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대입제도 개편 없는 고교학점제 확대, 교육불평등 심화 우려”
전교조, “대입제도 개편 없는 고교학점제 확대, 교육불평등 심화 우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11.04 18:54
  • 수정 2021.11.04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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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교사 1만 1,749명 ‘고교학점제 재검토’ 촉구 서명
고교학점제 전 수능 자격고사화·교원 정원 확대 요구
전교조가 4일 오전 11시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대입제도 개편 고교학점제 재검토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전교조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전희영, 이하 전교조)이 고교학점제 확대에 다시 한 번 우려를 표했다. 

전교조는 4일 오전 11시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대입제도 개편 고교학점제 재검토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고교학점제 재검토를 촉구하는 교사들의 서명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서명에는 전국 교사 1만 1,749명이 참여했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는 제도다. 학생들은 진로에 맞는 수업을 선택해 3년 동안 192학점을 나눠 듣는다. 지난 8월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를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고등학교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는 마이스터고에 고교학점제가 우선 도입된 상태다. 2022년에는 특성화고에 적용된다. 2023년에는 일반계 고등학교 1학년에게 고교학점제가 시행된다.

전교조는 대학입시제도가 먼저 개편되지 않고는 고교학점제로 학교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획일적 평가방식인 수능이 바뀌지 않으면 학생들은 대입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게 되고,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한다는 취지가 변질될 수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교육인프라가 열악한 비수도권 학생들에게 고교학점제가 오히려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학교가 작으면 그만큼 다양한 수업이 개설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인근 학교와의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 지역사회 기관을 활용해 학점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읍·면 지역의 학교에는 마땅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원 증원 없이 고교학점제가 추진되면 교사들의 업무 부담도 커진다. 고교학점제로 교사 한 명이 담당해야 할 과목 수가 늘어나고, 그만큼 수업준비와 평가, 기록해야 할 업무들도 따라 늘어난다. 고교학점제를 적용 중인 선도학교에서 교사의 전공과 관련이 없는 과목을 맡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전교조의 설명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교조는 교육부에 고교학점제 확대 전에 ▲수능 자격고사화 ▲다교과 지도교사 수업시수 감축, 교원 정원 확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 대책 마련 ▲기본 소양 함양을 위한 공통과목 및 필수 이수 단위 확대 ▲과목 선택 및 교육과정 편성 시 민주적인 협의회 운영 제도화 등을 먼저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전교조는 “고교학점제의 방향이 과연 바람직한가는 논외로 치더라도, 고교학점제를 운영하려면 반드시 기반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며, 심지어 계획조차 발표되지 않았다. 현장 교사들은 지금처럼 고교학점제를 확대한다면 학생 선택 존중이라는 취지는 무색해지고 오히려 학생, 학부모의 혼란만 커지며 교육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연구 선도학교 운영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외면한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은 제도의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전교조는 교사들의 서명을 시작으로 대입제도 개편과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고교 교사들의 힘을 계속 모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와 관련해 교육부 고교교육혁신과 관계자는 “이전에도 이 문제제기가 있었고, 이행계획을 발표하며 준비해가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며 “교원단체들과 정례적인 소통 자리를 통해 구체화된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