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철근 누락, 공기 단축 위한 속도전과 불법 하도급 때문“
건설노조 “철근 누락, 공기 단축 위한 속도전과 불법 하도급 때문“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8.03 17:28
  • 수정 2023.08.07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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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부실시공 규탄하는 기자회견 열어
“구조적 원인 해결하지 않으면 사고 반복될 수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위원장 장옥기, 이하 건설노조)이 3일 오전 경찰청 본청 앞에서 '부실공사 LH 책임자 처벌! 국토교통부 규탄!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LH가 발주한 15개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건설노조가 부실시공의 원인으로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무리한 속도전을 지목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위원장 장옥기, 이하 건설노조)은 3일 오전 경찰청 본청 앞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LH 부실시공 사태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함경식 노동안전연구원 원장은 “검단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는 갑작스럽게 난 사고가 아니“라며 “멀리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부터 가깝게는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까지 우리 사회에 부실시공 문제는 항상 있었다. 공기(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부실시공을 용인하고 넘어가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함경식 원장은 “건설사들이 돈을 버는 방법의 하나가 공기를 줄이는 것이다. 그래서 안전하게 만들기보다는 빨리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공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법에는 타설된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게 하려면 28일간 동바리라는 임시가설물로 천장을 받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하지만 이 기간을 지키는 현장은 대한민국에 없다. 빨리 다음 층을 작업하려고 금방 동바리를 철거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밖에도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한 온갖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는 것이 건설 현장“이라고 밝혔다.

또 “건설 현장에 만연한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부실시공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건설업엔 종합건설사에서 전문건설업체로 1차례의 도급만이 허용된다. 하지만 전문건설업체에서 또 다른 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건설 현장에 성행한다. 전문건설업체로부터 다시 하도급 받은 업체는 불법으로 하도급을 받은 것이라 전문건설업체로부터 강력한 통제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악용해 전문건설업체에서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하도급을 준 업체들에 부실시공을 강요한다는 것이 함경식 원장의 설명이다.

기자회견에선 ‘LH 전관 특혜‘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강한수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LH에서 은퇴하면 감리회사나 설계회사로 가는 경우가 많다. 해당 회사들에서 공공부문 최대 발주처인 LH에 로비하려고 이 인사들을 영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설계나 감리를 맡게 된 업체에서 다음 공사도 따내려고 부실시공을 눈감아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런 악순환 구조가 부실시공을 키우고 있다“며 LH에 책임자를 찾아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철근이 누락된 15개 아파트 단지 중 13개 단지는 LH 퇴직자가 임직원으로 근무했거나 적어도 2021년까지 임원을 지낸 전관 업체가 설계를 맡았다. 8개 단지는 전관 업체가 감리를 맡았다.

이날 건설노조는 부실시공을 혁파하자는 의미를 담아 안전화를 신고 부실시공 관련 내용이 담긴 패널을 밟는 퍼포먼스를 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 지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안전화를 신고 부실시공 관련 내용이 담긴 패널을 밟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