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노동시장 개혁... ‘노동시간 제도 개선’, ‘임금체계 개편’이 키워드
새 정부 노동시장 개혁... ‘노동시간 제도 개선’, ‘임금체계 개편’이 키워드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06.23 21:28
  • 수정 2022.06.23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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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노동시간 무한대로 늘려... 직무성과급제로 임금 저하 우려”
경영계, “기업 일할 맛 나는 환경 조성될 것... 일자리 창출에 도움”
23일 고용노동부가 새 정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 KTV 갈무리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노동시간 제도 개선’, ‘임금체계 개편’ 두 가지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추가 개혁 과제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발굴하고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23일 오전 고용노동부가 새 정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발표에 나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우리 노동시장은 이중 구조,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 구조적 문제가 여전한 가운데 4차 산업혁명, 저출생·고령화, 세대의 변화 등 거대한 변화 속에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노동시장 개혁 추진의 배경을 전했다.

노동시간 제도 개선,
'실노동시간 단축'과 '탄력 운영' 방안 모색

이어 노동시장 개혁 우선 추진 과제로 ‘노동시간 제도 개선’ 및 ‘임금체계 개편’ 두 가지를 꼽았다. 노동시간 제도 개선은 실노동시간 단축과 기업이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휴일·휴가 활성화 △재택·원격근무 등 근무방식 다양화 △연장 근로를 휴가로 보상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연장 근로시간 ‘주 단위’ 관리를 노사 합의로 ‘월 단위’로 관리 △선택적 근로시간 정산기간 확대 △근로시간 변화에 따른 건강보호 조치 방안 마련 등을 진행하겠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임금체계 개편,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 관련해서는 “인구구조·근무환경·세대특성 등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임금체계를 준비해야 한다”며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과 확산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고용노동부는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미국의 O*net(오넷)과 같은 풍부한 임금정보를 제공하는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개별 기업에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을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두 가지 과제 추진을 위해 오는 7월 중 전문가 중심의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만들어 정책안을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칫 전문가 중심으로 흐를 수 있는 우려에 연구회 구성 관련 노사 의견을 묻겠고, 연구회가 정책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사 의견이 충분히 수렴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고용노동부는 설명했다.

노동계, "'무한 노동'과 '임금 삭감' 우려"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노동계는 개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고, 경영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은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인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선언”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 대안이 아니라 사용자단체 요구에 따른 편파적 법·제도 개악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아무런 제한 없는 초장시간 노동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월 단위 관리가 아닌 ‘1일 단위’ 최장노동시간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연장근로시간은 주 12시간 ‘주 단위’ 관리다. 이를 ‘월 단위’ 관리로 바꾸면 단순 계산했을 때 대략 52시간*이다. 월 52시간으로 배정된 연장근로시간을 최대로 1주에 몰아넣는다면 주 92시간 노동도 가능한 셈이다.
* 1년을 52주로 계산했을 때, 1년 최대 연장근로시간은 12시간 × 52주 = 624시간, 624시간 ÷ 12달 = 52시간/달

또한 한국노총은 “연공성 임금체계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리에 부합하지 않고 기업 내부 격차 확대 원인이라는 지적에 일부 공감하지만, 가구주인 노동자가 전적으로 임금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경제사회구조는 그대로 둔 채 직무성과급제 확대 추진은 중장년층 노동자 임금을 깎겠다는 말”이라고 짚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주52시간제를 무력화하고 노동시간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도록 노동시간 유연화 확대, 사용자의 성과평가 권한과 임금저하를 위한 직무성과급제 확대, 이를 위한 노동자 간 갈등을 조장하겠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것 없는 발표, 노동담당 부처 장관으로 소신과 전문성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통해 노동시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 세부 방향과 관련된 입법과제와 정책과제를 마련한다고 했지만,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과 국정과제에서 주요 정책으로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연구회는 명분 쌓기용에 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영계, "일할 맛 나는 환경 조성 기대... 일자리 창출 도움 될 것"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오늘 발표를 적극 환영한다”며 “오랜 기간 요구해 온 ‘노사합의에 의한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등이 포함돼 중소기업들이 일할 맛 나는 노동환경이 조성될 것”이라 밝혔다.

또한 “세부 개혁과제인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가 반영돼 경직적 주52시간제 틀 안에서 고질적인 인력난과 불규칙적 초과근로를 힘겹게 대응해 오던 중소기업계의 애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근로시간 제도 개선과 임금체계 개편 방향성에 공감한다”며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간제 및 파견 규제에 대한 개혁도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개선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고, 향후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사업장 점거 전면금지를 서둘러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