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노조 “보이지 않는 구조조정이 가장 위협적”
마트노조 “보이지 않는 구조조정이 가장 위협적”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3.10 08:37
  • 수정 2021.03.10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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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노조 2기, 3만 조직화로 정치·사회적 영향력 확대할 것”
[인터뷰]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위원장
정민정 전국마트산업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마트산업노동조합 2기 지도부가 3년 안에 3만 명 규모로 조직을 확대해 산업을 대표하는 노조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트산업에 부는 점포 축소와 인력 구조조정 바람에는 투기자본에 의한 구조조정, 기술발달로 인한 구조조정 등으로 결을 세분화해 대응할 예정이다.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서울 서대문구 마트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된 <참여와혁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임기 3년 계획을 밝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마트노조는 따로 노조 활동을 하던 마트노동자 4,000여 명이 모여 2017년 10월 출범했다.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마트산업에 종사하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1만 명 규모 업종산별 노조다.

지난해 10월엔 ‘정민정 위원장-전수찬 수석부위원장-김성익 사무처장’의 진용을 갖춘 2기 지도부가 출범했다.

마트노조 2기는 ‘3만 조합원 시대 개척’을 통해 사실상 산별대표노조로 자리 잡겠단 목표를 세웠다. 마트노동자의 대표성을 확보해 산별교섭을 요구하고 투쟁하면서 모든 마트노동자의 노조로 거듭나겠단 뜻이다.

정민정 위원장은 “지난해 조직된 온라인배송지회, 코스트코지회, 이케아코리아지회, 롯데하이마트지회 등 4개 지회를 1만 명 규모로 키우겠다”며 “이 성과를 토대로 대규모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조직해 3만 조합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더욱 심해진 구조조정 압박에는 그 종류를 나눠 전략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정민정 위원장은 “마트에서 일어나는 구조조정은 네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투기자본에 의한 구조조정 ▲기업이윤을 위한 구조조정 ▲나쁜 일자리 확산으로 인한 구조조정 ▲마트 온라인사업 확대, 기술발달, 고령화 등으로 인한 구조조정 등으로 구분했다.

정민정 위원장은 특히 드러나지 않는 마트의 인력 구조조정 방식을 지적했다. 정년퇴직으로 마트노동자들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지만 마트가 신규충원을 하지 않아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식이다. 보이진 않지만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인력감축 형태다.

국내 대형마트 1호인 이마트 창동점은 1993년 오픈했다. 당시 대부분 40~50대 중년여성이었던 마트노동자들은 대부분 정년을 맞고 있다.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은 “매장에선 매달 정년퇴직자 환송회가 열리고 있다”고 했다. 이외에 경영상 이유로 폐점한 뒤 집에서 먼 거리로 마트노동자들을 전환배치하는 방식도 있다.

다양한 방향에서 이뤄지는 구조조정에 대응해 마트노조는 투쟁과 동시에 올해 구조조정 대응 매뉴얼 마련, 마트노동자 공동요구안 수립 등 정책적 준비를 다질 계획이다.

정민정 위원장은 “3만 조합원의 힘으로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마트노조의 슬로건, ‘함께 살자, 함께 웃자’의 꿈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정민정 위원장과 일문일답

정민정 전국마트산업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 위원장은 마트노조 1기 사무처장이기도 했다. 1기의 성과를 꼽자면?

주관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해 말 지회장 68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로 말하고 싶다. 지회장들이 꼽은 마트노조 1기의 가장 큰 성과는 최저임금 인상 투쟁과 상자손잡이 설치사업이다. 산별노조로서 개별 마트를 넘어 산업 전체에 영향 미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냈단 자부심이 담긴 답변이라고 평가한다.

-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조직확대다. 1기 마지막 해에 이케아, 하이마트, 코스트코, 마트온라인배송 노동자들을 조직해냈지만 마트노조의 기둥인 빅3마트 지부에서 공격적인 조직확대가 어려웠다. 지난해 투기자본인 MBK에 의한 홈플러스의 구조조정이 강도 높게 진행됐다. 이마트의 초단기계약직인 스태프 직군 확대, 롯데의 폐점도 이어진 어려운 상황이었다.

- 마트 구조조정 바람은 꾸준히 불고 있다. 마트노조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마트에서 일어나는 구조조정은 네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① 홈플러스 - 투기자본에 의한 구조조정 ② 롯데 - 기업이윤을 위한 구조조정 ③ 이마트 - 나쁜 일자리 확산으로 인한 구조조정 ④ 마트 온라인사업 확대, 기술발달, 고령화 등으로 인한 구조조정이다. 구조조정 방향에 따라 전략도 다르다.

① 우선 MBK 같은 투기자본을 규제하고 투기자본이 자산을 매각하려 할 경우 노조와 합의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해야 무분별한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트노조는 근본적으로 투기자본규제입법을 위한 입법운동본부를 구성해 입법투쟁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② 기업이윤을 위한 구조조정엔 노동자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 롯데는 경영진의 무능력을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 절감으로 상쇄시키려 한다. 롯데쇼핑의 영업손실 적자누적은 경영권다툼, 사드발 중국 사업철수, 한일관계악화에 따른 불매운동과 일본 종속적 지배구조로 인한 부정적 기업 이미지 탓이다. 이는 롯데그룹의 정책판단과 경영실패가 원인이다. 그래서 우리는 롯데그룹민주노동조합협의회를 구성했다. 앞으로 공동투쟁을 벌여내면서 롯데그룹 노동자들의 분노를 모아나갈 것이다.

