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국제노동자들 “윤 정부 노조탄압, 국가의 미래 공격하는 일”
한국 찾은 국제노동자들 “윤 정부 노조탄압, 국가의 미래 공격하는 일”
  • 정다솜 기자,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3.08 18:00
  • 수정 2023.03.08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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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I 케이트 라핀 사무총장, 애니 헤론 공동의장 기자 간담회 열어
윤석열 정부 노동조합 탄압 우려 표명 “국제적으로 한국 노동조합 탄압 알릴 것”
PSI ‘우리의 디지털 미래 프로젝트’ 등 폭넓은 국제 노동현안 대화

국제공공노련(PSI)* 케이트 라핀(Kate Lappin, 호주) 아시아태평양지역 사무총장은 15살부터 학교에서 나와 노조에 가입했다. 20살엔 사업장 대의원으로 선출됐다. 노동권에 대한 관심은 인권, 여성권 등으로 확장됐다. 케이트 사무총장은 APWLD(아시아태평양 여성과 법 개발 포럼)에서도 오래 활동한 아태지역 유명 페미니스트이기도 하다. 특히 호주 위안부 피해자를 다큐멘터리로 처음 알렸다. 국제앰네스티에서도 일했다. 그러다 케이트 사무총장은 다시 노조로 돌아왔다. “다중적인 사회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 노동조합 운동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 열린 PSI 아태지역집행위원회(PSI APREC)에 참석한 케이트 사무총장은 국가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주체, 노조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탄압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케이트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은 국제법 위반이자 국가의 미래를 공격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여성의 날이기도 한 3월 8일 케이트 사무총장과 애니 헤론(Annie Enriquez Geron, 필리핀) PSI APREC 공동의장이 한국의 언론사들을 만나 한국 정부의 노조 탄압 문제를 비롯해 디지털화에 대응하는 PSI의 전략 등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애니 공동의장은 필리핀 하원에서 40여 년간 일한 공무원이자, 필리핀 공공연맹을 이끌고 있다. 통역은 오성희 공공운수노조 국제국장, 사회는 장영배 PSI 한국가맹조직협의회 집행위원장이 맡았다.  

*PSI(Public Services International) : 152개국 689개 노조에 속한 3,000만 명의 공공서비스 노동자를 대표하는 국제산별노조연맹. 한국에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공무원노조, 보건의료노조와 한국노총 공공노련이 가입함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국제공공노련 아시아태평양지역(PSI AP)' 기자 간담회에서 케이트 라핀(Kate Lappin)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국제공공노련 아시아태평양지역(PSI AP)' 기자 간담회에서 케이트 라핀(Kate Lappin)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노조 ‘악마화·범죄화’ 한국 정부 
국제법에 대한 심각한 도전 

- 한국 정부가 다양한 방법으로 노조 활동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7일 국제공공노련 아태집행위원회는 ‘한국 정부는 노동조합 권리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긴급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는데, 관련 입장을 더 듣고 싶다. 

케이트 라핀 : PSI는 한국 정부가 노동조합과 노조할 권리를 탄압하는 것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본다. 한국 정부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부정하고, 정당한 파업권 행사를 범죄화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비방하기도 한다. 이는 노동조합은 자주적으로 운영된다는 국제법 원칙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한국 정부는 노동조합은 자주적으로 정한 규정에 따라서 운영돼야 한다는 ILO 제87호, 제98호 협약을 비준했다. 노동조합의 활동 관련 일은 노조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지 사용자도, 정부도 결정할 것이 아니다.  

세계 많은 나라가 극단적인 불평등 상황에 직면해 있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고, 노동조합이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하는 국가의 불평등이 그렇지 못한 나라보다 더 나은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우리는 국제적인 공중보건 위기를 목격했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는데, 노조로 조직된 노동자들이 있는 병원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았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은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대한 의견을 집단적으로 개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강력한 노동조합은 국가를 더 안전하게 만들고, 공중보건을 강화하고, 사회 불평등을 감소시키고, 기후위기 대응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노동조합이나 노동조합 권리를 탄압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해를 끼치는 행위다. 또한 정부가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배경은 기업과 소수 부유층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애니 헤론 : 나는 공무원이고, 한국의 노동조합 탄압은 필리핀에서 내가 겪는 일과 유사하다. 한국의 사례는 전형적이다. 노동조합을 악마화, 범죄화하고 심지어 대중뿐 아니라 조합원들에게도 노조 간부들이나 노조가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라는 이미지들을 심어주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 미얀마, 일본,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홍콩 등 아태지역에서는 정부의 노조 탄압이 일상 활동 같다. 정부가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모르는 게 지금 아태지역의 현실이다.

