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사업장 담벼락 넘어 지역사회로 가자
노동조합, 사업장 담벼락 넘어 지역사회로 가자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4.07 11:19
  • 수정 2023.04.07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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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노동조합의 지역연대·사회연대를 이야기하는 토론회 열려
"사업장 투쟁 넘어 지역공동체 위할 때 노동조합도 강해져"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 201호에서 '민주노총 서울본부 23년 생활문화위원회 사례발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 201호에서 '민주노총 서울본부 23년 생활문화위원회 사례발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오른쪽부터)김호정 민주노총 서울본부 사무처장, 최혜영 우리동네협동조합 이사장, 나상윤 강서구노동복지센터 센터장,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조은성 금속노조 경남지부 사회연대사업부장,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조합원

노동조합은 종종 사업장 '담벽' 안에 갇혀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등한시한 채 자기 이익에만 복무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되듯(안젤라 데이비스)" 사업장 담벼락을 넘어 노동조합과 지역사회의 연결을 고민하는 노동조합도 많다.

그런 고민을 하는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모였다. 이들은 노동조합이 사업장 투쟁에 갇히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해야 시민사회로부터 폭넓게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더 낮게, 더 넓게'를 지향하며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들을 보호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여야 '노동조합 이기주의'라는 오명을 벗고 더 강한 투쟁의 동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노동조합과 지역사회의 연대를 이야기하는 토론회인 '지역과 노동 우리 당장 만나! 민주노총 서울본부 23년 생활문화위원회 사례발표 연속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선 노동조합과 지역사회 연대의 필요성, 연대 사례, 연대의 방향성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토론회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생활문화위원회가 주최했다.

토론회는 현재 노동 운동에 대한 진단과 함께 시작됐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은 "민주노총의 운동은 여전히 작업장 투쟁 중심"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노동조합이 산별교섭을 이야기하지만 현재 노조는 그 형태만 산별노조"라며 "여전히 대부분의 노동조합은 기업별 단체협상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시장의 격차가 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시민들에겐 집단 이기주의, 조합 실리주의로 보일 것"이라고 했다.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 201호에서 열린 '민주노총 서울본부 23년 생활문화위원회 사례발표' 토론회에서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이 주 발제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 201호에서 열린 '민주노총 서울본부 23년 생활문화위원회 사례발표' 토론회에서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이 주 발제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나상윤 강서구노동복지센터 센터장은 노동조합이 다른 노동자·시민과 연대할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노동자들과 연대하지 못한다면 노동조합은 고립된다. 고립된 노동조합은 자본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며 노동운동이 조합만을 위한 운동에서 벗어나 전체 노동자와 시민을 위하는 운동이 될 때 자본이 노동조합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나상윤 센터장은 노동조합이 노동자가 생활하는 공간과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상윤 센터장은 "생산현장이 일터라면 생활하고 있는 지역은 삶터"라며 "노동조합은 생산의 영역인 일터에서 주인의식을 가진 주체가 되려고 하듯이 생활과 재생산의 영역인 삶터에서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주체가 될 필요가 있다. 일터와 삶터의 주체가 돼 삶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전 위원장)은 "라이더유니온은 노동조합에서 진행했던 연대활동의 산물"이라며 "더 많은 연대로 우리 같은 사례가 많이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훈 조합원은 "초창기 라이더유니온은 타임오프제(노조법상 노동시간 면제제도)가 없어 회의하기 위해 한 번 모이기도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하지만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에서 운영하는 '사무금융 우분투재단'의 눈에 띄어 재단으로부터 수많은 사회적·재정적 지원을 받았다"며 "덕분에 라이더유니온은 안정적인 조직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라이더유니온은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이 됐다"며 "이제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고받는 단체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 201호에서 '민주노총 서울본부 23년 생활문화위원회 사례발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 201호에서 '민주노총 서울본부 23년 생활문화위원회 사례발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노동조합이 지역사회와 연대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나상욱 센터장은 "노동조합이 시민 개개인과 일일이 접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역에 어떤 풀뿌리 시민단체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그들의 전문성에 노동조합의 인원, 기금 등을 결합한다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훈 조합원은 라이더유니온의 취약계층 도시락 배달 활동을 소개하며 "조합원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활용해보라"고 조언했다. 박정훈 조합원은 "조합원들이 '3,000원을 받기 위해 동료를 경쟁자로 생각하고 달렸을 때와 취약계층에 마음을 전하기 위해 배달을 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 너무 달랐다'고 말하더라"며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일로 타인을 도울 수 있게 되니 자율참석이었는데도 많은 조합원이 연대활동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조은성 금속노조 경남지부 사회연대부장은 사회연대사업에서 선행돼야 할 것은 지역에 대한 연구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해당 지역에 정말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힘만 들고 도움은 안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지역사회와 연대를 실천하고자 하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예정된 시간(90분)을 훌쩍 넘겨 3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이어나갔다. 서로의 고민을 경청하던 참석자들은 "벌써 끝나 아쉽다. 다음에 제대로 이야기해 보자"며 다음을 약속했다.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 201호에서 '민주노총 서울본부 23년 생활문화위원회 사례발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 201호에서 '민주노총 서울본부 23년 생활문화위원회 사례발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