열한 경선 끝 제21대 위원장이 됐다.

기쁘기보다 무겁다. 윤석열 정부의 반교육정책을 막아내고 교육개혁으로 한걸음 전진하는 투쟁을 할 것을 수많은 국민이 전교조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학교는 교육이 가능한 공간이 아니다. 교사들이 마음껏 가르칠 수 있는 권리인 교육권 확보가 절실하다. 학교 현장의 가장 절실한 교육권 문제를 전면에 내걸었던 후보이기에 조합원의 선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정권에 맞서서 당차게 투쟁하고, 거침없이 교육할 권리를 쟁취하는 전교조에 대한 기대와 요구들을 이번 선거를 통해 더욱 절절하게 확인했다. 어깨가 무겁지 않을 수 없다.

- 재선은 조합원들이 지난 2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반증일 것도 같다. 활동 중 가장 기억나는 일은 무엇인가?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투쟁이다. 교육주체들과 국민들이 힘을 모으면 어떠한 일도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은 투쟁이기도 하고, 전교조 조합원들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꼈던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전교조가 해야 할 투쟁의 방향이라 생각한다.

- 제20대 집행부의 성과는 무엇인가?

우선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투쟁, 만 5세 초등취학 저지 투쟁 등 국민들과 함께 하는 투쟁을 힘차게 벌여냈던 것이다. 전교조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투쟁이었다. 두 번째로는 그동안 정권의 탄압 등으로 전교조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안타깝게도 감소세였던 조합원 수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특히 20~30대 청년교사들이 많이 가입했다. 교사들의 지지를 받는 투쟁과 사업을 벌여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경제위기 때야말로
공교육 강화할 시점

-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교육개혁과 개정 교육과정부터 교원의 노동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금까지 대대적인 손질이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 출범 때부터 교육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는 경제부처’, ‘전 부처의 산업부화’를 주문하면서 정부는 교사를 줄이고, 교육재정을 깎고, 특권학교는 유지·확대하고, 일제고사식 학업성취도평가를 확대하고, 교육과정은 정권의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고 있다. 학생 맞춤형 교육을 하겠다면서 학급당 학생 수 상한제와 교원 충원에는 관심이 없고, AI(인공지능) 보조교사와 디지털 교과서를 말한다. 이런 기조가 계속된다면 결말은 경쟁교육 강화, 교육불평등 심화, 공교육 황폐화다.

경쟁교육 강화는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 실패한 정책이다. 다시 경쟁교육 강화 기조로 나간다는 건 정부의 책임을 가리기 위한 게 아닌가 싶다. 경쟁교육이 강화되면 사회적 책임보다는 개인의 책임이 강조된다. 오랜 기간 코로나19를 겪고 경제위기로 민생이 어려운 때다. 이런 때일수록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 정책 중 가장 퇴행이라 판단하는 정책은 무엇인가?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 특권학교 존치 정책과 2022 개정 교육과정 퇴행이다. 자사고와 특목고의 존재는 극심한 대학 입시 경쟁 구도를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 확장시켜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키우고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방해해 왔다. 자사고·특목고가 생기고 학생들은 더 어릴 때부터 입시 경쟁 대열에 내몰렸고, 이에 따른 교육 정상화의 목소리가 커져 왔다.

이주호 장관이 자사고, 특목고 존치를 뼈대로 하는 ‘고교 체제 개편 방안’을 내년 2월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대입제도는 크게 손대지 않으면서 고교 전과목 절대평가 전환도 하겠다고 한다. 특권학교와 수능 상대평가를 그대로 둔 채 고교 내신만 절대평가로 바꾸면 당연히 특목고와 자사고만 유리하게 된다. 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는 거다. 고교 내신 절대평가는 반드시 수능 절대평가, 나아가 수능 자격고사화를 바탕으로 하는 대입제도 개편, 대학 서열 해소와 함께 가야 한다.

정치적 입김에 흔들리며 퇴행을 거듭하던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결국 누더기가 된 채 고시됐다. 노동교육과 생태전환교육이 총론 교육목표에서 삭제됐다.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로 수정되었고, ‘성평등’과 ‘성소수자’는 삭제됐으며, ‘노동자’는 ‘근로자’로 바뀌었고, ‘기업의 자유’가 강조됐다. 정권의 입맛대로 교육과정을 퇴행시키는 것은 반헌법적이라 본다.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이렇게 무참히 짓밟아서는 안 된다.

