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계산대 도입으로 줄어드는 ‘마트계산원’, “천천히 도입되길 바랄 뿐”
셀프계산대 도입으로 줄어드는 ‘마트계산원’, “천천히 도입되길 바랄 뿐”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03.10 17:47
  • 수정 2023.03.10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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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인원 감소, 셀프계산대 업무 증가로 노동강도도 늘어나”
[인터뷰] 이명순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마트지부 은평지회 지회장
서울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셀프계산대를 이용하는 사람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서울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셀프계산대를 이용하는 사람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대형마트에 무인 셀프계산대 도입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마트계산원이 줄었고 향후에도 셀프계산대가 노동자를 대체할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현장에서 계산업무를 수행 중인 이명순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마트지부 은평지회 지회장을 만나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2월 20일 서울시 은평구 이마트 은평점에서 진행했다.

- 언제부터 마트 계산업무를 하셨나요?

입사한 지 22년 됐어요. (이마트 은평점) 여기에서 계속 근무하고 옮긴 적도 없고요. 다른 분들은 정년퇴직하고 그래서 여기서 일한 지는 제가 제일 오래됐을 거예요.

- 그럼 정년을 앞두고 계신가요?

올해까지 포함하면 3년 6개월 정도 남은 것 같아요. 만 60세가 정년이거든요.

- 지난해 이마트에 셀프계산대 도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면서 계산업무를 수행하던 노동자들이 고용불안 등을 호소하며 반발했습니다. 지회장님이 근무하시는 이곳도 셀프계산대가 여러 대 들어와 있는데요. 실제로 계산업무 인원이 많이 줄었는지 궁금합니다.

은평점 1층 계산대 12대 중 10대가 셀프계산대예요. 지하층에는 셀프계산대 5대가 들어와 있고요. 그러면서 인원이 많이 줄었고, 평일 근무하는 인원이 지금 20명대예요. 은평점이 캐셔가 많을 때는 거의 100명 가까이도 됐는데...

- 셀프계산대 도입으로 기존 근무자들의 업무 변화가 있나요?

일단 셀프계산대가 들어오면서 인원이 줄은 것도 있지만 정년퇴직으로 자연 감소되는 인원도 있어요. 그런데 새로운 인원 채용을 안 해요. 그래서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이 중노동을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일반 계산대가 많으니까 잠깐씩 앉아서 쉴 수도 있고 했는데요. 지금은 1층에 두 사람이 들어가면 쉴 새 없이 계산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계산 쪽 인원을 줄여서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기도 해요. 수산이나 축산 등으로 제법 발령을 하는데 그로 인해서 힘들어하는 직원들도 있죠. 물론 캐셔 일도 스트레스가 많지만, 계산업무를 하겠다고 들어왔는데 갑자기 업무가 바뀌었으니까요.

- 또 셀프계산대도 근무 인원이 투입돼 계산을 도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업무상 어려움도 있으시다고 들었는데요. 지회장님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셨나요?

그렇죠. 셀프계산대는 무게를 감지해서 물건을 구분하는데요. 이런 무게 감지하는 부분이 되게 예민하거든요. 그래서 고객들이 사용법을 잘 모르면 우리가 가서 해결을 해 드려야 해요. 또 주류 등 미성년자 구매가 안 되는 상품은 직원이 가서 확인을 해야 하고, 도난방지 태그 붙어 있는 상품은 계산 끝나면 제거도 해야 하고... 할 게 진짜 많아요.

지금 1층 같은 경우 셀프계산대 10대를 직원 2명이 봐야 하거든요. 그럼 쉴 수 있는 의자가 한쪽에 있어도 가서 앉을 새가 없어요. 거의 뛰어다니면서 일하거든요. 포스 앞에 있을 때는 의자에 앉아서도 일할 수 있는데, 셀프계산대 업무는 계속 서서 일할 수밖에 없어요.

또 물건 훔쳐가는 경우가 늘기도 했어요. 로스(상품이 없어지는 것)가 늘어났거든요. 예전에는 계산대 포함해서 입구에도 보안요원이든 서 있는 사람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그 인원들 계속 줄이니까 예전보다 보안이 약해진 면이 있어요. 도난방지 태그가 모든 물건에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이제 일하는 직원들도 감시를 잘 안 해요. 하는 일이 힘든 것도 있고, ‘인건비 줄여서 회사가 로스 감안하겠다는데 우리가 신경 써야 하나’라는 생각들을 하거든요.

- 셀프계산대 도입은 마트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노동자를 대신하는 기계 도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회장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저도 음식점이나 이런 데 가서 로봇이 서빙하고 그런 거 보면 신기해요. 또 굳이 다른 사람과 터치하는 거 싫어하시는 분들은 내가 알아서 해서 편하게 느끼시기도 하고요. 기계 사용에 점점 익숙해지시는 분들도 늘어나는 것 같고요. 그래서 기계로 바꾸는 걸 멈출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천천히 진행됐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일하면서 느끼기엔 아직 인원이 더 필요하거든요. 파트타이머를 가끔씩 모집하기는 하지만, 정규직 전환 전에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있으니까... 남은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좀 천천히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릴게요. 

마트 업무는 아줌마들이 많아요. 거의 다 50줄 넘게 나이 들어서 일을 하니까 상대적으로 다니기 쉬운 마트를 많이 와요. 물론 이 일도 힘들고 또 저희가 최저임금의 대명사잖아요. 그렇지만 생계를 위해서 마트로 와요. 여길 나가면 요즘엔 거의 만만한 게 요양보호사인 것 같아요. 얼마 전 정년퇴직한 분도 요양보호사를 한다고 하시고... 진짜 갈 데가, 선택할 직업이 많지 않은 거죠. 그래서 이 업무를 생업으로 하는 분들도 많으니까 셀프계산대를 늘리더라도 속도 조절을 해 천천히 도입되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