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괴범’으로 윤석열 알릴 텐가”... 화물연대 정부에 법적 대응
“‘노조 파괴범’으로 윤석열 알릴 텐가”... 화물연대 정부에 법적 대응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2.12.21 19:49
  • 수정 2022.12.2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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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등, 업무개시명령 위헌법률심판 제청...ILO에 정부 국제법 위반 제소도
ILO 기본협약 무시한 정부...“국제적으로 노동 후진국 오명 벗기 어려워”
19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화물노동자 업무개시명령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윤석열 정부의 회물연대 총파업 대응이 국제법과 헌법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은 16일 만에 종료됐지만, 업무개시명령과 공정위를 통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조사, ‘불법 파업’ 낙인찍기 등 윤석열 정부가 보인 행보는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다.

화물연대본부(위원장 이봉주)와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 등은 정부의 화물연대 파업 조치에 대한 법적 대응을 19일과 20일 이틀간 이어갔다. 19일엔 화물노동자에게 운송 업무를 강제하는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위헌성 여부를 가려달라고 신청했다. 20일에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 조치가 국제노동기구(ILO) 원칙을 위반했다며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에 한국 정부를 제소했다. ILO 제소는 국제운수노련(ITF), 국제공공노련(PSI), 국제노총(ITUC)과 함께했다.

“업무개시명령은 위헌” 주장
모호한 발동 요건에 자의적 해석...기본권 침해 지적도

화물연대 측은 업무개시명령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불명확한 발동 요건을 근거로 형사처벌·행정제재를 내린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신청했다.

현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14조는 국토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도록 한다.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고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발동한다.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화물차 기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명령을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화물운송종사자격 취소·정지도 당할 수 있다.

김덕현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업무개시명령은 먼저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김덕현 변호사는 조항에 적힌 “정당한 사유”, “집단으로”, “커다란 지장”, “매우 심각한 위기”, “초래할 우려”. “상당한 이유”, “국가경제” 등 업무개시명령 발동 요건이 추상적이라 자의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직업과 행동의 자유 등 화물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도 따져볼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업무개시명령이 특정 직업을 선택하지 않거나 퇴직·전직할 자유를 저해할 뿐 아니라, 스스로 운송 업무를 하지 않기로 한 화물노동자에게 업무 복귀를 강제하는 건 헌법상 행복추구권에 어긋다는 게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설명이다. 아울러 김덕현 변호사는 업무개시명령이 강제노역에 해당한다며, 헌법 12조와 지난해 한국이 채택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29호(강제노동 금지)를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화물연대는 철도·항공 등 다른 화물운송업은 업무개시명령 대상으로 삼지 않고 유독 화물자동차에만 적용하는 건 평등권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권 침해도 문제로 제기됐다. 정부에서 파업을 강제 종료시키는 업무개시명령은 부당하다는 게 화물연대 측 주장이다. 김덕현 변호사는 “노조법상 화물운송업은 공익사업에 해당치 않고, 공익성이 강해 단체행동권이 일부 제약될 수 있는 필수공익사업이나 필수유지업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화물노동자들은 더욱 강한 정도로 노동3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권 침해의 경우 화물차기사의 노동자성 인정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노동자를 폭넓게 인정한다. 이에 따라 화물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도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다. 한국이 비준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 ILO 기본협약 87호(결사의 자유, 단결권), 98호(단결권, 단체교섭권)에 따르면 화물차기사 역시 노동권을 보장받는 노동자에 해당한다. 반면 우리나라 노조법은 사용자와 근로계약관계를 맺은 ‘임금노동자’만을 노동자로 협소하게 인정한다. 이에 근거해 정부는 화물차기사를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법원은 이번 제청신청 인용 여부를 6개월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 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헌재 심사 결과 위헌으로 결정되면 업무개시명령은 즉시 효력을 상실한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은 “형사처벌 조항(징역·벌금)은 소급하여 효력이 상실되므로 업무개시명령 불응을 이유로 기소된 사람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어야 하고, 위헌 결정 전에 유죄가 확정된 사람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처분(자격 취소·정지)도 위헌 결정 이후 내려질 경우 효력을 잃고, 사건 유형에 따라 소급 적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화물연대본부(위원장 이봉주)가 총파업을 시작하고 엿새째인 지난달 29일 정부는 시멘트업계 대상 1차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이달 8일 철강·석유화학 분야에 2차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업무개시명령이 실제로 시행된 건 2004년 법이 도입되고 18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대로 대응한다’며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문자메시지로 명령서를 전송하고, 공무원이 아닌 운송사 직원에 의해 문자가 발송되는 일이 발생하며 정부가 행정절차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회물연대 측에서 주장하는 업무개시명령의 위헌성

