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임금과 직접 시공으로 건설 현장 살리자
적정 임금과 직접 시공으로 건설 현장 살리자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4.17 13:17
  • 수정 2023.04.17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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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의 문제, 원인, 해결책 논하는 토론회 열려
"적정 임금 보장, 직접시공제 도입,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 제한 필요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건설산업 혁신, 고용개선을 위한 연속토론회 1부. 건설산업 문제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건설산업 혁신, 고용개선을 위한 연속토론회 1부. 건설산업 문제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정부가 건설 현장을 정상화한다며 건설노조를 대상으로 압수수색·구속수사 등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 현장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노동조합 탄압이 아니라 ▲적정 임금 보장 ▲직접시공제 도입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 제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건설산업 혁신, 고용개선을 위한 연속토론회 1부. 건설산업 문제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박주민·우원식·조오섭·최인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가 공동주최했다.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건설업은 수주산업이며, 비지속적이고 비상시적인 산업이다. 일반적인 산업과 그 형태가 매우 다르다"며 "이런 특성을 고려해 건설산업에 알맞은 산업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신영철 건설정책연구소 소장은 건설업의 대표적 문제 현상 4가지로 ▲잦은 산재 ▲빈번한 임금체불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 ▲산업 고령화를 꼽았다.

신영철 소장은 "전체 노동자 중 건설노동자는 7.1%(통계청, 2022년 기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고사망자는 매년 450~500명으로 전 산업 사망자의 절반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단계 하도급으로 이뤄지는 산업 특성상 중간에서 돈을 떼먹는 경우가 많아 임금체불도 잦다. 암암리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건설노동자공제회가 추정한 건설 현장 미등록 이주노동자 수는 28만여 명(2021년 기준)이다.

신영철 소장은 "이런 문제들이 있다 보니 젊은 인력이 건설업으로 유입되지 않는다. 건설기능인력의 80%는 40대 이상이고, 평균연령은 50대 초반이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근본적 이유로 신영철 소장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꼽았다. "발주자로부터 공사를 수주하는 종합건설업체들은 실제 공사를 진행하는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일만 한다. 도급계약자(종합건설업체)와 실제 시공자(전문건설업체)가 다르다. 종합건설업체는 '브로커' 역할만 한다. 여기서 대부분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신영철 소장은 "종합건설업체는 많지 않아 공사를 수주할 때 경쟁이 적다. 하지만 전문건설업체로 내려오면 그 수가 많아져 치열한 가격 경쟁이 시작된다. 여기서 1차로 가격 후려치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강한수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장도 "민간 공사에선 원청(종합건설업체)과 하청(전문건설업체) 간 공사 수주와 관련해 어떤 기준도 없다. 거의 최저낙찰제로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며 "원청은 자신이 하도급 줄 금액을 미리 정해놓고 하청이 그 금액을 제시할 때까지 3~4차례 유찰시켜 낙찰가를 낮추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민간 공사에선 보통 원도급사가 전체 공사비의 75%로 발주자로부터 공사를 낙찰받는다. 그 후 다시 75% 비율로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하도급 업체는 처음 산정된 공사비의 56%인 금액으로 공사를 시작하게 된다"며 "만약 여기서 불법적인 재하도급이 일어난다면 재하도급을 받은 업체는 처음 산정한 공사비의 반도 안 되는 금액으로 공사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철 소장은 "이렇게 가격을 후려치기를 당한 전문건설업체가 자신의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다시 노동자들에게 노임 경쟁을 시키는 구조다. 이 노임 경쟁에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참여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임금을 받는 탓에 내국인 노동자의 임금도 덩달아 낮아진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많아져 내국인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강한수 토목건축분과위원장은 "다단계 하도급으로 공사 비용이 대폭 줄어드니 그것에 맞게 공기를 단축하려는 과정에서 무리한 시공이 진행된다. 불법행위와 부실시공이 만연해지고, 노동자는 과로에 시달린다. 산재 위험도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공사 대금 지불 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자연스레 임금 체불도 빈번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영철 소장은 이런 건설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적정 임금을 주는 것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원청이나 하청에 높은 가격에 공사비를 책정해서 준다고 해도 하도급 과정에서 가격 후려치기가 계속된다면 건설노동자들이 받는 금액은 똑같아질 것"이라며 "대신 노동자에게 적정한 임금을 보장해 주는 것을 강제한다면 낮은 공사비로 공사를 낙찰받아 노동자들의 몫을 빼앗아 이익을 내는 일도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현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이미 미국 70% 이상 주에선 적정임금제가 시행되고 있다"며 신영철 소장의 의견에 동조했다. 더불어 "모든 노동자에게 적정 임금을 보장하면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 또한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저임금을 주며 고강도 철야 작업을 하는 것 등 공기(공사 기간) 단축을 위한 불법행위도 하기 어려워진다. 불법행위가 줄어들므로 공사도 정상화돼 부실시공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사를 수주한 업체가 직접 시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영철 소장은 "전문건설업체도 원도급을 가능하게 해 하도급 단계 자체를 없애 하도급에서 생기는 폐단을 없애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공공 공사는 국민 혈세로 이뤄진다. 중간에서 비용이 착복되는 것을 특히 더 막을 필요가 있다. 100억 이상 공사에는 원도급업자가 50% 이상 직접 시공하도록 의무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철 소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을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 그리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이 발각되면 건설사를 엄벌해야 한다. 그래야 내국인 노동자들의 고용과 적정 임금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현재 부처별로 분산된 외국인 인력 정책을 전담할 정부 컨트롤타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며 "내국인의 고용 여건을 악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외국인 고용을 허가해야 하고, 외국인에게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우철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과장은 "규제에 대한 법 제도는 지금도 이미 많다. 오늘 이야기한 많은 문제는 법 제도가 없어서 생긴 것이 아니라 법 제도를 잘 지키지 않아서 생긴 것들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 것이 아니라 있는 법 제도를 잘 지키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있는 법규범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도록 감리자가 발주자 및 시공사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건설산업 혁신, 고용개선을 위한 연속토론회'는 3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2회는 4월 20일, 3회는 5월 12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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