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연맹, ‘노동 중심 산업전환’ 대선 요구안 발표
서비스연맹, ‘노동 중심 산업전환’ 대선 요구안 발표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12.14 13:30
  • 수정 2021.12.14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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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산업 전환위원회 설치 비롯 ‘22개 의제’ 대선 정책 요구안 발표... 각 대선후보에게 정책요구 질의 예정

서비스노동자들이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동 중심 서비스산업 전환’을 위한 대선 요구안을 발표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강규혁, 이하 서비스연맹)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300만 서비스노동자의 삶과 노동을 개혁하는 불평등 타파! 저임금 타파! 노동 중심 서비스산업 전환을 20대 대선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서비스연맹은 “유통산업의 온라인화, 모빌리티 산업으로의 재편, 스마트홈 산업 확대 등 기술 발전으로 서비스산업에서도 산업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용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불안정 노동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도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조건에서 고용책임을 민간에만 맡겨둘 순 없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 일자리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구조조정, 저임금, 장시간노동, 야간노동에 아우성치는데 이번 대선후보들은 어디에 있나?”라며 “우리의 요구안은 11만 서비스연맹 조합원의 요구이자, 1,300만 서비스노동자의 요구다. 이 요구가 새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투쟁과제가 될지, 협의하며 해결할 공동과제가 될지는 대선후보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서비스연맹의 20대 대선 정책요구안은 산업전환 대응 영역, 노동조건 개선 영역, 사회서비스 국가 책임 영역 등 3가지 영역 22개 의제*로 이뤄졌다. 이는 ①서비스산업 전환위원회 설치 ②플랫폼 기업 규제 및 플랫폼·특고 노동자 보호방안 마련 ③투기자본 규제 및 유통·관광산업부지 부동산 투기 규제 ④돌봄국가책임제 실현 및 돌봄노동자 기본법 제정 ⑤교육공무직 법제화 ⑥여성집중 서비스업종 임금격차해소 등 6개 핵심요구로 추려진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14일 서비스연맹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20대 대선정책 요구안을 발표했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① 서비스산업 전환위원회 설치

서비스연맹은 대통령 직속 ‘서비스산업 전환위원회’를 설치해 유통, 관광, 물류, 가전, 플랫폼, 택시, 공공서비스 등 산업별 전환 이슈를 점검하고 고용·노동 관련 사회적 기준과 제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규혁 위원장은 “산업전환으로 고용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깊숙이 개입해야 한다”며 “고용을 전제로 한 기업의 지원책까지 논의하는 성격을 띤 서비스산업 전환위원회는 서비스연맹의 첫 번째 요구다. 대선후보들의 흔쾌한 동의를 기대한다”고 했다. 

② 플랫폼 기업 규제 및 플랫폼·특고 노동자 보호방안 마련

서비스연맹은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보호 방안 마련도 촉구했다. 

홍창의 배달플랫폼노동조합(준) 위원장은 “주4일제 근무가 대선의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근로자 신분이 아닌 배달플랫폼 노동자는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주40시간을 넘어 주80시간을 일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일하다 다쳐도 책임은 노동자 몫”이라며 “플랫폼기업은 직접 고용관계인 사용자성을 거부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창의 위원장은 “올해 초 이탈리아의 배달플랫폼 노동자들이 직접고용됐다는 기사를 봤다. 근로계약을 맺지 않으면 노예나 마찬가지라고 했던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며 “우리도 노예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삶을 위하여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도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공동위원장은 “가전업계는 AI, 자가, 셀프점검 가전제품이 이미 2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가전업계 노동자들에겐 일자리 위협을 넘어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기업은 산업 발달로 인한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대책은 내놓지 않는 무책임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도천 공동위원장은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기술 발달로 인해 대체되는 인력에 직업교육을 시키고, 정부는 체계적으로 직업교육이 이뤄질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③ 투기자본 규제 및 유통·관광산업부지 부동산 투기 규제 

이어 서비스연맹은 투기자본의 기업약탈을 막기 위한 규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홈플러스 폐점매각 사태의 핵심은 투기자본 MBK에 의한 부동산 투기목적 폐점이라는 데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시급히 투기자본규제법을 제정해 투기자본의 횡포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최대근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관광산업 노동자들은 최악의 상태에 놓여있다. 일년 넘게 휴업과 휴직, 임금삭감 등 고통을 감내해왔는데 결국 매각, 폐업 수순에 노동자들은 더 이상 삶을 유지할 수 없다”며 “정부의 지원금도 스스로 거부한 기업의 매출감소는 작은 이유에 불과하다. 부동산 투기자본과 손잡고 더 많은 이익을 편취하려는 기업과 자본의 무책임한 반사회적 욕심이 매각과 폐업의 가장 큰 이유”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대근 위원장은 “정부의 개입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 자본과 기업만을 위한 이익에는 적절한 규제가, 노동자의 고용에는 보호가 절실하다”며 “또한 관광산업 노동자들의 노동할 권리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관광기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4일 서비스연맹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20대 대선정책 요구안을 발표했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14일 서비스연맹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20대 대선정책 요구안을 발표했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④ 돌봄국가책임제 실현 및 돌봄노동자 기본법 제정