“정권 지지율 반등 위한 노조탄압
여러 국가에서 사용되는 전술”

- 윤석열 정부의 ‘노조 때리기’가 국정 운영 지지율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노조 때리기를 보수층 결집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보수 정부의 행태가 국제적으로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일인가?

케이트 라핀 : 보수 정권의 지지율 반등을 위한 노조 탄압은 굉장히 여러 국가에서 사용되는 전술이다. 호주에서도 그런 적이 있다. 현재 호주는 노동당 정부지만 이전 보수당 정부 시절 지금 한국처럼 노동조합의 부패한 증거를 찾겠다며 정부가 온갖 자료 제출을 요구한 적이 있다. 결국 관련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이를 통해서 정부가 노리는 것은 불평등 심화 등 진짜 퇴행적인 사회문제를 보지 못하게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는 것이다. 결국 호주에서 보수 정부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고 노동당 정부가 들어와서 중요한 노동권의 진전을 이루고 있다. 한국 시민들도 정부의 이런 전술을 꿰뚫어 볼 수 있길 바란다.

애니 헤론 :  노조를 그런 방식으로 공격하는 건 우파, 보수정부의 전형적인 행태다.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시행했을 때 대중은 분노하는데, 이를 자기들이 책임지기보다 비난할 다른 대상을 찾아서 분노를 분산시키려는 것이다. 

특히 필리핀에선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초법적인 살인이 많이 일어났다. 노조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는 말할 것도 없고 노조 간부란 이유로 납치, 살해당하는 일이 있었다. 특히 공무원 등 공공부문 노조 간부에 대해 심각한 탄압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최근 ILO에서 고위급 조사단이 실사하러 필리핀을 방문하기도 했다.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국제공공노련 아시아태평양지역(PSI AP)' 기자 간담회에서 애니 헤론(Annie Enriquez Geron)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집행위원회 공동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국제공공노련 아시아태평양지역(PSI AP)' 기자 간담회에서 애니 헤론(Annie Enriquez Geron)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집행위원회 공동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정부 노조 탄압= ‘노조는 공격해도 된다’ 
사회적 시그널 확산도 문제

- 윤석열 정부의 여러 노동조합 탄압 관련해서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케이트 라핀 : 노동조합의 자주권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추가적인 피해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화물연대 조합원의 노조할 권리를 부정하면서 이들의 파업을 범죄화했다. 특히 이런 행태가 문제인 이유는 사회적으로 노동조합에 적대적인 환경을 조성한다는 데 있다. 필리핀의 경우 노동조합 활동가는 빨갱이, 즉 공산주의자로 명명된다. 이는 국정원 등 공안기관뿐 아니라 사용자들, 대중에게도 ‘노동조합은 공격해도 되는구나’라는 시그널을 준다. 굉장히 문제적이다.  

- 최근 아태지역에서 노동조합 탄압 사례가 있나?

케이트 라핀 :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틈타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국가가 아태지역에도 많았다. 인도에선 노사관계를 파괴하고 최저임금, 단체협약권을 후퇴시킨 일이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선 옴니버스법(일자리 창출 특별법) 도입으로 노조권 약화 시도가 있었고, 이에 노동조합들이 투쟁했다. 미얀마에선 군부독재에 맞서 노동자들이 시민불복종 운동을 했다. 미얀마는 노동자들이 파업, 시위했을 때 강력한 공권력을 동원해서 노동조합을 탄압했다. 불행하게도 아태지역 전반에 노동자, 노동조합의 권리 탄압하는 행위 많았다.

그런데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국가도 있다.  피지는 전통적으로 노조를 탄압해온 국가인데, 정부가 바뀌면서 노조할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특히 공공부문 노사관계법 개정을 추진했다. 몰디브는 민주주의 역사가 짧아서 노조 운동이 익숙지 않은데, ILO 기준을 원칙으로 새로운 노사관계법을 제정 논의 중이다. 호주는 지난해 노동당 정부가 들어오면서 노동 기본권 관련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 성과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 있어

- 케이트 사무총장이 “노조탄압은 공공의 이익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했다. 다만 한국에선 노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정부의 노조탄압 구실이 되는 측면도 있다. 노조가 사회적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뭐라고 보나?

