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고용안정’ 요구하는 기아차지부, 교섭 어디까지 왔나?
‘미래 고용안정’ 요구하는 기아차지부, 교섭 어디까지 왔나?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08.01 11:06
  • 수정 2022.08.01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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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지부 22년 임단협, 산업전환기 ‘고용안정’에 방점
여름휴가 이후 사측에 “전향적인 안 제시” 요구··· 8/10 임단투 출정식
[인터뷰] 홍진성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
홍진성 기아차지부장이 지난 30일 1인 시위 ⓒ 금속노조
홍진성 기아차지부장이 지난 30일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빌딩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 기아차지부

2022년 단체교섭 중인 기아차 노사가 최근 5차 본교섭을 마쳤다. 교섭은 8월 첫주 여름휴가 이후 다시 이어질 예정이다. 기아차지부는 사측에 “전향적인 안 제시”를 요구하며 휴가가 시작된 지난 주말부터 양재동 사옥 앞 1인 시위에 돌입했다. 본격적인 임금·단체협약 투쟁(임단투)을 예고한 것이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지부장 홍진성, 이하 기아차지부)는 30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빌딩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기아차지부는 “노동조합답게 투쟁으로 (임단협을) 쟁취하기 위해 휴가기간임에도 30일(토) 양재동 1인 시위를 시작한다”며 “22년 임단투 승리까지 우리의 요구안을 양재동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차지부의 올해 단체협약 키워드는 ‘산업전환기 고용안정 쟁취’다. 이를 위해 기아차지부는 별도요구안 형태로 △임금체계 개선(신호봉표 도입*·완전월급제** 추진 등) △산업전환기 고용안정 보장(PE모듈 등 미래차 핵심 부품 사내 조립·미래차 관련 국내공장 신설 및 신규 투자 등) △신규인원 충원 및 정년연장 등을 제시했다.

*호봉제도 개선 및 호간 금액 상향 요구(호간 차이 2만 원, 정기2호봉 승급 시 4만 원)
** 연장노동수당, 휴일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변동급)을 기본급(고정급)화하는 것. 산업전환기 물량 변동에 따른 임금 불안정성을 낮추기 위한 요구

단체협약 주요 요구안은 △기본급 16만 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이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6월 22일 단체교섭 상견례를 시작으로 7월 28일까지 9차 실무교섭, 5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이 기간엔 노동조합의 요구안을 2회독 했다. 여름휴가 이후 사측의 제시안이 나온다면 본격적인 교섭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첫 1인 시위 주자로 나선 홍진성 기아차지부 지부장은 <참여와혁신>과 만나 “본사는 어느 안건 하나 시원하게 답변하는 것 없이 부정적으로 얘기하고 있다”며 “(우리의) 투쟁 방향은 8월 10일 임단투 출정식 이후 노동조합의 요구안에 대한 회사 측 답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7/21) 단체교섭을 마무리한 현대차지부와 비슷한 수준에서 기아차지부도 합의할 거란 전망에 대해선 “현대차 교섭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자주적인 교섭을 하고 있다”고 홍진성 지부장은 말했다. 특히 △임금체계(완전월급제·신호봉 체계 도입) △기아의 자동차산업 외 신사업 계획 관련한 측면에서 현대차지부와 차별점이 있을 거로 내다봤다.

아울러 홍진성 지부장은 임단협 이후에는 기아의 위탁생산 공장인 동희오토와 법인통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현장을 조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전환기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미래 고용안정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법인통합이 되면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기아차지부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아래는 홍진성 지부장과 일문일답

홍진성 기아차지부장 ⓒ 기아차지부
홍진성 기아차지부장 ⓒ 기아차지부

- 현대차지부가 최근 단체교섭을 마무리했다. 기아차지부도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에서 합의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양재동에선 현대차 합의를 기준으로 기아차뿐 아니라 계열사까지 적용하려 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그런데 기아차지부는 현대차 교섭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자주적인 교섭을 하고 있다. 기아차가 현대차에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당연히 기아차지부의 요구안에 맞춰서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기아차지부의 교섭 결과는 현대차와 어떤 측면에서 다를 거라고 보나?

물론 현대차지부와 사전에 협의해서 공동 요구안을 만들었기에 비슷한 내용이 있을 거다. 다른 점이라면 우선 임금체계다. 현대차지부는 임금체계 개선에 합의하기로 했다. 기아차지부는 더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완전월급제 요구가 명확하게 들어가 있다. 호봉체계도 현대차와 비슷하긴 하지만 신호봉 체계를 내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기아는 지난해 사명을 변경했다.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뺐다. 이는 자동차산업 외에 신사업도 하겠다는 건데, 향후 신사업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안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신사업이 어떤 사업이든 노동조합에 계획을 제시한다면 환영할 일이다. 이는 회사가 어떻게 나아갈지 노동조합과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 현재 교섭 상황은 어떤가? 

노동조합 요구안을 2회독 했다. 본사는 어느 안건 하나 시원하게 답변하는 것 없이 부정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 지난 ‘7.20 금속노조 총파업 대회’에서 “안정적인 미래고용 쟁취”가 올해 기아차지부 투쟁의 핵심이라고 했다. 교섭에서도 마찬가지인가? 

그렇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엔 어디에, 무엇을, 얼마나 투자하는지, 그리고 고용 창출 인원까지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국내는 투자 금액만 이야기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그래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라는 거고, 당연히 그 계획에 따라 노동조합과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금은 노동자들의 생존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산업전환기다.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회사가 어떤 계획인지 확인하고, 노동을 배제한 계획이라면 당연히 노동조합다운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기아에 이미 발표된 미래차 계획 관련해선 노동조합과 협의 중인가? 

