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가입 늦어진 이주노동자 진료비 ‘부르는 게 값’
건보 가입 늦어진 이주노동자 진료비 ‘부르는 게 값’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5.31 15:34
  • 수정 2023.05.31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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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의원, 장기체류 외국인 건보 가입 요건 ‘외국인 등록 시점’→‘외국인 등록할 의무 있는 사람’ 변경 발의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건강불평등 해소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건강불평등 해소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장기체류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 시점을 앞당기는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입국 후 곧바로 일을 시작하는 이주노동자들이 건강보험 가입 전 다쳤을 때 무리한 진료비를 감당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노동·시민단체들은 3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건강 불평등을 야기하는 건강보험법 제109조는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강은미 의원은 장기체류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 요건(제109조)을 ‘외국인 등록을 한 사람’에서 ‘외국인 등록을 할 의무가 있는 사람’으로 바꾸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109조는 고용허가 비자 등으로 입국한 장기체류 외국인이 건강보험에 가입하려면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 등록을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외국인 등록은 입국일로부터 90일 이내에 해야 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사업주가 신청을 미루기도 해 근로 개시와 건강보험 가입 시점에 공백이 생긴다. 이 때 다치면 치료비는 이주노동자가 비급여로 부담한다. 내국인 노동자의 경우 근로를 개시한 시점부터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이주노동자들은 해당 조항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최대 90일 동안 받지 못해 그 기간 중 감염병 등 질병이 발생하면 병원비 폭탄을 맞는 등 건강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국민권익위도 불합리한 차별이라 의견 표명을 했고,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는 건강권 문제인만큼 빠르게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네팔에서 고용허가 입국한 이주노동자가 건강보험 가입 전 다쳐 2,500만 원 가량의 진료비를 떠안게 된 일도 벌어졌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이주노동자로 새로 입국해서 외국인 등록을 하기 전까지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작년 이주노조와 상담했던 네팔 노동자는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보름 지나서 깨어났는데 돈을 전부 부담해야 했던 것”며 “이런 문제로 피해를 보는 이주노동자가 한 둘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외국인 등록하기 전 다치지도 아프지도 말길 바라야 한다”고 밝혔다.

박영하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도 “건강보험은 빈틈이 없어야 한다. 근로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장기체류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입국한 이주노동자의 건강보험 가입 시기를 입국한 날로 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이주노동자가 병원에 가면 부르는 값이 진료비가 된다. 하루 빨리 해당 규정을 개정해 건강보험제도가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건강불평등 해소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건강불평등 해소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건강불평등 해소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건강불평등 해소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