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던 정부, 비정규직에겐 인력감축 위협?
‘공공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던 정부, 비정규직에겐 인력감축 위협?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10.13 15:49
  • 수정 2022.10.13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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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구조조정 중단 및 안전인력 충원 요구 기자회견
“공공 혁신 빙자한 비정규직 인력감축···노동자·시민 안전 돈과 바꿀 셈인가”
민주노총에 조직된 공공기관 비정규직들이 13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구조조정 중단 및 안전인력 충원 요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공공기관 비정규직들이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을 두고 “비정규직 인력감축이 혁신이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인위적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선 비정규직부터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는 실정이다.

민주노총에 조직된 공공기관 비정규직들은 13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구조조정 중단 및 안전인력 충원 요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을 빙자해 비정규직 인력을 감축하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노동자들은 공공기관 비정규직 인력이 더 줄어들면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고?
정부의 거짓말인가, 공사가 지침 안 지키는 건가”

앞서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등을 발표하며 공공기관에 효율성과 생산성을 강조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인력 축소를 위한 인위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공공기관 비정규직이 마주한 상황은 다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공공기관 비정규직들은 현장에선 인력을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고, 이는 사실상 해고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들이 비정규직을 감축하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에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각 부처가 소속 공공기관들에 효율성을 목표로 한 혁신 계획을 요구하자, 비정규직에 들이는 예산이 대폭 감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424명의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그중 현장지원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요금수납원)이 417명, 2급 간부 1명, 3급 간부가 2명이다. 한국철도공사도 자회사별로 정원 축소 계획을 제출했다. 한국철도공사가 밝힌 정원 축소 계획은 코레일네크웍스(178명), 코레일관광개발(101명), 코레일테크(127명), 코레일로지스(296명)이다.

도명화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지부장은 “기존 정규직은 눈치 보이고 무서우니 만만한 우리만 건드리는 건지, 아니면 아직도 이들에게는 우리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건지 이해보다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혁신이 이런 것이라면 당연히 우리는 싸울 것이며, 싸움에서 만만한 존재가 아님을 각인시켜 줄 것”이라고 발언했다.

최정아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 철도고객센터지부 지부장도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이 해제되면서 상담전화는 두 배로 증가하고 있지만 위탁계약으로 줄어든 상담인력으로는 노동 강도만 증가될 뿐 오히려 응답률이 떨어진다. 떨어진 응답률 때문에 상담원의 실적급이 줄어 임금 감소도 발생한다”며 “인원 감소는 단순히 해당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용객들은 전화했을 때 연결이 되지 않고 끊어지거나, 긴 시간을 대기해야 전화가 연결되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난 7월 용역계약에서 점검구간의 인원을 37명 축소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자회사 노동자는 기존 175명에서 141명이 됐다. 방두봉 공공운수노조 한국지역난방안전지부 지부장은 “윤석열 정부는 자회사 구조조정이 없다고 했다. 산업안전은 예방이 먼저라고 말했다”며 “정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지역난방공사가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도 인력감축이 담긴 연구용역서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공단의 소속기관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하기로 합의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해 초 한국능률협회에 고객센터의 소속기관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긴 바 있다.

이은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은 “현재 상담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 1,696명(노조 추산) 중 최소 85명에서 최대 477명을 감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있었다. 어떤 근거로 이러한 결정을 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업무 숙련도를 쌓아온 노동자를 탈락시키는 건 건강보험 상담업무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가입자의 권리를 해치는 일이다. 상담사들도 이번 결과에 인원 감축에 혹시 내가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비정규직 대책 내놓지 않으면
11월 공동 대정부 투쟁 직면할 것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은 전체 공공기관의 경상정비를 무차별적으로 10% 축소하고, 기존의 공공서비스와 인력을 축소하거나, 국유자산을 매각하도록 하고 있다. 이 혁신을 빙자한 시장화 정책은 언제나 그랬듯 가장 취약한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과 해고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민영화·구조조정 등 공공기관 시장화 정책을 철회하고,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안전인력 충원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더불어 윤석열 정부는 아직까지 비정규직과 관련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비정규직 종합 대책을 발표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 되었는데, 이 기간이 6개월을 경과하지 않길 바란다”고도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정책으로 공공기관 비정규직 인력감축을 계속 유도하고, 전체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오는 11월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정부 투쟁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철도공사, 인천공항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의 비정규직들은 오는 28일 공동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