- 당선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퇴행하는 정권에 맞서 투쟁하는 전교조가 되겠다”며 “홀로 떨어져 외롭게 투쟁하는 전교조가 아니라 국민의 지지 속에서, 50만 교사들의 지지 속에서 투쟁하는 전교조가 되도록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교육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의 반교육정책은 계속될 것이다. 공교육을 황폐화시키는 반교육정책에 맞서려면 우선 50만 교사들의 힘을 잘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당사자인 교사들이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크게 외칠 때 교육개악을 막아낼 수 있다.

광범위한 연대전선을 만들어 국민의 지지를 얻는 투쟁을 만들어 갈 것이다. 단순히 현실개혁만이 아닌 새로운 교육체제를 만들어가기 위한 투쟁에 선생님들과 국민의 손을 잡고 힘차게 나아가겠다. 각종 교육사안에는 다양한 창구를 활용해 교섭과 협의회를 요구하고, 50만 교사의 지지를 받는 조합원의 투쟁으로 교섭을 성사하겠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입법청원 논의 않는 국회
책임 방기하면 더 큰 공동투쟁

- 막아내야 할 것도 얻어내야 할 것도 많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들이 진행했던 입법청원들이 아직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다.

국회의 명확한 책임 방기다. 정부 또한 예산이 없고 경제가 어렵다는 둥, 국민 여론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둥 온갖 핑계를 대며 교사, 공무원의 목소리를 무시한다. 정부와 국회가 계속 책임을 방기하면 교사와 공무원은 더 큰 공동투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

우리가 얘기하는 교원의 정치기본권은 편향적 교육을 할 권리가 아니다. 공무를 수행할 때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정하게 역할을 수행하고, 근무 외 공간에서는 기본권의 주체인 시민으로서 권리 행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에게 24시간 내내 정치적 무권리 상태로 가만히 있으라 강요하는 건 야만이다. 교사는 정당에 가입하기는커녕 지지하는 후보에게 후원금을 내지도 못한다. 선거운동은 고사하고 후보의 선거공약에 대한 의견을 표현할 수조차 없고, 현직교사는 교육감 선거에 입후보할 수도 없다.

SNS에 ‘좋아요’를 누를 때에도 고발당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교사의 신세는 실로 정치적 노예 신세나 다름없다. OECD 국가 중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정치적 주제로 편향적인 교육을 할 것이 걱정이라면 독일의 보이텔스바흐협약처럼 민주시민교육의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면 된다. 이에 대한 준비도 상당히 진행돼 있다. 교원·공무원 정치기본권 보장은 정치권의 의지 문제다.

- 청년 교원 조직화·지역지부 강화 계획은?

청년조직실을 설치할 예정이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청년교사들이다. 업무는 과다하고, 임금과 연금은 낮고, 교사로서의 자존감은 떨어져 있다. 청년교사가 주인이 돼서 청년교사들 앞에 놓인 문제를 투쟁으로 돌파해야 한다.

지난 2년 동안 청년부위원장을 선임하는 등 다양한 청년교사 사업을 해왔지만 집행기구를 설치하지 못해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는 청년조직실을 별도로 설치해 청년교사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려고 한다. 청년교사의 눈으로 전교조 조직을 진단하고, 진단을 토대로 조직체계를 개편하는 논의도 시도하려 한다.

- 수많은 과제에 어깨가 무겁겠다. 그럼에도 “조합원들과 국민의 힘 모아 투쟁”하며 교육 개혁을 해야 할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교육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동시에 세상이 바뀌어야 교육이 바뀐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노동자인 교사에게 부여된 사회적 소명이 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저들의 협박과 탄압이 아니라 우리를 따르는 학생들의 해맑은 웃음과 초롱초롱한 눈빛 바로 그것”이라는 초기의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학생들의 오늘과 내일이 행복한 세상, 우리 모두가 꿈꾸는 참세상, 투쟁으로 함께 만들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