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反윤석열 투쟁”...‘국민 지지받는 총파업’ 과제로
민주노총 “反윤석열 투쟁”...‘국민 지지받는 총파업’ 과제로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2.08 08:39
  • 수정 2023.02.08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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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2023년 정기대의원대회...쟁점은 ‘7월 총파업’
양경수 위원장 “임기 마지막 해, 모든 것 걸고 윤석열 정권과 싸울 것”
7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민주노총 제75차 정기대의원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7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민주노총 제75차 정기대의원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민주노총이 7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대정부 투쟁을 2023년 중점 사업으로 채택한 민주노총 대의원들은 7월 역대 최대 규모 총파업을 성사시키기로 결의했다. 아울러 진보정당이 내년 4월 총선에서 선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방침을 수립하기로 했다.

일산 킨텍스 2전시장에서 열린 정기대대에 참가한 민주노총 대의원은 1,258명으로, 재적 대의원(1,834명)의 과반(918명)을 넘겨 정족수를 충족했다. 이날 결정된 주요 사업 목표는 ▲윤석열 정부 투쟁 전면화를 위한 민주노총 전체 조직을 투쟁본부로 전환 ▲5월 20만 총궐기, 7월 최대 규모 총파업 성사 ▲4월 임시대의원대회서 정치방침·총선방침 수립 ▲조합원 교육·선전 및 여론전 강화 등이다. 이에 따른 투쟁 과제는 노동개악 저지와 노동기본권 쟁취, 모든 노동자의 임금 인상, 양질의 일자리 보장·확대, 사회 공공성 강화로 정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난방비 폭탄, 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민중에게 윤석열 정부는 또다시 가스·전기·교통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한다. 물가 인상을 이유로 노동자의 임금을 동결하겠다던 정부가 물가 인상의 직격탄인 공공요금 인상을 들고 나오고 있다”며 “민중의 요구를 우리 임단협 요구안처럼 받아들이고 싸우는 2023년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화물연대 안전운임제 투쟁을 진행하며,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을 준비하며 기득권 양당 체제로는 노동자 민중의 삶의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새로운 진보정치를 일구어 내는 게 2023년 민주노초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강조했다

7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75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7일 열린 '민주노총 제75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노골적인 정부 공세...
‘총파업 앞당기자’ 의견도

민주노총은 ‘반윤석열 정부 투쟁 전면화’를 올해 최우선 사업으로 내세웠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악”과 “노조 파괴”에 적극 대응해야 할 시기라는 판단이다.

집권 1년 차를 앞둔 윤석열 정부는 ‘노동 개혁’으로 명명한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노동계의 반대에는 귀를 닫고 경영계에서 요구해온 장시간 노동 허용과 직무·성과급제 도입, 대체근로 허용, 중대재해 처벌 완화 등을 적극 수용해 국정 과제로 삼아 추진 중이다. 임기 전부터 보여왔던 ‘민주노총 옥죄기’에도 힘을 주고 있다. 공정거래의원회의 화물연대본부 고발, 경찰청의 건설노조 압수수색, 국가정보원의 공개적인 대공수사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상반기 민주노총 대정부 투쟁의 핵심은 7월 총파업이다. 하반기에 접어들면 위원장 선거 등으로 투쟁 동력이 주춤해질 수 있기 때문에 올해 민주노총이 내부 역량을 집중할 마지노선이란 평가가 나온다. 집행부는 최대한 많은 산별과 단위노조가 참여할 수 있는 시기를 7월 첫 주와 둘째 주로 봤다. 해당 2주간 민주노총은 산별·의제별 파업과 총파업대회를 진행하고, 매일 대규모 거리집회를 전개한다. 

이를 위해 3월 투쟁선포대회를 시작으로 5월 총궐기, 6월 전국민 임금 인상을 위한 최저임금 투쟁을 거쳐 역대 최대 규모의 총파업을 성사시킨다는 계획이다. 6월 최저임금 투쟁에는 민주노총이 자기 이익에만 치중한다는 프레임을 깨고, 모든 노동자를 위한 조직이란 걸 알린다는 취지도 담겨있다.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이한 양경수 위원장은 “모든 것을 걸고 윤석열 정권과 싸워가겠다”며 대의원들이 대대적인 총파업 성사에 힘써줄 것을 호소했다.

