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일몰 이후 ‘운임 저하’ 시도 있다”
“안전운임제 일몰 이후 ‘운임 저하’ 시도 있다”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06.13 04:17
  • 수정 2023.06.13 0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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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무역 감소로 화물노동자 일감도 줄어 ‘이중고’
[인터뷰] 김진영 화물연대본부 서경지역본부 경기북부지부 자유로지회 지회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으로 8일 경기도 의왕시 의왕icd제1터미널에 화물차들이 멈춰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br>
경기도 의왕시 의왕ICD제1터미널에 정차한 화물차들 ⓒ 참여와혁신 DB

안전운임제가 일몰된 이후, 일부 화물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운임이 저하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의 과로·과속·과적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제도로, 화물노동자의 최저임금제로 불렸다.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에 한정해 지난해까지 3년간 시행된 바 있다.

지난 2월 정부는 안전운임제 연장 대신 표준운임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표준운임제는 운송사-화물노동자 간 운임은 강제하되, 화주-운송사 간 운임은 규율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에 화물연대본부는 “화물운송시장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화주의 책임을 묻지 않는 제도는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화주가 입찰을 통해 운송사와 계약하고, 운송사는 소형 운송사 또는 화물노동자에 운송을 위탁한다. 따라서 화주가 지급하는 운임이 낮을수록 화물노동자 운임도 줄어들기 때문에, 화주를 규제해야 화물노동자의 안전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 부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25일 현재 화물노동자로 근무하는 김진영 경기북부지부 자유로지회 지회장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화물 운송 일을 한 지 얼마나 됐나?

올해로 16년 됐다.

- 어떤 품목을 운송했나? 안전운임제 적용을 받았나?

운송 품목이 컨테이너라서 적용받았다. (경기도 의왕시) 부곡을 기점으로 부산을 왕복하고 있다.

- 하루에 운전을 얼마나 하나?

보통 일주일에 세 번 왕복한다. 월요일 아침에 나와서 일을 시작하면 화요일 16~17시까지 한다. 그러면 하루 평균 14시간 정도 일한다.

- 안전운임제 일몰 전후로 달라진 점이 있나?

확실히 체감한다. 안전운임제가 시행되면서 이전보다 280만 원 정도 더 벌었다. 안전운임제로 우리가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게 아니라 이전에는 운임이 너무 낮았던 것이다. 잠도 못 자면서 운송을 더 많이 뛰어서 수입을 보충했다. 그때는 지금보다 기름값이나 타이어값이 싸지 않았나.

그런데 (안전운임제가 일몰된) 지금은 비용이 전반적으로 올라서 더 뛰기도 어렵다. 차량 할부금으로 월 300만 원 정도 갚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사람들의 부담도 다시 늘 것이다.

- 운송사와 계약 시 운임이 저하된 일을 겪은 것인가?

부곡과 부산에서 각각 운송사들과 계약을 맺고 있다. 지금 일부 운송사에서는 10% 정도 기름값이 떨어졌다면서 화물노동자의 마진 10% 정도를 깎겠다고 한다. 10% 정도면 150만 원 정도 운임이 깎이게 된다. 할부금 300만 원씩 갚는 노동자에게는 할부금 50%가 날아가는 셈이다.

지금 일도 많이 줄었다. 컨테이너 화물 운송하는 사람들 체감상 60% 정도 감소했다고 한다. 러시아가 (전쟁 탓에) 작살난 것도 있는데, 대중 무역이 줄어든 게 크다. 우리나라에서 반제품이 중국으로 나가고 중국에서 완제품이 국내로 들어오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렇게 중국과 무역량이 많았는데 지금은 물량 자체가 조금 들어온다.

일거리가 줄고 안전운임제도 없어지니까 운송사들은 자기 몫을 안 줄이려고 화물노동자 운임을 더 낮추려는 것 같다. 3월부터 부산에서 운임을 줄이는 시도가 있었다. 대형 운송사는 유가가 하락됐으니 운임도 줄이겠다고 하고, 중소형 운송사는 유가 하락 및 일거리가 없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 안전운임제가 운송사들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었다고 보는가?

안전운임제를 시행할 때는 화물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운송사들에도 이익이었다. 특히 중소형 업체들은 영업의 비중이 줄었다고 본다. 노동자한테 정해진 금액을 맞춰주면 되고, 운송사도 그만큼 비율을 더 높여 화주로부터 운임을 받으니까 실제로 (운송사들이) 안전운임제로 이득을 봤다고 생각한다. 운송사와갈등도 줄어든 평화적인 시기였다.

- 현재 운송사와 관계는 어떠한가?

안전운임제라는 기준이 사라지니까 다시 이전처럼 화물노동자 운임을 줄이려고 한다. 화물노동자는 불만이 있어도 싸울 수 없다. 운송사는 (불만을 드러내는) 화물노동자를 내보내고 일감을 기다리는 노동자를 찾으면 된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계약 주도권을 가진 운송사들은 노동자 간 경쟁도 유도한다. 낮은 운임에도 하겠다는 일부 화물노동자에 일감을 주는 것이다. 할부금, 차량 유지비 등 비용 부담이 크거나 운임 체계를 잘 모르는 신입 화물노동자들은 낮은 운임을 받고도 일한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수입이 안 된다는 걸 깨닫는다. 정부의 기준이 없으면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된다.

- 일은 언제부터 줄었다고 느끼는가?

윤석열 정부 집권하면서부터다. 정부가 “중국 수출 호황은 끝났다”고 하면서 유럽 등이랑 무역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예전과 비교하면 수돗물로 물을 받아먹다가 지금은 땅을 파서 먹는 형국이다. 지금 들어보면 인천은 물량 50% 정도 줄었다고 하고, 평택이나 대산은 거의 70%가 줄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대중 무역 적자 본다고 하는데, 그 적자 폭 만큼 화물노동자 일거리가 없다고 느껴진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전운임제 시행 전에는 피곤하더라도 (수입 보전을 위해) 운행을 했다. 그러면 안전에는 큰 해가 된다. 우리가 사고 나면 다른 차들도 위험하다. 결국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와 모든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다.

화물노동자에 대한 인식이나 대우도 더 나아졌으면 한다. 미국은 대형 트럭 운전하는 일을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인식하고, 유럽은 중산층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화물노동자를 대우한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못 배운 사람들이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우리가 손을 놓으면 수출을 할 수 없지 않나. 수출업으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화물노동자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으면 좋겠다.

화물연대 활동도 그렇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려면 노조 안 한다. 가족, 동료 지키려고 여기에 가입해 투쟁하는 것이다. 화물노동자라고 해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다. 배달, 택배노동자도 모두 화물노동자다. 화물노동자도 친구이자 가족일 수 있다는 마음으로 국민들도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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