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동자들 ‘삭발’··· MBK와 전면전 선포
홈플러스 노동자들 ‘삭발’··· MBK와 전면전 선포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5.13 16:34
  • 수정 2021.05.13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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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마트노조 MBK 본사 앞 ‘집단 삭발식’
“더 물러설 곳 없다··· MBK 철수 촉구”
13일 MBK에 전면전을 선포한 주재현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이 삭발을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mskang@laborplus.co.kr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집단 삭발했다. “저 위에 대주주 MBK가 홈플러스를 거덜 내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05m 건물 높이 위 MBK 본사 아래에 선 노동자 11명의 머리카락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위원장 주재현)는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D타워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집단 삭발식을 진행했다. 

홈플러스지부는 “국내 유통 2위 기업 홈플러스가 투기자본 MBK에 의해 산산조각나고 있다”며 “20년 넘게 일해온 일터인 홈플러스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머리를 깎는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측은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매장을 팔아 자산유동화를 진행 중이란 입장이지만, 노동조합은 사모펀드인 MBK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알짜매장들을 매각한다고 보고 있다. 

홈플러스지부는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은 지난해부터 홈플러스 140개 매장 중 매출 최상위 매장을 중심으로 폐점을 전제로 한 매각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폐점·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매장은 4곳이고, 대전탄방점은 올해 2월 말 폐점이 완료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지부에 따르면 MBK가 홈플러스를 2015년 인수한 이후 매장을 매각해 벌어들인 대금은 총 3조 5,000억 원이다. 이 중 지난해 매각한 4개 매장(안산점·둔산점·대전탄방점·대구점)의 매각대금은 1조 2,000억 원이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MBK가 돈 될 만한 알짜매장을 다 팔아 이제 홈플러스는 빈껍데기로 전락하고 있다”며 “2만 명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오늘을 시작으로 전면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주재현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마이크 든 손을 떨며 “오늘을 잊지 않고 홈플러스를 지키는 싸움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mskang@laborplus.co.kr
13일 광화문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매각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한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이 삭발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mskang@laborplus.co.kr

‘엄마, 빡빡머리 하지 말라’며 우는 10살, 7살 두 아이를 달래고 나온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은 “이제 우리는 물러설 곳이 없다”며 “홈플러스 노동자와 MBK의 싸움은 MBK가 홈플러스를 떠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삭발식에는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 주재현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을 비롯 11명의 노동조합 지도부가 함께했다. 

삭발식을 마친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MBK에 홈플러스 매각 중단과 홈플러스 철수를 촉구하는 경고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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