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계정 보장, 방문점검원 생계가 달렸다”
“최소 계정 보장, 방문점검원 생계가 달렸다”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07.07 11:02
  • 수정 2023.07.07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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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점검원 수입(점검+영업 수수료)에서 점검이 70% 이상
“영업실적 못 미치면 관리자가 계정 회수하는 경우도 있어”

[리포트] 코웨이 방문점검원들이 본사 앞에서 매주 수요선전전을 하는 이유는?

코웨이코디코닥지부가 코웨이 본사 앞에서 선전전을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코웨이코디코닥지부가 코웨이 본사 앞에서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코디코닥지부(지부장 김순옥)가 지난 5월부터 서울 구로구 지타워(코웨이 본사) 앞에서 매주 수요일 점심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점심 시간에 오가는 사람들을 향해 코웨이코디코닥지부 조합원들은 피켓팅을 하고 전단지를 배포한다.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은 많지 않고, 대부분은 이들을 지나쳐간다.

이들이 선전전을 하는 이유는 코디·코닥(이하 방문점검원)들에게 최소한의 일감이 보장돼야 한다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일감은 렌털 가전제품의 점검 수요를 뜻하는 ‘계정’이다. 이들은 “관리자에 의해 계정 수가 줄면 방문점검원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최소한의 계정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영업보다 점검수수료 비중 커
“최소 계정 보장해 수입 안정성 확보해야”

가전제품 렌털업계 방문점검원들은 특수고용노동자다. 근로계약서가 아닌 위·수탁계약서를 쓰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다. 따라서 일정한 기본급이 없이 렌털 가전제품 점검에 따른 수수료와 신규 고객 유치 등 영업활동에 따른 수수료가 주된 수입원이다. 이중에서도 점검수수료 비중이 영업 수수료에 비해 큰 것으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이하 가전통신노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3일까지 가전통신노조가 코웨이·SK매직·청호나이스에서 일하는 방문점검원 8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의 월평균 수입(점검+영업 수수료)은 월 209만 6,000원이었다. 이중 월평균 점검 수수료는 145만 9,000원으로 전체 월수입 대비 70%가량을 차지했다. 코웨이 방문점검원의 경우 월평균 수입은 200만 9,000원, 월평균 점검 수수료는 148만 원으로, 점검 수수료 비중이 전체 월수입 대비 약 74%였다.

방문점검원의 수입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이들의 노동시간이 짧아서도 아니다. 조사 결과 방문점검원 853명의 월평균 업무일수는 18.4일,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8.3시간으로, 일반적으로 하루 8시간 근무하는 노동자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고객의 사정에 따라 점검 일정이 달라지는 등 하루 노동시간 예측이 불가한 경우가 많아, 업무상 자율성이 떨어진다고도 방문점검원들은 말한다. 이들에게 회사의 일정한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시간 관리를 하며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업계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가전통신노조는 저임금을 받는 방문점검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최소한의 일감 보장이 요구된다고 했다. 일반 노동자로 치면 점검 수수료가 방문점검원들의 기본급에 해당하기 때문에 점검 수요 즉 계정 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코웨이 등 업계 전반적으로는 영업활동을 활발히 하면 방문점검원들이 수입을 충분히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코웨이코디코닥지부는 최근 렌털 가전제품에 대한 비대면 영업, 자가 점검 제품 확대 등 상황을 고려하면 방문점검원들이 갈수록 영업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순옥 코웨이코디코닥지부 지부장은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시간이 자유로우니 아이 돌보면서도 얼마든지 자기 성과에 따라서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홈쇼핑, 인터넷 등에서 같은 제품을 영업하면서 사은품도 주고 하면 현실적으로 영업하기 쉬운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점검 수수료가 적고 안정적이지 않다 보니 다들 영업에 더 매달리게 된다. 그래서 일을 점점 많이 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며 “일정한 계정 수 보장으로 수입의 안정성부터 확보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웨이코디코닥지부가 코웨이 본사 앞에서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다.
코웨이코디코닥지부가 코웨이 본사 앞에서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당사자 의사와 관계없는 일방적인 계정조정
“관리자가 생사여탈권 쥐고 있는 셈”

