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가 아파트 철근 빼 팔았나?···대책 제대로 찾아야”
“건설노동자가 아파트 철근 빼 팔았나?···대책 제대로 찾아야”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8.07 15:26
  • 수정 2023.08.07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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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을지로위·건설노조, 국힘 ‘건설현장 정상화 5법’에
“본질 흐리는 건폭몰이 2탄, 건설 이권카르텔부터 바로잡아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건설노조가 7일 오전 10시 40분 국회 소통관에서 ‘건설현장을 불법도급-비리 복마전의 온상으로 만든 ‘진짜’ 이권카르텔을 수사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박주민 의원실

정부와 여당이 철근 누락 아파트 부실시공에 이른바 ‘건설현장 정상화 5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본질을 흐리는 건폭몰이 2탄”이라는 야당·건설노동자들의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위원장 장옥기, 이하 건설노조)은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현장 정상화 5법은 총선을 앞두고 부실시공으로 건설사와 국토부를 위시한 정부 당국에 쏠린 눈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서 ‘건설노동자 탄압 및 과잉수사 대응 TF’ 단장인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건설현장 철근을 건설 노동자가 빼들고 나가서 팔았나. 설계와 시공, 감리 모든 단계에서 철근을 빼놓았다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건설노조의 입을 틀어막고 팔다리를 비트는 법을 대책이라고 내놓나. 이권카르텔, 불법 다단계 (하도급) 때문에 공사비가 계속 줄어들고, 맨 밑 건설사들이 철근이라도 빼돌려서 손해를 막아야 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발언했다. 

앞선 2일 정부·여당은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마치고 ‘건설현장 정상화 5법’을 빠른 시일 내 추진하겠다고 알린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이 지칭하는 ‘건설현장 정상화 5법’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올해 상반기 대표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건설기계관리법·사법경찰직무법·채용절차법·노조법 개정안을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건설 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울 것”이라 언급한 후 여당이 추진해왔던 법안들이기도 하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불법 하도급이 적발됐을 때 불법하도급을 지시하거나 공모한 자와 불법하도급을 받은 건설사업자까지 처벌대상을 확대하고,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사망에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희국·이주환·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은 건설기계를 이용한 공사 방해, 금품 수수, 정당한 사유 없이 운송을 거부할 시 제재를 가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또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은 공무원을 사법경찰관리로 지명해 건설현장 불법행위 수사권을 부여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114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린 채용절차법 개정안은 채용 강요에 대한 처분을 과태료에서 형사처벌로 강화한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조합 회계 공시 기준을 넓히고, 노동조합이 폭행·협박으로 다른 노동자·사용자의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일 등을 금지하는 조항을 담았다. 

건설산업기본법과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은 국토교통위원회,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채용절차법·노조법 개정안은 환경노동위원회에 각각 계류돼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중 순살아파트 대책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단 한 개뿐”이라며 “나머지는 모두 건설노조를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민 의원은 “대책을 수립하는 것에 모든 신경을 쏟아도 모자랄 판인데 윤 정부는 눈에 불을 켜고 책임을 덮어씌울 사람을 찾고 있다”며 “원인 진단부터 틀렸으니 바른 대책이 나올 수가 없다. 정부는 제발 제대로 된 대책을 찾고 사태 수습을 위해 만전을 기울이라”고 요구했다. 

건설노동자들도 “건설현장 정상화 5법은 노조 탄압이고, 직접시공과 직접고용이 부실공사를 방지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건설현장을 정상화한다고 발의한 법안은 건설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법”이라며 “직접고용과 직접시공, 불법도급이 없어야 부실공사가 없어진다. 건설노조가 3년이 넘도록 건설안전특별법을 국회에 요구했다. 그 안에 적정 공사기간, 금액 등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송찬흡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나도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신호수로 있었다. 철근을 밑에서 올려줘야 다음 공정인 타설로 갈 수 있는데 철근이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공정이 이미 잡혀 있다”며 “원청사 하청은 ‘A동, B동, C동은 공구리치는데 니네는 왜 못 하느냐’ 난리고, 그러면 밑에서 일하는 팀장들은 스트레스 받는다. 부실시공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철근공들이 철근을 꽁꽁 묶어야 위에서 작업할 때 철근들이 흐트러지지 않고 그대로 빳빳하게 있다. 대충대충 묶어놓으니 어떻겠나”며 “이 모든 걸 노조 탓으로, (돌리는 건) 아니지 않냐”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건설현장의 진짜 이권카르텔의 고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 전문건설협회 회장인 박덕흠 의원은 특혜 수주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국회 최고 부자인 전봉민 의원은 부산시 공사 수주에 청탁 의혹을 받은 바 있다”며 “불법도급으로 이득을 보는 자가 모두 부실시공의 공범이다. 지금도 늦었다. 건설현장을 불법도급·비리 복마전의 온상으로 만든 국민의힘 당정·건설사의 진짜 이권카르텔을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건설산업의 이권 카르텔의 실체로 문재인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겨냥하는 상황이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진행된 ‘무량판 공법 부실시공 기자간담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권 카르텔의 실체에 대해서는 먼저 LH 퇴직자들이 몸담은 전관 업체 문제가 면밀히 조사되어야 하고, LH 퇴직자가 설계-감리업체에 취업하고 이 전관 업체들이 LH로부터 수주받아 설계오류, 부실시공, 부실 감독이 발생한 과정은 이권카르텔의 전형이라 할만하다”고 밝혔다. 

“더욱이 LH 전현직 직원들의 땅 투기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파트 철근누락 사태까지 터진 것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주택 건설 사업 관리정책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음을 추정해 보지 않을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지난 정부의 국토교통부는 물론이고 대통령실 정책결정자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덧붙였다. ‘아파트 무량판 부실공사 진상규명 및 국민안전 TF’을 4일 꾸린 국민의힘은 오는 8일 LH 사장 등 관계자들과 경기도 양주시 덕계동 양주회천 아파트 보강공사 현장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