단체협약에 따라 조합원의 고용 관련 사안은 노동조합과 협의·합의해야 한다. 기아는 화성공장에서 새로운 차종인 PBV(목적기반차량) 전용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관련 협의를 노사 간 진행 중이다. 소하 1공장에선 EV9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노동조합과 협의는 완료돼가고 있다. 소하 2공장에서도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조만간 노조와 협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광주공장엔 아직 회사가 미래차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

- 기아차지부가 요구하는 미래 계획을 더 설명해 달라. 

문제는 내연기관차 생산이 줄고 신엔진, 신변속기 소재까지 개발을 멈춘 상황이다. 그러면 해당 공장 조합원들의 고용을 어떻게 할 건지 계획을 회사에 요구하는 거다. 그리고 회사가 이미 주요 부품을 외주화·모듈화하고 있는데, 지금보다 더 많은 자동화가 진행된다고 하면 사실 노동자들은 갈 데가 없다. 그래서 완성차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미래차 주요 부품들을 내재화해 생산해야 한다는 거다.

- 외주화·모듈화가 기아차 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협하는 것 외에 다른 문제는?

외주화·모듈화는 생산을 안정적으로 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소자 수급 문제 때문에 생산이 원활하지 않다. 미출고차가 70만대 수준이다. 신차를 계약한 고객이 14개월 이상 기다린 경우도 있다. 작은 부품이지만 생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년 전에는 중국산 와이어 하네스 공급 차질로 생산이 중단됐다. 불과 한 달 전엔 연료탱크가 입고되지 않아 생산이 멈췄다. 조합원들은 휴무를 써야 했다.

이런 불확실한 문제를 안고 있으면 결국 나중에 경제위기 등 위기상황에서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극복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다. 늘 그래왔다.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주요 부품을 내재화해야 한다. 이는 모든 완성차 공장에서 중요한 문제다. 현대차에서도 비슷한 상황일 거다. 현대차지부는 올해 전기차 공장 신설 합의를 했지만 내년, 내후년에도 현대차지부든 기아차지부든 완성차공장에선 비슷한 요구가 계속 이어질 것이다. 

- 완성차공장에서 주요 부품을 내재화하면 협력사들의 생존 문제와 연결된다. 같은 맥락에서 기아와 동희오토 간 법인통합을 요구하는 건가? *동희오토는 기아와 자동차 부품사 동희홀딩스의 합작회사로 기아의 경차 모닝과 레이를 위탁생산한다.

그렇다. 미래차로 전환되는 시기에 기아차를 생산하고 있는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다. 수익의 100%가 기아에서 나오는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결국 기아차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기에 이들의 안정적인 미래 고용을 확보하는 투쟁을 기아차지부에서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금까지 기아차지부에서 한 번도 요구한 적이 없는 내용이다. 아직 기아차는 부정적인 반응이긴 하지만, 노동조합은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이는 반드시 이뤄져야 할 과제라고 보고 있다.

- 동희오토와 법인통합이 기아차지부 단체교섭 요구안은 아닌데, 단체협약과 관련된 면이 있나?

단체협약에 명시된 내용이 있다. 동희오토에 신차를 투입하려면 회사는 기아차지부와 합의를 해야 한다. 그러니 기아차지부 소속이 아니라면 신차 생산을 동희오토 노동조합이 사측과 합의하긴 어려운 구조다. 법인통합을 해서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기아의 정규직 직원이자, 기아차지부의 조합원이 돼야 한다. 동희오토 노동자는 3,000명이 조금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 동희오토 노동조합과는 논의가 된 건가?

동희오토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이 있고, 한국노총 조합원이 있다. 금속노조 동희오토지회와는 논의를 하고 있다. 한국노총 노조 대표자와도 만나려고 시도했는데, 아직 못 만났다. 한국노총 쪽도 기아가치부가 이런 요구하는 걸 알고 있다. 그들도 환영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단 눈앞에 있는 임단투에 집중하고, 단체교섭이 끝나면 적극적으로 현장을 조직해나갈 계획이다.

- 현대차지부 임금교섭과 차별점으로 언급했던 완전월급제는? 

산업전환에 따라 불안한 임금체계도 바꿔야 한다. 제조업 생산직은 기아차뿐 아니라 우리나라 어디에서 일하든 대부분 낮은 기본급에 많은 금액을 수당으로 채우는 임금구조다. 기아차도 수당이 굉장히 많은데, 이 변동급을 통합해 안정적인 고정급, 월급제로 바꿔야 한다는 거다.

반면 회사는 직무급제, 성과연봉제를 하겠다는 건데 노조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무한 경쟁을 통해 노동자들의 임금구조는 안정되지 않고, 정규직이긴 하지만 늘 경쟁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금속노조는 노동중심 산업전환을 내걸고 투쟁하고 있다. 당연히 기아차지부도 산업전환기에 우리의 내일을 어떻게 준비할 것이냐가 핵심 관건이다. 기아차지부도 책임감 있게 노동중심 산업전환을 만들기 위한 역할을 할 생각이다. 

물론 이번 임단투에서 임금인상을 얼마나 쟁취할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지금 시기에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를 이뤄내는 임단투를 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향후 우리의 투쟁 방향은 8월 10일 임단투 출정식 이후 노동조합의 요구안에 대한 회사 측 답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