가전통신노조의 설문조사 결과 방문점검원 63.8%(539명)는 “최근 3년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계정이 과도하게 증가하거나 감소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50.2%(424명)는 “관리자에 의한 계정조정 과정에서 본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계정조정 사유에는 ‘신규 인력 충원 또는 감소’가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 코웨이코디코닥지부는 “전체 일감(계정 수) 자체가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인력 충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는 신규 고객 모집 등 영업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다. 방문점검원의 수입 증감은 고려하지 않는 기업들의 이윤 추구만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수고용노동자인 방문점검원은 가전제품 렌털업계 회사와 개별로 점검 및 영업 업무를 위탁받는 계약을 체결한다. 직접적인 사용자가 아닌 회사는 방문점검원의 고용이나 임금 지급과 관련한 법적 책임이 없다. 따라서 회사 입장에서는 신규 인력을 충원해 기존 인력의 일감 즉 계정을 나눠주고 영업을 확대하는 것이 비용 대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판단된다는 것이 코웨이코디코닥지부의 설명이다.

김민아 코웨이코디코닥지부 조합원은 “신규 코디가 들어오면 그 사람이 자기 집에 가전제품 렌털을 등록할 수 있고, 또 그 지인에도 영업을 할 수도 있지 않나”라며 “영업하는 인원이 많을수록 회사는 좋기 때문에 계속 인력 충원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방문점검원들은 당사자 의사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계정이 조정되는 상황에서는 관리자의 눈치를 보며 일하게 된다고 밝혔다. 대개 관리자들은 영업이 잘 될수록 실적이 높아진다. 그래서 일부 관리자들은 방문점검원의 영업실적이 본인이 생각하는 기준에 못 미치면 계정을 회수하겠다고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방문점검원들은 “계정 갑질”이라고 부르고 있다.

신희수 코웨이코디코닥지부 서울본부 본부장은 “항상 영업압박에 시달린다. 중간관리자가 보기에 영업실적이 부족하면 계정 수가 줄어드는 일도 당한다”며 “낮아진 점검수수료와 함께 생활비를 충당하려 식당 설거지 및 홀 서빙 알바, 물류창고에서 소하물 분류와 바코드 스캔작업 알바 등 투잡·쓰리잡 알바도 해봤다”고 전했다.

가전통신노조는 “계정조정이 방문점검원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조정 과정에서 당사자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방문점검원 생계 보장 차원에서 관리자의 양심에만 맡겨 계정조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가전통신노조는 지난 6일 29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현장사례 증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가전통신노조는 지난 6일 29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현장사례 증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최소 물량 보장받는 우체국 위탁배달원처럼
방문점검원 요구도 실현 가능할까?

최소 계정을 보장해달라는 방문점검원의 요구는 실현 가능할까? 다른 조건을 고려해야겠지만 현재 방문점검원과 같은 특수고용노동자인 우체국 소포 위탁배달원들은 최소 배달 물량을 보장받고 있다. 이들은 우정사업본부 자회사 우체국물류지원단과 2년마다 위탁계약을 맺고 건당 배달수수료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와 우체국물류지원단 간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위탁배달원들의 배정물량은 전년도 소포위탁배달원별 연간 일평균 배달물량(현행 수준)으로 하되, 175개 미만 우체국에 대해서는 분기별 상시협의체를 통해 위탁배정물량 비율조정 요청과 구역조정 등을 통해 175개를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당초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물류지원단과 논의 자리에서 최소 배정물량 관련 조항 삭제 등을 교섭안으로 제시했지만, 택배노조 우체국본부의 반대로 협상이 결렬됐고 이후 노사 집중교섭을 통해 잠정합의안이 마련된 바 있다.

코웨이코디코닥지부는 원청인 코웨이가 최소 계정 보장과 관련된 조치를 강구해 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 가전통신노조와 함께 고용노동부에 표준계약서 마련도 요구하고 있다. 표준계약서를 통해 계정 갑질 문제를 개선하고 방문점검원의 처우를 향상하는 가전제품 렌털업계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다. 가전통신노조는 지난해 표준계약서 마련을 위한 7만 5,000명의 서명지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 29일 한 번 더 표준계약서 마련을 촉구하는 방문점검원 1,000명의 엽서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한편 코웨이는 “코디코닥지부와 정기적인 교섭을 통해 다양한 의견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며, 노사 상생문화 형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