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는 매일 1명 넘게 죽는다... "이제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할 때"
건설노동자는 매일 1명 넘게 죽는다... "이제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할 때"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2.11.22 13:15
  • 수정 2022.11.2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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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건설노동자 산재 사망, OECD 국가 중 최고
건설안전특별법은 3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
21일 오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이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촉구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에서 노동안전국장을 맡고 있는 서효종(40) 씨는 담담하게 지난 1월의 일을 털어놨다. 서 씨는 "배달 일을 하던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 부모님이 배달 일은 위험하다고 회사에 들어가라고 했나 봐요. 현장에서 보름도 안 돼 끼어 죽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그 친구 부모님을 처음 뵀어요. 비극이었죠"라고 말했다.

서 씨는 이어 "건설 현장에서 사망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땐 충격이 컸습니다. 20대 남자, 셔터 오작동이었죠. 그다음 달에 사망 소식을 또 들었어요. 40대 남자, 끼임사였습니다. 여기까진 또렷이 기억나요. 세 번째부턴 누가 죽었는지, 원인은 뭐였는지 기억이 없습니다. 죽는 일은 일상이었습니다. 무뎌지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서 씨의 이야기처럼 산재 사망은 누군가에겐 비극이다. 동시에 건설노동자에겐 그런 비극을 겪거나 지켜보는 것이 일상이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발표하는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2019년엔 428명, 2020년엔 458명이, 2021년엔 417명의 건설노동자가 죽었다. 매일 1명 넘게 죽은 셈이다.

한국의 건설노동자 사망률은 외국과 비교해도 높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OECD 회원국 건설산업 사고사망십만인율(2016-2017)’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의 건설 노동자 10만 명당 사고 사망자 수는 25.45명이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해당 발표에서 일본의 사고사망십만인율은 6.49명이고, 미국은 9.03명이다.

21일 오전 9시 30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촉구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부터 설계, 시공, 감리에 이르기까지 건설 공사의 단계별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하는 법이다. 건설안전특별법은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발제자로 나선 손익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건설업은 다른 산업과 구조가 다르다. 발주자가 종합건설업체에 시공을 맡기면, 시공사는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준다. 그 업체가 또 하도급을 맡긴다. 하청이 반복되는 구조”라며 “발주자는 공사의 비용과 기간을 정해 실질적으로 산재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산재가 발생하면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책임을 면한다. 이 법은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이에게 책임을 묻는 법"이라고 밝혔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발주자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과정에서도 핵심 쟁점이었지만 결국 삭제됐다. 산업안전보건법에도 발주자에게 적절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항이 없다. 건설안전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신윤근 국토교통부 건설안전과장은 "이 법이 발주자를 추궁하는 법처럼 이야기되면 안 된다”라며 “이 법이 산재를 줄여 노동자뿐 아니라 발주자, 나아가 모든 국민에게 이로운 법이라는 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건설 노동자는 법안의 제정 여부와 관계없이 매일 죽고 있다. 더 이상 법 제정을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국회에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22일 오후 여의도에서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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