③ 나쁜 일자리 확산으로 인한 구조조정엔 교섭권을 확보해 투쟁해야 한다. 이마트는 꾸준히 신규 출점을 하고 있는데 인력은 줄고 있다. 2015년부터 6년간 이마트·트레이더스·노브랜드는 총 390개점이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노동자는 약 16%(3만 85명 → 2만 5,310명) 줄었다. 인력이 추가로 필요할 때마다 2개월, 3개월 단기계약직인 스태프를 사용하고 있다. 드러나지 않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마트노조가 교섭권을 갖고 제대로 투쟁해야 한다. 올해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다투는 해다.

④ 온라인사업 확대, 기술발달(무인셀프계산대 증가), 마트노동자 고령화로 인한 인원감축의 문제가 있다. 사실상 드러나지 않는 구조조정인데, 장기적으론 마트노조에 가장 위협적인 지점이다. 해외에선 신기술을 도입할 때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사가 협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등이 있다고 들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선 산별노조로서 우리의 고민과 연구가 더 필요하다.

마트노조가 계획 중인 주요 정책사업도 구조조정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마트노조는 서비스연맹과 함께 구조조정 대응 매뉴얼과 대책 마련, 마트노동자 공동요구안 마련 등의 정책사업을 해나갈 계획이다.

- 글로벌 기업 코스트코지회, 이케아코리아지회가 첫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단체협약 체결 지연의 원인은 외국기업 특유의 한국노동자 차별이 핵심이라고 본다. 이케아는 한국에 들어온 이후 임금이 거의 올리지 않았다. 유럽 매장의 사내 복지도 우리에게 해당사항이 없다. 또한 두 곳 다 전 세계 평균보다 높은 매출을 한국에서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의 저항은 매출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깔려있다. 이들은 한국의 노동부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 결국 한국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으로 노동조합의 힘을 제대로 보여줘야 해결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 오프라인 마트노동자 수는 꾸준히 감소세다. 조합원 수도 줄어들 텐데, 산별노조로서 조직화 전략은 무엇인가?

우선 기본에 충실하자다. 노조가 커지면서 176개의 지회·지부가 생기고 각기 다른 현장이슈로 다양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조직된 지회와 지부는 노조의 뿌리이자 몸통으로서 더욱 튼튼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중앙이 더 깊이 들어가 도울 수 있도록 5분 미팅, 현장순회, 간부교육 등 지회·지부-지역본부-중앙 간 소통을 강화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지난해 코로나와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흔들렸던 1만 조직을 복구하고 다시 확대강화하는 사업을 계획 중이다.

다음으로 지난해 조직된 온라인배송지회, 코스트코지회, 이케아코리아지회, 롯데하이마트지회 등 4개지회가 각각 과반 지회가 되도록 하는 것, 이들을 1만 명 규모로 키우는 것이 두 번째 조직강화 과제다. 특히 직할지회 조합원이 1만 명을 넘기면 유통판매산업엔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본다. 메가마트, 지에스 등 아직 조직화되지 않은 곳에서도 마트노조 직할지회가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트에서 함께 일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이다. 이들 중 다수는 규모가 큰 업체의 제품을 마트 안에서 진열, 판매, 시식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주차, 미화, 보안 노동자들은 용역업체 소속이다. 이들은 여전히 노조는 직영노동자들만 하는 줄 아는 경우도 많고,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협력노동자 노동환경 연구와 실태조사부터 착수할 계획이다. 어떻게 보면 협력업체 노동자 조직은 임기 3년의 목표로 이들의 조직화 여부에 마트노조의 지속 가능성이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 조직화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방법은?

4년차를 맞은 마트노조는 아직 정책역량이 부족하다. 1만 조합원 규모로 아직 정책만 전담할 수 있는 역량과 재정이 안 된다. 현안 투쟁도 정말 많다. 정책간부 채용이 마트노조의 바람이다. 특히 올해는 마트노조가 도약하기 위한 정책적 준비와 조직적 토대를 마련해야 해 서비스연맹의 도움을 많이 받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마트노조는 노동자의 공동요구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 ‘상자손잡이 설치 운동’ 이후 추진 중인 의제가 있나?

고민 중이다. 마트노조가 연구조사 사업을 많이 계획하고 있는 이유가 이 지점이기도 하다. 상자손잡이 설치 운동은 노조가 마트노동자 5,000명 규모로 현장 실태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의제다. 이 운동은 단순히 노동환경을 바꾸는 것뿐 아니라 마트에서 투명인간 취급받아온 마트노동자들도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이란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역할도 했다. 그래서 다양한 연구사업을 통해 상자손잡이 설치 운동의 뒤를 이을,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의제를 발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2기 집행부의 3년 목표는?

3만 조합원 시대를 여는 것이다. 1만 명 정도가 거리에 나와서 외치면 사회적 울림이 있다고 본다. 1만 조합원이 나오려면 3만 명 규모는 갖춰야 한다. 사실상 산별대표노조로 확실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조건인 3만 조합원의 힘으로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마트노조의 슬로건, ‘함께 살자, 함께 웃자’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 아직 산업을 대표하기엔 규모가 작은 마트노조는 큰 꿈을 꾸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