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국책은행 우량 거래처 시중은행 이관은 금융공공성 훼손”
금융노조, “국책은행 우량 거래처 시중은행 이관은 금융공공성 훼손”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09.14 02:25
  • 수정 2022.09.14 0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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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가 시중은행으로 이관 없다 했으나... 국책은행에 이미 관련 정황 포착돼
금융노조, “우량 거래처 이관은 ‘금융공공성 훼손’과 ‘관치금융 문제’ 담고 있어”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13일 종로구 정부청사 앞 '금융위 국책은행 우량거래처 시중은행 이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금융노조가 13일 서울 금융위원회 앞에서 '국책은행 말살 저지 금융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이윤호 기자 yhlee@laborplus.co.kr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박홍배, 이하 금융노조)이 13일 오후 서울 금융위원회 앞에서 ‘국책은행 말살 저지 금융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8일 보도로 알려진 금융위원회가 작성한 ‘(국책은행의) 우량·성숙기업 여신의 시중은행 이관 프로세스 확립’ 내부 문건에 대해 비판하고, 이와 같은 정부의 정책은 금융공공성 훼손과 관치금융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금융위가 작성한 내부 문건의 핵심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과 같은 국책은행의 우량 거래처들을 민간 시중은행에 넘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우량 거래처는 대기업과 튼튼한 중견기업으로 대출 받은 자금의 이자를 잘 내는 고객들이다. 기업은 위험 분산을 위해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에 일정 비율로 나눠 자금 대출을 받는다. 우량 거래처는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모두에게 수익이 보장되는 우량 자산인 셈이다.

이러한 국책은행의 우량 거래처의 정보(대출 계약 내용 등)를 금융위가 평가를 통해 선발한 2곳의 시중은행에게 제공하고, 시중은행은 해당 기업에 더 유리한 대출 조건을 제시해 여신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가 해당 계획을 검토하는 이유는 내부 문건 제목인 ‘비핵심기능 : 축소(민간 이관) 또는 민간위탁공급 확대’에서 유추할 수 있다. 국책은행의 업무는 신산업 지원 및 구조조정 등으로 판단하고, 우량 거래처 여신 업무를 비핵심기능 혹은 민간은행과 중복 기능으로 분류해 해당 업무를 축소한다는 목적으로 읽힌다.

그러나 금융위는 해당 뉴스에 대한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국책은행의 우량 거래처를 시중은행에 이관한다는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위 반박은 거짓말”이라며 “금융위에서 정책금융 역할 재편을 추진하며 우량·성숙기업 여신을 시중은행 앞으로 이관하는 것에 국책은행의 의견, 각 부서에 미칠 영향과 우려 의견을 달라고 했던 게 (지부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량 거래처 시중은행 이관은 오히려 국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조조정 및 신산업 성장 지원 등 정책금융에 필요한 대규모 재원 조달은 수익이 안 나는 상황에서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공공성 훼손으로 귀결된다는 게 금융노조의 설명이다.

국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 약화는 국책은행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진다. 김형선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국책은행 부실화와 자금 공급 기능 역할을 무력화할 것”이라며 “국책은행을 껍데기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윤승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위원장도 “산업은행 (역할을) 무력화하고 대한민국 경제를 해외투기자본에 무방비로 열어버리는 것”이라며 국가 경제에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문제점은 관치금융 우려이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금융위가 시중은행 2곳을 선발하는데, 김형선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정부의 말을 잘 듣는 은행에게 우량 거래처를 넘겨준다는 것으로 관료들이 민간 은행시장까지 독식하는 체제를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본다”고 짚었다.

게다가 정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금융관료 출신 인사 모시기 등 금융관료들의 퇴직 후 일자리 만들어 주기라는 관치금융 폐해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국책은행에서 수익이 나는 우량 거래처 여신을 중단하고 구조조정과 미래산업 발굴 등 손실만 발생하는 사업을 감당해야 한다면 사회적 합의와 이를 위해 소요될 정부 재원의 충분한 마련 이후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이 13일 종로구 정부청사 앞 '금융위 국책은행 우량거래처 시중은행 이관'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이 13일 서울 금융위원회 앞에서 열린 '국책은행 말살 저지 금융위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이윤호 기자 yhlee@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