①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위배(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및 제13조 제1항 전단)
② 직업의 자유 침해(헌법 제15조)
③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계약의 자유 침해(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
④ 양심의 자유 침해(헌법 제19조)
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침해(헌법 제33조 제1항)
⑥ 평등권 침해(헌법 제11조)
⑦ 강제노역 금지 원칙 위배(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국제적으로 노동 후진국 오명 벗기 어려워”
“윤석열 정권, 국제 규범 지킬 의무 있어”

화물연대 파업 동안 ILO 기본협약 비준국인 한국 정부에서 관련 규범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운수노조는 한국 정부의 국제법 위반을 주장하며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에 제소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비준해 올해 4월 20일부터 발효된 ILO 기본협약 87호(결사의 자유, 단결권), 98호(단결권, 단체교섭권)를 윤석열 정부에서 위반했는지 조사해 달라는 취지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화물노동자들은 11월 29일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의해 총파업을 종료하고 강제노역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화물노동자도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헌법에 보장된 권리가 있으며 정권은 헌법뿐만이 아니라 국제 규범을 지켜야 하는 의무도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를 폭넓게 인정하는 ILO 기본협약 87호는 화물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도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다. 기본협약 98호는 노동자의 단결권 행사를 보호하고, 자율적 단체 교섭을 장려·보장하도록 한다. 고용관계 여부와 별개로 군인, 경찰을 제외한 모든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가입할 권리를 갖는다는 게 ILO의 일관된 입장이다.

조현주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ILO 결사의 자유 협약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도 대한민국 정부는 화물운송노동자들로 조직된 화물연대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낙인찍고 위헌적인 업무개시명령을 하여 실질적으로 파업을 파괴하고 강제노동을 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장관 등 고위 관료들의 반노조, 파업 범죄시 발언, 공정거래위원회의 파업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조사개시와 이를 이유로 한 노동조합 사무실 출입 시도, 조합원 명부 제출명령 등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판정례집을 통해 “파업의 불법성에 대한 최종 판단은 특히 정부가 분쟁의 일방 당사자인 사건에서 정부에 의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다. 또한 개인정보 등 노동조합 가입의 기밀성은 보장되어야 하고, 법원 명령 없이 노동조합 시설이나 조합원의 자택을 수색하면 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으로 본다.

제소에 따라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정부에 의견 제출 여부를 확인한다. 정부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 위원회는 정부·노동계 입장과 사안을 검토해 심의·결론을 내린 뒤 ILO 이사회에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사회가 보고서를 채택하면 ILO는 정부에 결사의 자유에 위반되는 조치를 시정할 것을 권고한다.

오성희 공공운수노조 국제국장은 “권고를 내더라도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행은 정부 의지에 달렸다”면서도 “ILO 기본협약이 발효된 비준국에서 권고를 따르지 않는다면 국제적으로 노동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의 ILO 기본협약 위반이 인정되면 통상협약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무역협정에 노동 관련 조항이 포함돼 있어, 상대국 판단에 따라 한국 기업이 이행부과금이나 관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오성희 국제국장은 “FTA에서 노동기본권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게 최근 추세다. 당장 관세 불이익 등 무역제재로 이어진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한국 정부의 ILO 기본협약 위반 판결이 쌓이면 당연히 무역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이번 제소에는 민주노총과 국제공공노련, 국제운수노련 그리고 국제노총이 함께한다. 제소단체의 조합원 숫자만 2억 5,000만 명”이라며 “세계 노동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은 노조파괴 대통령, 노조탄압 대통령이다. 이번 공공운수노조의 ILO 제소는 정부가 이성을 되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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