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1년, 산재 사망 늘었다... 노동계·경영계의 분석은 엇갈려
중처법 1년, 산재 사망 늘었다... 노동계·경영계의 분석은 엇갈려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1.20 14:42
  • 수정 2023.01.25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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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 적용 사업장에서 사망자 수 오히려 늘어
노동계와 경영계의 원인 분석은 서로 달라
노동부, "처벌보다 예방에 집중할 것"
29일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건설안전특별법 제정하라"는 구호와 함께 2020년 산재사망 건설노동자 458인의 합동위령제를 진행했다. 건설노동자의 장비들이 바닥에 놓여 있다. ⓒ 참여와혁신 송지훈 기자 jhsong@laborplus.co.kr<br>
2021년 9월 29일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건설안전특별법 제정하라"는 구호와 함께 2020년 산재사망 건설노동자 458인의 합동위령제를 진행했다. 건설노동자의 장비들이 바닥에 놓여 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법 적용 사업장의 산재 사망자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19일 '2022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을 발표하며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법 적용 사업장을 기준으로 지난해 산재 사망자 수는 256명으로 전년도 산재 사망자인 248명보다 8명 많았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노동자 50인 이상(건설업 경우 공사 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다.

증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산재 사망자가 줄지 않은 것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의 해석은 달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성과 포괄성이 산재 예방의 걸림돌이었다고 말했다. 전승태 경총 산업안전팀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이후로 안전관리에 대한 기업의 관심은 높아졌다. 하지만 형사처벌을 하는 데도 불구하고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규정이 너무 모호하고 포괄적이었다. 4조만 봐도 '충실하게', '적절한 예산' 등의 표현이 나온다. 너무 모호하다. 이런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며 "그러다 보니 기업의 안전관리 전문인력들이 법 해석 등의 서류 작업에 집중하느라 비용은 비용대로 썼음에도 현장의 산재를 막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김형기 금속노조 법률원 울산사무소 공인노무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이후에 기소된 사건이 11건(건설업 8건, 제조업이 3건)밖에 안 된다는 것에 주목했다. 김형기 공인노무사는 "지난해 산재 사망자가 256명인 것에 비춰봤을 때 기소율이 너무 낮다. 현재 처벌이 확정된 사건도 없다"며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제대로 된 처벌을 한 이후에 중대재해처벌법을 평가해야지, 처벌이 1건도 진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실효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 김형기 공인노무사는 "사업장별로 안전에 관해 조치할 수 있는 사항이 다르다. 안전조치에 대한 범위를 넓혀놔야 사업장마다 그에 적합한 안전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며 "이 법은 그런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경영자를 처벌하겠다는 것이지, 개개의 안전설비에 대해 일일이 규정하는 법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세세하게 법을 규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처벌보다 예방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류경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 본부장은 "작년 11월 30일 정부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처벌과 규제' 중심에서 '자기 규율 예방 및 엄중 처벌'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로드맵 시행 원년인 금년(2023년)엔 위험성평가를 중심으로 노사가 함께 스스로 위험요인을 점검·개선하는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현장에 정착시킬 것"이라며 "산업안전 감독체계, 산업안전보건법령 등을 속도감 있게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일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를 발족해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학계를 중심으로 8명의 전문가로 TF팀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민주노총은 현장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되는 문제에 당사자의 참여가 없다며 TF 발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취했다.

전체 산재 사망자 수는 작년에 비해 줄었다. 2022년 산재 사망자 수는 644명으로 2021년 산재 사망자 수인 683명에 비해 39명 적었다. 전체 산재 사망자 중 건설업과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망자의 비율은 2022년에도 여전히 높았다.

2022년 전체 산재 사망자 644명 중 건설업노동자는 341명으로 전체의 53%였다. 사망한 건설노동자 중 절반이 넘는 204명(59.4%)의 사망원인은 '떨어짐'이었다. 제조업노동자 중 2022년 산재 사망자는 171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27%였다. 제조업 사고사망자에게 가장 많이 발생한 사고 유형은 '끼임'이었다. '끼임'으로 제조업노동자 49명(28.7%)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