케이트 라핀 : 전 세계적으로 노조에 대한 관심·지지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미국에선 역사적으로 강력한 노조 활동이 없었는데도 최근 청년노동자들 중심으로 노조 조직률 높아지고 있다. 지금 많은 사람이 당연하고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권리 중 과거 노동조합의 투쟁을 통해서 얻은 것이 굉장히 많다. 하루 최대 노동시간 규정, 일터에서 휴식권 등이 그렇다. 

앞으로도 사람들은 더 공평한 사회를 원하고 강화된 공공의료 체계를 원한다. 이 모든 미래가 노동조합의 활동을 통해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우리가 누리는 많은 권리가 노조 활동의 결과물이란 걸 대중에게 많이 알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교육시스템 개입, 언론 홍보 등 조금 더 다양하고 강력한 대중 캠페인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애니 헤론 : 특히 젊은 세대들이 노동운동의 역사를 잘 모른다. 예를 들어 유급휴일, 임금인상, 주말휴무 등이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줄 안다. 이는 노조의 투쟁을 통해 쟁취된 것인데 이에 대해 잘 알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특히 지역사회 안에서 청년들과 소통이 중요하다. 청년들이 노조를 찾고, 노조 활동을 할 때만 노조의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추세는 노동시간 증가 아닌 감축”

- 지난 6일  한국 정부는 노동시간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현행 주 최대 52시간을 69시간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장시간노동은 노동자 개인과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예상하나? 

케이트 라핀 : 그것은 UN에서 정하고 있는 핵심 국제인권협약도 위반, 특히 경제적·사회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을 어겼다고 본다. 해당 원칙에 따르면 국가가 부유해지면 부유해질수록 더 많은 권리가 노동자, 시민에게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를 역행시킬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다. 장시간노동은 대중의 안전, 건강권과 크게 관련돼 있다. 화물노동자의 장시간노동이 도로 위 안전을 위협하고, 이동권을 책임지고 있는 대중교통 노동자의 장시간노동도 시민 안전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보건의료노동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전 세계적인 추세는 노동시간 증가가 아니라 감축이다.

애니 헤론 : 일-생활 균형이 굉장히 중요하지 않나. 노동시간을 그렇게 추가적으로 늘리면 한국 노동자들은 삶을 살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일하기 위해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 민영화 계획 우려 
기업의 힘과 탐욕 키우는 것 

- 보수 정부가 집권할 때마다 공공의 인력, 예산, 권한 등을 축소해 민간 부문으로 넘기는 흐름은 전 세계에서 반복돼 왔다. PSI의 문제의식을 공유해 달라. 

케이트 라핀 : 민영화는 실패한 정책이다. 보건의료, 에너지, 상수도 등 공공재가 공공의 손에 있을 때 더 공평한 접근성을 보장한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민간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수익 창출이다. 서비스는 축소되고, 부자들을 위한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설계되기 때문에 비용도 상승된다. 이 세 가지 요인은 불평등을 촉진한다. 

서비스를 공급받는 사용자도 그렇지만 노동자들도 민간으로 넘어가는 순간 권리가 약화되는 경향이 있다. 공공서비스가 민간부문에서 전달되게 되면 수익 창출을 위해 노동자들은 임금이 삭감된 상태로 더 많은 시간 일을 하고, 고용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공영화 사례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공공서비스 민영화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이니 조금 더 말하면 민영화로 안 좋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여성일 수밖에 없다. 의료나 돌봄 서비스가 제한되는 순간 모든 책임은 여성에게 오기 때문이다. 또 공공부문의 일자리가 민간으로 넘어가면 여성은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기회를 박탈당한다. 

애니 헤론 : 필리핀은 상수도 민영화 문제가 심각하다. 물은 인권이라는 게 명확한 원칙인데, 기업들은 물은 비싸게 만들어 수익을 낸다. 이는 지역 사회와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준다. 그래서 불평등과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 민영화된 공공서비스를 되찾아오는 캠페인은 중요하다. 

한국에서 사회서비스원법이 통과가 돼 지자체 산하에 사회서비스원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기뻤다. 한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촉구하고 싶다. 사회서비스원과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은 아주 중요한 성과기 때문에 이것을 예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역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교육에서 노동교육 사라져?
“미래 노동자에 대한 공격”

- 윤석열 정부가 교육과정 총론에서 노동을 뺀 일도 있었다. 노동교육은 왜 중요한가? 

