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업무개시명령’에 노동계 잇단 반발···· 노정관계 악화일로
화물 ‘업무개시명령’에 노동계 잇단 반발···· 노정관계 악화일로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11.29 17:37
  • 수정 2022.11.30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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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정부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 내려
노동계 잇단 반발 성명 발표
30일 서울교통공사노조, 2일 철도노조 파업 앞두고 노정 강대강 대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으로 8일 경기도 의왕시 의왕icd제1터미널에 화물차들이 멈춰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br>
지난 6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으로 경기도 의왕시 의왕icd제1터미널에 화물차들이 멈춰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안전운임제 지속·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화물노동자들에게 정부가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내리자, 노동계가 즉각 반발했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화물노동자들의 최후의 저항”에 정부야말로 “민생과 경제를 볼모로 한 겁박을 멈추라”는 것이다. 노동계는 화물노동자들과 함께 더 큰 투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물류·운수의 또 다른 축인 서울교통공사 노동자들이 예고한 오는 30일 파업, 내달 2일 철도노조의 파업을 앞두고 노동자들과 정부가 강대강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정부는 2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엿새째 파업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우선 시멘트 운송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명령을 내린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화물노동자들의 집단 운송거부로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 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는다. 화물운송종사자격 취소·정지가 내려질 수도 있다. 이 명령은 2004년 도입 후 실제로 발동된 적은 없다.

ⓒ 화물연대본부
29일 화물연대는 각 지역 결의대회를 열고 지도부가 삭발했다. ⓒ 화물연대본부

이날 노동계는 잇달아 성명과 입장을 내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위원장 양경수)은 “이번 업무개시명령은 화물연대 투쟁은 물론 안전인력 확충, 구조조정 중단, 민영화 중단을 요구하며 예정된 서울교통공사노조와 철도노조 등 노동자 투쟁의 예봉을 꺾기 위한 나쁜 의도를 가진 결정”이라며 “민주노총은 명령 발동 즉시 전 조직이 상황의 엄중함을 공유하고 비상체계를 발동했다. 화물노동자들의 안전운임제 요구를 넘어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이 달려 있는 이번 투쟁에 민주노총이 앞장서 싸울 것이며 반드시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위원장 김동명)은 “화물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라고 촉구할 때는 '개인사업자'라더니,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더는 운송을 못 하겠다고 하니 화물노동자에게 강제로 업무를 지시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정부가 만들었다. 업무 개시를 명령하려면 정부가 소득을 보전해주든가, 대책을 내놓는 것이 우선”이라며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은 경제를 볼모로 한 단체행동이 아니라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최후의 저항이다. 정부야말로 국가경제를 볼모로 한 겁박을 멈추고 안전운임제 완전 도입과 확대에 나서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위원장 현정희)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요건과 근거 모든 측면에서 정당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업무개시명령은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우리 헌법(제12조 제1항)과 근로기준법(제7조)에 위반된다. 아울러 ‘커다란 지장’이나 ‘상당한 이유’ 등 자의적인 요건 규정으로 정부의 입맛에 따라 임의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형사법의 절대 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에 맞서 더 크고 더 강한 투쟁으로 응대할 것”이라고 했다. 

금속노조(위원장 윤장혁)는 “윤석열 대통령이 모르는 것이 있다. 봉건왕조의 백성과 다르게 공화국의 시민은 권력을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 ‘자유’가 있다”며 “압제자의 성벽은 무너지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 금속노동자는 노동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윤석열 정권에 ‘업무정지’를 명령한다”고 밝혔다. 

서비스연맹(위원장 강규혁)은 “정부는 18년 전 만들어져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던 사문화된 법안까지 끄집어내 화물연대의 파업 투쟁을 힘으로 짓누르겠다고 선포했다”며 “안전운임제는 1년에 화물차 관련 교통사고로 700명 가까운 국민이 목숨을 잃고 있는 현실에서 도로 위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확대돼야 하는 중요한 정책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는 즉각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고 화물노동자들의 요구에 진정성 있는 대화와 교섭으로 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무금융노조·연맹(위원장 이재진)은 “정부여당은 대화는커녕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 행사를 집단폭력으로 규정하며 대결 구도를 조성하고 있다”며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고 올해 6월 화물연대 노조와 합의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품목확대 논의를 성실하게 이행하라.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존중하고, 사태를 풀 대화에 즉각 나서라. 현재 상황이 불행한 물리적 충돌로 확대된다면 우리 노조는 끝까지 그 책임을 정부에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일반연맹(비상대책위원장 양성영)은 “업무개시명령은 사문화된 법령이며 헌법에 보장된 쟁의권을 하위 법률로 제약하는 위헌적인 법령이다. 이런 문제투성이 법률로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꺾겠다는 윤석열 정권을 규탄한다. 정부는 화물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민주일반연맹은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교수노조(위원장 김일규)는 “애당초 정부는 안전운임제 확대 및 제도화에 대한 입장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으며, 그런 무책임한 대응이 이번 화물연대 파업의 원인이 됐다. 그런데 자신들이 자초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스스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다니, 뻔뻔하다는 말조차 참으로 무색할 지경”이라며 “교수노조와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는 화물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지지하며 화물연대의 파업을 엄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연대하며 함께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고 전했다.

부산지하철노조(위원장 서영남)는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은 정부의 약속 파기와 입법 회피가 불러온 것이란 점에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적반하장에 다름 아니다. 지난 6월 화물 파업 당시 안전운임제 지속과 품목 확대 논의를 약속했던 정부가 이제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파기했기 때문”이라며 “아무런 정당성도 없는 업무개시명령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헌법 유린과 노동 탄압의 귀착지는 정권의 몰락뿐”이라고 밝혔다.

택배노조(위원장 진경호)는 “개인사업자, 자영업자라며 화물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정부가, 이들에게 자신의 의사에 반해 노동을 하라는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요구할 자격이 과연 있는 것인가”라며 “화물노동자들의 안전운임제 요구 정당하며, 안전운임제는 품목 확대뿐 아니라 택배, 배달노동자들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정부는 즉시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철회하고 화물연대와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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