정기대대에선 대부분 대의원이 7월 총파업에는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진행시기를 일주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홍진성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장 등 117명 대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4개의 수정 안건을 발의했다. 최저임금이 결정된 이후 시작하는 총파업은 ‘전 국민 임금인상 투쟁’이란 6월 투쟁의 취지에 맞지 않고, 사회적 파급력도 반감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상반기에 노동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5월 경고파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수정 안건도 냈다. 연장선에서 정치방침·총선방침을 4월 임시대대가 아닌 하반기에 결정하자는 수정 안건도 제시됐다. 조직 내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고, 총파업 준비에 전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정안 발의 대의원 중 한 명인 권수정 금속노조 여성부위원장은 “최저임금을 전면화하자는 것은 우리를 엄호하고 국민으로부터 지지받는 총파업을 조직하고 싶다는 마음이고, 그게 아니라면 올해 투쟁은 민주노총이 고립돼서 어려울 거란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 개 안건은 현장 투표 결과 모두 부결됐다. 하반기 투쟁을 기존 사업계획보다 강하게 전개하자는 나머지 수정 안건은 받아들여졌다.

7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75차 정기대의원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대의원들이 수정동의안과 관련 표결을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7일 열린 '민주노총 제75차 정기대의원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대의원들이 수정동의안 표결을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국민과 함께하는 총파업’ 가능할까
“투쟁의 언어를 내려놓고 시민과 소통해야”

7월 총파업을 앞당기자는 수정안건은 부결됐으나. ‘국민에게 지지받는 총파업’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내내 이어졌다. 민주노총을 부정적 집단으로 몰아가는 윤석열 정부의 여론전을 막아내지 못하면 올해 투쟁은 어려울 거란 전망이 조합원 전반에 퍼져있는 모습이었다.

이재영 금속노조 부평공단지회 지회장은 “윤석열 정권이 민주노총을 탄압할수록 지지율이 오르는 상황이다. 뼈아프고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민주노총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총파업을 얼마나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건 우리 투쟁이 사회적 지지를 얻으려면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가에 관한 고민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하라는 요구는 역으로 공단에선 영세 사업장이 없어지고 저임금 노동자는 또다시 반복해서 해고되는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며 “저임금 노동자에게 ‘모든 노동자의 임금 인상’은 오히려 임금 격차를 키우는 말로 들린다”고 했다.

김용성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지회장은 “민주노총이 조합원뿐 아니라 어렵게 일하는, 소외당하는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를 아우를 수 있는 내용을 2023년 투쟁 슬로건으로 내걸고 싸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지회장은 “민주노총이 시민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언어와 소통 방식으로 시민을 설득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오세윤 지회장은 “노동조합이 주로 쓰는 언어 중 좋은 단어가 많지만, 자본에서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려고 공격하다 보니 그 의미가 오염되기도 한다”며 “설득을 위해 투쟁의 언어를 잠시 내려놓고 공감할 언어와 방식으로 시민과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민주노총도 지난해 사업평가에서 폭넓은 대중 지지를 얻지 못한 걸 한계로 지적한 만큼, 올해 투쟁에서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양경수 위원장은 “내부 회의나 대의원대회 등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큰 문제 없겠지만, 시민에게 홍보할 때는 그들이 알아듣고 쉽고 정서에 맞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정기대대에 상정된 안건은 총 5개로, 그중 2022년 사업평가 및 결산 승인과 2023년 사업계획 및 예산 승인, 중대재해 대응 투쟁 특별 결의문 채택은 의결됐다. 그러나 2023년 총파업기금 조성과 규약 개정은 대회 중 정족수가 부족해지며 차기 대의원대회에서 다루기로 했다.

7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민주노총 제75차 정기대의원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7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민주노총 제75차 정기대의원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