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이 ‘끼인’ 마트노동자의 고충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이 ‘끼인’ 마트노동자의 고충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2.11.30 17:05
  • 수정 2022.11.30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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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주문 처리하는 마트노동자
매장 피킹 작업공간 충분하지 않아 고객·동료들과 갈등 등 업무상 어려움 겪어
일방적인 이커머스 부서 통보로 갑자기 노동강도 높아지는 문제도
2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유통물류서비스업 야간노동 실태와 노동자 건강영향 연구 결과 토론회'가 열렸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2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유통물류서비스업 야간노동 실태와 노동자 건강영향 연구 결과 토론회'가 열렸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대형 유통업체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배송거점으로 두면서 온라인 쇼핑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매장 내에서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마트노동자들이 고객이나 동료와 갈등을 빚는 등 업무상 어려움을 겪는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 이들이 온라인 주문 건수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마트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줄이기 위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통물류서비스업 야간노동 실태와 노동자 건강영향 연구 결과 토론회'가 29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렸다. 토론회는 진성준·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주최하고 서비스연맹(위원장 강규혁)과 마트산업노동조합(위원장 정민정)이 주관했다.

온라인 주문받아 매장 물품 담는 과정에서
고객 또는 진열노동자 등과 갈등 발생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겸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마트노동자들의 끼인 노동을 ‘고객을 대신해서 장을 보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마트노동자가 자신이 일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의 온라인 주문서에 따라 물품을 담은 후, 분류·포장해 집으로 배송해주는 일이 마치 누군가를 대신해서 장을 봐주는 일과 비슷하다는 이유다.

끼인 노동을 하는 마트노동자들은 매장에서 대량의 물품을 담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고객 또는 진열대에 물건을 놓는 동료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최민 상임활동가는 “‘트롤리’라는 거대한 카트 운용이 어려워 마트노동자들이 매장 내 고객과 접촉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또 진열대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가져가다 보니 진열노동자와 갈등도 있다”고 말했다.

매장 내 온라인 주문 처리 공간
충분하지 않은 문제도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마트노동자와 배송노동자들이 일하기 불편한 작업공간 탓에 업무상 어려움을 겪는다는 문제도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독자적인 물류센터를 구축하기보다 기존 매장을 배송거점으로 두고 매장 내에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기 위한 창고 공간을 설치함으로써 충분한 작업공간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백남주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마트 등 전통 유통업체들은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창고 삼아 주문만 온라인으로 받고, 분류·포장·배송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하면 많은 자본을 들이지 않고 온라인을 통한 상거래에 대응할 수 있다”며 “롯데마트의 스마트스토어, SSG닷컴의 이마트 PP(Picking&Packing, 집품·포장)센터, 홈플러스의 이커머스 등이 이런 방식을 활용한 예”라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부서 배치로 고강도 노동 시달려
야간노동 심화될 우려도 존재

오프라인 매장 업무만 하던 마트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이커머스 부서 배치 통보를 받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갑작스러운 부서 이동으로 노동강도가 올라가고, 마트노동자들의 야간노동시간이 원치 않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민 상임활동가는 “(오프라인 매장에) 온라인 쇼핑 사업에 대한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주먹구구로 일을 시키다 보니 노동환경도 열악하다. 배송시간에 쫓기며 일을 하다 보니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상황”이며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마트에 들어온 노동자들이 신속 배달 경쟁으로 야간노동에 내몰릴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혜진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배송 경쟁이 치열한 물류업에서는 잦은 심야 노동과 높은 노동강도가 자주 지적되고 있다. 끼인 노동을 하는 마트노동자도 신속 배송을 목표로 하므로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며 “물류 노동자와 끼인 노동을 하는 마트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심야 노동과 고강도 노동을 제약할 수 있는 규범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남주 연구위원은 “끼인 노동처럼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계속 나타날 것이다. 산업 변화에 대해 연구·논의하는 것의 반만큼이라도 그 변화에 따라 노동자의 삶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도 이야기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문명의 혜택을 받는 소비자인 동시에 그 서비스와 재화를 제공하는 노동자이지 않은가”라며 유통산업의 온라인 사업 확장에 따라 변화하는 노동형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