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첫 대책, 면피용?
교육부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첫 대책, 면피용?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3.14 20:33
  • 수정 2023.03.14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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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14일 학교급식실 조리환경 개선 방안 내놔
급식노동자·강득구 의원, “현장 적용 안 되면 탁상행정···중장기 대책도 부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14일 오후 1시 40분 국회 소통관에서 '학교급식 폐암 심각성 침소봉대하는 교육부 규탄 및 알맹이 없는 교육부 대책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2021년 학교에서 일하던 급식노동자의 폐암이 산재로 인정된 지 햇수로 2년, 교육부가 관련 대책을 사실상 처음으로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기설비 개선에 1학교당 1억 원
노후 급식시설·기구 개선 추진

교육부는 14일 학교급식종사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안전한 조리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급식실 조리환경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건강검진의 후속 조치로 이번 개선방안을 마련하게 됐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골격은 ▲학교 급식조리실 환기설비 개선 및 지원 ▲학교급식 조리방법 및 급식환경 개선 ▲학교급식종사자 개인보호구 검토 및 안전교육 실시 ▲학교급식종사자 폐암 예방 관계기관 전담팀(TF) 운영 등이다.

먼저 교육부는 학교급식조리실 환기설비 개선을 앞당기기 위해 시·도교육청별 환기설비 개선 계획에 따라, 개선이 필요한 학교 1교당 1억 원씩 보통 교부금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학교 급식조리실 환기설비 설치 가이드’도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논의하고, 개선 사례를 공유한다. 해당 가이드는 환기설비 설치기준(후드, 덕트, 송풍기의 구조, 성능 등, 전체 환기 및 급기설비 기준 등)과 환기설비 유지관리 기준(도면 및 계통도 관리, 연1회 성능 점검 등) 등을 담고 있다.

발암물질인 ‘조리흄’을 유발하는 요리는 오븐을 사용하도록 전환을 유도하고, 튀김류는 주2회 이하로 최소화하겠다고도 밝혔다. 대체 식단과 조리법의 개발‧보급, 오븐 활용법 등 연수 등을 통해 조리방법‧식단 개선도 지원한다. 학교의 오븐 사용 실태분석을 올해 상반기 중 진행하고, 오븐 작동법과 요리시연 등에 대한 영상도 제작한다.

아울러 교육부는 현대화 급식기구(오븐, 보온·보냉 배식대, 자동교반기, 자동컵세척기, 행주 삶는 기기, 조리 지원 로봇 등)로의 점진적 교체를 돕기로 했다. 노후 급식시설‧기구(10년 이상)나 지하 조리시설 개선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급식실 인력지원체계 개선을 위해선 시·도교육청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환기설비 개선 기간 학교급식노동자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으론 “최적의 보호구를 검토하는 한편, 교육자료 지원 등을 통해 시·도교육청별로 종사자 안전교육을 실시하도록 독려”한다. 기존 특수마스크 및 새로운 개발 제품을 포함한 대안을 모색해보겠다는 것이다. 환기설비 개선 방안을 논의할 전담팀(TF)도 운영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TF엔 고용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시·도교육청, 안전보건공단 등이 참여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이들의 학교급식을 책임지고 계시는 급식종사자분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관계기관 전담팀 논의를 통해 쾌적한 조리실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실효성 담보 없는 방향 제시
구체적 방안은 전무

학교급식노동자들은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방향 제시에 그쳤다”며 우려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본부장 이윤희)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오후 1시 40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에 대책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학교급식종사자의 폐암 산업재해 인정 사례가 처음으로 발생한 이래 대책 발표가 일체 없었던 교육부가 처음으로 대책을 내놨다. 어떤 면에서 이번 발표 자체는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햇수로 2년이 경과해서야 첫 대책 발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후약방문이다. 내놓은 대책도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식단 조정, 오븐 등 확충은 이미 시·도교육청 별로 권고가 시행되기도 했으나 권고 수준에 그쳐 실제 이행되고 있지 않다. 현장에 실제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이 대책은 여전히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며 “그나마 교육부가 올해 1,799억 원을 보통교부금으로 교부하는 등 계획을 수립한 점은 많은 진전이 보이는 대목이긴 하지만, ‘급식실 현대화사업’과 같이 환기설비 개선과 직접적인 연관이 떨어지는 기존 사업, 이번 사업계획과 예산 세목이 구분되지 않고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여전히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지 못하는 교육부를 규탄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이 학교 현장을 바꾸기 위해 필요하다 말하는 대책은 ▲1인당 식수 인원 개선 ▲예산 지원에 있어 기존 사업과 세목을 분리하고, 안정적인 예산 확보를 위해 사업 계획 명확화 ▲지하와 반지하에 위치한 급식실을 지상으로 즉각 조치 ▲후드 풍속 기준 및 식단 기준을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명시 ▲1인당 최대 조리흄 노출 시간을 명시하고 폐CT 전수검사를 매년 정례화 ▲산안법 시행규칙상 특수건강진단 대상 유해인자에 조리흄을 포함하고, 학교안전보건법 시행규칙상 공기 질 의무 검사 대상에 조리실을 포함할 것 등이다.

김미경 교육공무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은 “마스크 착용 대책에 이르러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발암물질인 조리흄은 초미립자다.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통한 초미립자 차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며 “장시간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고강도 노동을 하는 급식종사자들에게 과연 마스크가 대안인지 객관적인 판단과 신뢰 확보가 요구된다”고 했다.

손경숙 교육공무직본부 전국급식조리분과장도 “나 또한 학교에서 일하는 급식노동자다. 급식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질환으로 늘 아픔에 시달렸는데, 이제는 폐암을 걱정하며 노동해야 한다는 게 두렵다”며 “얼마 전 폐암 수술을 앞둔 동료를 만났는데 대체 인력이 없어 수술 전까지 일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죽음의 급식실이 되지 않도록 급식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교육부는 14개 시·도교육청 급식종사자 건강검진 결과도 발표했다. 2만 4,065명의 학교급식노동자 중 폐암이 확진된 노동자는 31명이었고, 의심 또는 매우 의심된다는 노동자는 139명이었다. 경계선 결절 진단을 받은 노동자는 534명, 1년 후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양성 결절은 6,239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