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노동자 31명 폐암 확진... 폐암 의심 등 이상소견자는 더 많아
학교급식노동자 31명 폐암 확진... 폐암 의심 등 이상소견자는 더 많아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03.14 15:20
  • 수정 2023.03.14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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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14개 시·도교육청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건강검진 결과 발표
학교비정규직노조 “폐암 산재 막기 위한 노동환경 개선 대책 마련해야”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본부 10층 대회의실에서 ‘‘충격적’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에 대한 당사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본부 10층 대회의실에서 ‘‘충격적’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에 대한 당사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교육부가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건강검진 결과를 발표하며 14개 시·도의 학교급식노동자 31명이 폐암 확진을 받았다고 밝혔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폐암 확진’ 전 단계인 ‘폐암 의심 또는 매우 의심’ 등 이상소견을 받은 인원까지 합하면 학교급식노동자의 폐 질환 발병률은 훨씬 높은 편”이라며 “급식실 환경 개선, 인력 충원 등 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위원장 박미향)은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본부 10층 대회의실에서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에 대한 당사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55세 이상 또는 경력 10년 이상인 현직 학교급식노동자 대상으로 저선량 폐 CT 촬영 등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검진 결과 취합이 완료된 14개 시·도(서울·경기·충북 제외)의 2만 4,065명 중 ’폐암 의심 또는 매우 의심‘이 139명, 이 가운데 ’폐암 확진‘이 31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폐 결절이 발견된 경우도 있었다. 폐 결절이 양성으로 추정되지만 6개월 내 추적검사가 필요한 ’경계선 결절‘은 534명, 폐암 가능성은 낮지만 1년 후 정기검사가 필요한 ’양성 결절‘은 6,239명에게 발견됐다. 이들은 폐암 관련 이상소견을 받은 경우로 분류된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서울·경기·충북의 학교급식노동자 건강검진 결과를 교육청 통계에 포함하고, 의심 또는 매우 의심 판정을 받은 이들의 추가 조직 검사 결과까지 나오면 폐암 확진자 수는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반드시 폐암이 아니더라도 폐 질환이 의심되는 인원이 많아 학교급식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한 근거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학교급식노동자의 폐암을 유발하는 원인에는 고온의 튀김·볶음·구이 요리 등 조리 시 발생하는 발암물질 조리흄이 있다. 지난 2021년 2월 조리흄이 직업성 폐암을 유발했다는 인과관계가 성립돼 학교급식노동자 최초로 폐암 산재 인정을 받기도 했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학교급식노동자들은 폐암만이 문제가 아니다. 조리흄에서 발생하는 각종 유해 화학물질이 천식을 유발해 이들 가운데 상당수 천식 가능성이 있다”면서 “조리흄은 중국발 초미세먼지 입자와 비교해 100분의 1 크기의 나노 입자로 폐 깊숙이 들어가 혈관까지 침투할 수 있다.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진 조리흄이 다른 암 발생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본부 10층 대회의실에서 ‘‘충격적’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에 대한 당사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본부 10층 대회의실에서 ‘‘충격적’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에 대한 당사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해 건강검진을 받고 폐암 확진을 받은 학교급식노동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경력 8년 차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 조합원 A씨는 “폐암 1기 진단을 받고 지난 2월 폐 일부 절단 수술을 받았다. 숨이 차서 계단 오르는 게 쉽지 않고 잔기침이 나와 말하기 힘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투쟁이 없었다면 검사받을 생각도 안 했다. 그러면 한참 시간이 지나 암이 발견됐을 텐데 그 생각만 하면 끔찍하다. 그렇다고 1기에 발견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라며 “아직 산재 인정이 안 돼 무급으로 쉬고 있다. 언제 암이 재발할지 몰라 현장으로 돌아가기도 겁난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주는 건강한 급식실이 되게 도와달라”고 발언했다.

경력 13년 차 학교비정규직노조 인천지부 조합원 B씨는 “폐암 수술 후 회복 중에 있다. 현장 급식실 동료들은 건강검진 결과에 충격을 받고 두려움에 떨며 급식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강도 높은 노동으로 신입 채용해도 반 이상이 못 견디고 나간다. 급식실 인원 배치기준 저하 등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학교급식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조리흄 다량 발생 메뉴 축소 △현행 급식실 배치기준상 결원 지역 인력 충원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 예산 확대 편성 △교육당국과 노조가 참여하는 급식실 안전 대책 협의체 구성 △폐암 확진 및 의심자에 대한 사후 관리 및 지원 대책 등이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교육부·교육청에 요구했다.

아울러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지역별로 다른 급식실 인력 배치기준 하향 표준화 방안, 급식실 공기 질 개선 위한 종합 대책, 적정 급식실 인력 법제화,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건강검진 의무화 등도 교육당국에 요구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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