케이트 라핀 : 교육을 통해서 노동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 권리를 모르는 것은 결국 공공의 이익을 약화시킨다. 노동운동의 역사나 노동권 교육을 공교육 과정에서 빼는 건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회 진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이는 여러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미래세대의 역량을 없애는 것과 같은 행위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이 사회에 나가면 굉장히 취약하다. 불안정 노동, 성적괴롭힘, 위험한 노동환경 등에 맞서 자기 권리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모를 수 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권리를 교육받는 것은 당연하다. 노동교육을 없애려는 정부의 시도는 곧 미래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

- 최근 한국사회에선 이른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노조’로 불리는 젊은 세대의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화두다.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노동조합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부정적이란 거다. 이를 어떻게 보나? 

케이트 라핀 : 많은 노동조합이 국제평화 활동을 한다. 스웨덴-노르웨이 전쟁 위기 상황에서 양국 노동조합들이 전쟁 반대 목소리를 냈다. 결국 불법으로 판명된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은 노동조합이 냈다. 이런 정치적 개입이 노동조합의 대표성 약화로 이어지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청년들의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노조 활동에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에선 많은 청년이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이 있다. 특히 노동조합은 전쟁 관련 문제뿐 아니라 성적지향, 기후위기 대응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소년들이 주도하는 기후파업도 참여한다. 다양한 범주의 청년노동자들이 제기하는 다양한 목소리에 노동조합이 더 참여하고 사회 정책에 반영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심화되는 경제 위기 해법은  
법인세 증세·경제 정책에 노동자 참여 

- 세계 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케이트 라핀 : 이번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압력 때문에 발생했다. PSI가 주목하는 건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과도한 초과 이익이 있었다는 것이다. 과도하게 이익을 내는 기업의 법인세를 증세해 더 많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저절로 인플레이션은 낮아질 것이라는 간단한 계산식을 많은 정부들이 외면하고 있다. 

또 중앙은행 안에서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대변돼야 한다. 중앙은행의 두 가지 임무는 경제안정과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통화정책을 정하는 많은 중앙은행들이 기업과 부유층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경우 노동조합의 대표성이 중앙은행 안에서 보장되고 있다.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회의실에서 '국제공공노련 아시아태평양지역(PSI AP)' 기자 간담회가 진행 중이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회의실에서 '국제공공노련 아시아태평양지역(PSI AP)' 기자 간담회가 진행 중이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에너지 전환 달성 유일한 길은 
공공 중심··· 불가능하지 않아 

-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적 재앙을 막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은 어떤 방향이어야 하나?  

케이트 라핀 : 기후위기는 기업을 통해선 해결될 수 없다. 기업은 과소비를 촉진해 이윤을 가져가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이상하게도 화석 연료 기업들의 수익이 많이 늘어났다. 그런데 산업전환을 이유로 노동자들의 수는 축소됐다. (에너지) 전환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공적 투자를 통해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정책을 밟는 것이다. 에너지 부문이 공익에 부합하도록 관리되고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공재생에너지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가 살고 있는 호주 빅토리아주는 역사적으로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지역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주 정부는 노동조합과 공공 중심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했고, 관련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애니 헤론 : 나쁜 사례도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기후위기를) 민영화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이용한다. 그래서 아시아개발은행이 아니라 아시아파괴은행이라 부르고 싶다. 기업의 수익극대화를 도와주는 것에만 집중하고, 문제가 발생하고 상황이 잘못됐다 싶으면 공공기관이 공적 자금을 투입해 구조하는 시스템이다. 

모두로부터 수집되는 데이터 
공공재이니 공익 위해 쓰여야  

- 공공서비스 영역에서도 디지털화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PSI는 디지털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케이트 라핀 : 우려하는 지점은 거대 기업들이 정부에 막대한 영향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점점 커진다는 것이다. 공공부문에도 디지털화가 침범했다. 정부 계약을 민간 기업들이 체결하기도 한다. 

지난 몇 년간 많은 영역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됐고, 우리도 디지털 경제에 대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장 수준에서는 모범 단협안을 만들어 단체교섭을 할 때 조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단협안에는 노동자들이 데이터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를 종료시키는 것에 대한 내용, 사용자가 어떤 정보를 노동자에게 수집하는지에 대한 것들을 포함했다. 모범 사례를 찾으면 그것을 전파하기도 한다. 

