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이 제안한 ‘투기자본 규제법’, 내용은?
노동자들이 제안한 ‘투기자본 규제법’, 내용은?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11.18 14:09
  • 수정 2021.11.18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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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홈플러스 폐점매각저지 대책위,
투기자본 규제입법 추진 선포··· 규제입법 구체 내용도 밝혀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홈플러스 폐점매각저지 대책위가 18일 국회 앞에서 ‘투기자본 규제입법 추진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투기자본의 기업약탈을 막기 위해 노동자들이 직접 규제법을 준비했다. 이들이 마련한 자본시장법, 국민연금법, 상법,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의 핵심은 투기자본의 기업 인수 과정 등에서 고용과 노동이 고려돼야 한다는 점이다.

홈플러스 폐점매각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8일 국회 앞에서 ‘투기자본 규제입법 추진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재벌개혁경제민주화네트워크 등 40여 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책위는 홈플러스 폐점매각 저지, 노동자 일자리 보장, 투기자본의 기업약탈 방지 및 규제입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위해 지난달 14일 결성됐다. 

대책위는 “대한민국 투기자본 기업약탈의 정점에 사모펀드 MBK가 있다”며 “대표적으로 국내 유통기업 2위 홈플러스가 MBK에 인수된 지 6년 만에 기업약탈과 폐점매각에 산산조각나고 있다”고 했다.

주재현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는 안산점, 부천중동점, 대전둔산점, 부산가야점 등 알짜매장과 부동산을 팔아치우고 있다. 매각대금 규모만 4조 원이 넘는다”라며 “홈플러스 폐점매각 사태의 심각성은 MBK의 부동산 투기의 목적이 폐점이라는 데 있다. 이로 인해 노동자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인수대상 기업을 담보로 빚내서 인수→이윤 극대화 위한 구조조정→고배당 자산매각→엑시트(투자회수)’로 이어지는 ‘투기자본의 기업약탈’을 막기 위한 규제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이 고려된
투기자본 규제법안

이날 대책위가 제안한 투기자본 규제법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국민연금법 ▲상법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4개 법 개정안으로 구성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사모펀드의 투자자 보호를 위한 논의는 그나마 있었지만, 투자 대상 회사의 노동자 관점에서 논의는 사실상 전무했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됐다.

대책위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유한책임사원(LP) 정보 공개 △업무집행사원(GP) 정보공개 확장 △레버리지 한도 제한부터 사모 펀드 규제에 대한 법제도 개선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의 특정 유한책임사원(유한책임회사)이 30% 이상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 해당 유한책임사원의 연혁, 대표자 및 임원에 관한 사항 등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그간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법 처벌 수준 등을 보고했던 업무집행사원(무한책임회사)의 경우 투자 대상 회사에서 최근 5년간 인력 감축을 수반하는 구조조정을 한 경력이 있다면 등록 시 보고하도록 했다. 

사모펀드의 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을 기존 400%에서 200%로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조혜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지난달 개정된 법에서는 레버리지 비율을 400%로 완화해 빈털터리인 투자회사도 돈을 빌려서 투자가 가능하도록 했다”며 “이를 다시 200%로 제한해 투자 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개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홈플러스 폐점매각저지 대책위가 18일 국회 앞에서 ‘투기자본 규제입법 추진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대책위가 제안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는 국민연금이 투자 판단 시 고용 및 노동조건을 고려하도록 명시했다. 

상법에서는 이사가 직무 수행을 할 때 회사를 위해서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는 외국인 투자 제한 사유로 “근로자의 고용안정에 중대한 불안을 초래하는 경우”를 포함했다. 

또한 외국인 투자 기업이 임대료 감면, 고용보조금 등을 받는 과정에서 거짓 등 부정행위가 개입된 경우 기존 지원 내역뿐 아니라 일정 범위 내에서 이익을 환수하는 반환 명령 규정을 신설했다.  

대책위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외국인투자위원회에 정부 관계자, 금융전문가뿐 아니라 노동 정책 관련 전문가 2인을 추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향후 대책위는 ‘투기자본 규제입법’을 위해 10만 서명운동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재현 위원장은 “투기자본으로 인해 기업이 거덜 나고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이 사태에 분노하는 여론을 모아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10만 서명운동을 바탕으로 규제입법에 동의하는 국회의원들과 간담회, 토론회 등을 통해 대중적 여론을 모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책위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은 “정부와 국회는 시급히 투기자본 규제법을 마련해 투기자본의 횡포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며 “규제법으로 더는 투기자본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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