민간에 맡겨진 공적 돌봄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우정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요양서비스의 구조적 문제는 공적 재정을 국가가 관리·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98%가 민간에 맡겨졌다는 것”이라며 “요양서비스 공공성 강화, 돌봄노동 국가책임 실현을 위해 국가와 정부의 역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우정 위원장은 ▲돌봄노동자기본법·정책기본법 제정 ▲요양보호사 표준임금 법제화 등을 요구했다. 

⑤ 교육공무직 법제화

서비스연맹은 또한 전국 유·초·중·고등학교와 교육기관 등에서 급식, 교무행정지원, 시설관리, 돌봄 등 업무를 수행하는 교육공무직 약 17만 명과 방과후강사 등 비정규직 강사 약 16만 명의 법적 신분 보장을 촉구했다. 

이영남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부위원장은 “38만 명의 비정규직이 있는 학교는 비정규직 백화점”이라며 “학교비정규직은 공공기관 중 처우가 가장 열악하고 각종 예외 조항으로 기간제, 초단시간, 방학 중 비근무자가 존재하며 필수 노동자임에도 유령신세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영남 부위원장은 “학교비정규직의 법제화뿐 아니라 각종 직업암과 산재 발생 현장이 되고 있는 급식 노동자에게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배치기준과 안전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⑥ 여성집중 서비스업종 임금격차해소

마지막으로 서비스연맹은 콜센터 등 여성 집중 서비스업종의 저임금 실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직종 내에서도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민정 위원장은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20여 년째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여성노동자는 남성 임금 대비 67.7%밖에 받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정민정 위원장은 “콜센터, 판매서비스, 돌봄 등 여성 집중 서비스업의 고질적인 저임금 실태를 개선하는 것이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는 핵심”이라며 “아울러 마트의 경우 여성노동자들은 대부분 말단 하위직급에 갇혀 있는 직급상 유리천장 아래 놓여 있다. 이는 마트 여성노동자들이 근속연수가 매우 높은데도 임금이 최저임금에 머물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정민정 위원장은 “성별임금격차는 성별에 의한 입직기회 차단, 고용형태 차별, 성별 직무분리나 승진배제로 발생하는 임금 차별, 경력단절 등 다양한 과정 속에 복합적으로 발생한 결과이기에 경력단절여성법 같은 어느 하나의 수단에만 의지할 순 없다”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적용, 최저임금 대폭 인상, 비정규직 일자리 질 제고, 고용상 성차별 강력 금지, 모부성권 보장 확립, 일-삶 균형 지원 제도 확대, 경력단절 예방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여성 일자리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비스연맹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각 대선후보에게 정책요구 질의서를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규혁 위원장은 “서비스노동 현장의 목소리가 대선의제가 되고, 새 정부의 정책이 될 수 있도록 힘차게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연맹의 20대 대선 요구안

1. 산업전환 대응 영역
▲서비스 산업전환 시기 국가책임 강화 ▲유통산업 전환에 따른 법·제도 정비 ▲투기자본 규제법안 마련 ▲플랫폼 기업 규제 방안 마련 ▲택시산업 구조혁신

2. 노동조건 개선 영역
▲코로나 위기 관광산업 고용보장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및 원청사용자성 인정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 보호 방안 마련 ▲불안정 노동자 사회안전망 마련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 의무화 ▲주4일제, 적정노동시간 보장 ▲최저임금 현실화 및 최고임금제 도입 ▲성별 임금격차 해소 ▲유통·배송노동자 야간노동 근절 ▲서비스 노동자의 건강권·안전권 보장

3. 사회서비스 국가 책임 영역
▲돌봄 국가책임제 실현을 위한 돌봄기본법·정책기본법 제정 ▲사회서비스원 직영 시설 확대와 노동자 처우개선 ▲요양보호사 표준임금 법제화 ▲교육공무직 법제화 ▲방과후학교 법제화를 통한 전일제 학교 실현 ▲학교급식실 인력확충 및 교육복지 예산 확대 ▲학교예술교육 확대 및 학교예술강사 법적지위 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