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화물연대 사무실 조사 시도에 “공안 탄압”
공정위 화물연대 사무실 조사 시도에 “공안 탄압”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2.12.02 17:35
  • 수정 2022.12.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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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화물연대 사업자단체’, 공공운수 ‘노동조합에 공정거래법 적용 부당’
공공운수 “공정위 동원한 윤 정부 노조탄압... 조사엔 협조”
(오른쪽)황규수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가 2일 오전 화물연대 사무실이 입주한 강서구 등촌동 공공운수노조 건물 앞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들과 대화 중이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공정거래위원회가 화물연대 파업 관련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공공운수노조를 찾았다. 공공운수노조는 화물연대에 대한 조사에 유감을 표했다. 화물연대 측은 공정위 조사를 부당하다고 판단하지만,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양측은 조사 방식에 대해 이견을 보이며 상호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오전 화물연대본부(위원장 이봉주) 사무실이 입주한 강서구 등촌동 공공운수노조 건물로 안남신 카르텔조사국 카르텔조사과장을 비롯한 공정위 조사관 17명이 경찰 병력을 대동해 방문했다.

최근 공정위는 회물연대가 조합원에게 ‘운송 거부’를 강요했는지, 비조합원의 운송을 방해하는 행위를 했는지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알린 바 있다. 지난 11월 29일 공정위는 “화물연대의 부당한 공동행위,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며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가 발견될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건물 입구에서 이들의 입장을 막았다. 노조 법률원은 “현재 민감한 상황과 사안이기도 하거니와, 공공운수노조에 입주해 있는 여러 단체들이 동의하지 않아 이 건물 안에 진입해 공정위 조사를 하긴 어렵다”는 이유로 다른 장소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정위는 ‘건물 안에 들어가 조사해야 조사를 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공공운수노조 건물 내 조사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운수노조는 오후에 공정위 측이 공공운수노조 건물을 떠난 상황이며, 조사 과정과 형식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노동조합’ vs ‘사업자단체’

공공운수노조 건물 밖에서 공정위를 만난 황규수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조사 방식이나 조사의 목적에 문제제기를 하되 가능한 범위에서 조사에 협조를 하겠다”고 밝혔다. 황규수 변호사는 “공정위는 화물연대를 (화물기사들이 개인사업자 취급을 받는 특수고용노동자라) 사업자단체로 보고 있는데, 우리는 사업자단체로 생각지 않는다”며 (운수)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인 화주의 담합 조사는 하지 않고, 가장 말단에 있는 화물기사를 조사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과 관계자는 <참여와혁신>과 통화에서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보고 있다”며 “특수고용노동자는 사업자성과 노동자성을 동시 가지고, 원래 사업자이나 산재보험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이라 사업자성이 부정되는 것 같지는 않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파악해 조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공정위를 동원해 노조를 탄압하는 것이 윤석열의 ‘공정’”이냐며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사업자나 사업자단체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공정거래법을 노동조합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은 특수고용노동자 등 고용관계 여부와 관계없이 노동자 지위를 폭넓게 인정한다. 한국은 관련 기본협약을 작년 비준해 국내법처럼 준수해야 할 비준국에 해당한다.

공공운수노조는 “대통령은 ‘법 개정시 거부권 행사’, ‘안전운임제 전면 폐지 검토’ 등을 언급하고, 주무부처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사태 해결에 관심 없이 연일 ‘민주노총 손절’, ‘민폐노총’ 운운하며 노동자를 희롱하는데 여념이 없다”며 “정부의 탄압만큼 더 완강한 투쟁으로 돌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은 화물연대 총파업 9일차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시멘트 외에 정유·철강·컨테이너 등 다른 품목에까지 확대할 수 있다며 화물연대에 압박을 이어갔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지난 24일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안전운임제 3년간 추가 연장, 품목 확대 불가’ 태도를 고수하며, 양측의 대립이 노정 관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오는 3일 화물노동자 총파업 승리, 노조법 2·3조 개정 등을 요구하며 여의도 국회 일대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화물연대와 정부 입장을 각각 반영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교통안전을 저해하는 과로·과적·과속 등을 막기 위해 화물노동자에게 ‘최소 운송료’를 주고, 그보다 적은 돈을 주는 화주에게는 과태료(500만 원)를 부과하는 제도다. 2개 운송 품목(수출입 컨테이너, 시멘트)에만 적용하고, 3년간 한시적으로 제도를 운용하는 ‘일몰제’를 부여함에 따라 시행 3년째인 올해 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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