우리의 기본 입장은 데이터는 공공재라는 것이다. 데이터는 모두로부터 수집되는 것이고, 모두가 데이터에 기여한다. 공익을 위한 사용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거대 기업에 의해 독점돼서는 안 된다. 그리고 공공기관이 데이터 사용과 관련한 규제를 해야 한다. 가령 병원에서 수집되는 데이터가 민간에 활용되면 새롭게 출연하는 전염병이 무엇인지 모두가 알아야 하는데, 수익을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다. 

환자수 대비 의료인력 법제화 필요 
의료 인력 이주는 정부·노조 함께 논의해야 

-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보건의료노동자, 돌봄노동자가 필수노동자로 부상하며 이들 노동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졌다. 아태지역 보건의료노동자와 돌봄노동자들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로 인해 노동환경이 바뀌고 있는지 궁금하다. 

케이트 라핀 : 팬데믹을 겪으며 보건의료인력들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민들도 인식하게 됐다. 보건의료와 관련한 노동은 평가 절하되고 낮은 임금과 장시간 노동, 많은 책임감과 스트레스 등이 수반된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특히 의료인력당 환자수 비율을 입법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관련해서 승리의 경험도 있다. 호주의 경우 간호사노조가 큰 노조 중 하나인데, 몇 개 주에서 아주 좋은 간호사당 환자수 비율을 쟁취했다. 이것은 강력한 노조가 있는 경우 가능했다. 또 아태지역에서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의료인력이 많이 이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애니 헤론 : 의료인력 관련해 중요한 정책 중 하나는 권리에 기반한 윤리적 채용이다. 아태지역은 인력 송출국과 유입국 모두가 공존하고, 정부 차원의 협약을 체결할 때 노동조합도 참여해 목소리를 낸다. 예를 들면 필리핀의 많은 간호사들이 독일로 이주하는데, 양국의 협약에 독일의 서비스노조인 베르디(Ver.di)와 필리핀의 공공연맹(PSLINK)이 참여하고 있다. 기본급, 노조할 권리, 분쟁을 해결할 권리,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를 논의한다. 

의료노동자들에게 양질의 노동조건을 보장할 수 없다면 의료노동자들이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노동자들이 이주한 나라에서 권리를 보장받는 데 기여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역할이라 본다.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국제공공노련 아시아태평양지역(PSI AP)' 기자 간담회에서 참석한 (왼쪽부터)애니 헤론(Annie Enriquez Geron)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집행위원회 공동의장과 케이트 라핀(Kate Lappin)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 사무총장이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국제공공노련 아시아태평양지역(PSI AP)' 기자 간담회에서 참석한 (왼쪽부터)애니 헤론(Annie Enriquez Geron)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집행위원회 공동의장과 케이트 라핀(Kate Lappin)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 사무총장이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세계 여성의 날은 
세계 여성노동자의 날”

-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특별히 떠오르는 여성노동자가 있다면?

케이트 라핀 : 세계 여성의 날은 세계 여성노동자의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이 미국 섬유공장 여성노동자들이 참혹한 노동환경에 맞선 저항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기 때문이다. 같은 의류노동자이기도 한 여성이 떠오른다. 방글라데시에서 의류부문 노동조합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네스마다. 그는 11살부터 의류노동자로 일하며 현재 노동조합 지도자 자리까지 올랐다. 현재 여성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네스마를 호명하고 싶다. 

애니 헤론 : 필리핀에는 용기 있는 많은 여성활동가가 있다. 특히 인권운동가인 레일라 데 리마 전 상원의원이 감옥에 갇혀 있다. 그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실시한 ‘마약과의 전쟁’ 정책을 강력히 비판하다가 마약상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거짓 혐의로 체포돼 6년간 수감생활을 해왔다. 거짓 혐의라는 증거와 증언은 모두 없어지고 아직 감옥에 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반인륜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레일라 전 상원의원은 용기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견디고 있다. 모든 필리핀 인권옹호자들의 마음을 담아 그녀의 자유를 위해 연대를 보내고 싶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케이트 라핀 : 한국 정부의 노동조합 탄압은 국제법 위반이자 국가의 미래를 공격하는 일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노동조합 할 권리를 약화시키는 것은 곧 기업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일이자,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노동자, 국민의 미래에 큰 피해를 가져올 것이다. PSI는 이미 한국의 노동조합들과 공동으로 한국 정부를 ILO 협약 위반으로 제소한 바 있다. 국제적으로 한국 정부의 노동조합 탄압 문제가 주목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