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건설업을 위해 ‘초기업 교섭’과 ‘적정임금제’ 필요
지속가능 건설업을 위해 ‘초기업 교섭’과 ‘적정임금제’ 필요
  • 김광수 기자, 천재율 기자
  • 승인 2023.05.13 00:20
  • 수정 2023.05.13 0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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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만연한 건설산업 불법하도급 해결 위한 대안 토론회 열려
질의응답에서 건설 관련 협회와 정부 관계자 향한 날선 발언도 나와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건설산업 혁신,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연속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건설산업 혁신,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연속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불법하도급이 만연한 건설 현장에 초기업 교섭과 적정임금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건설산업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우원식·박주민·양경숙·이동주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가 주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임운택 계명대학교 사회학 박사는 건설 현장에서 초기업 교섭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임운택 박사는 “우리나라 건설업에서 기술 개발 등에 대한 자본의 투입량은 20년째 거의 변동이 없다. 심지어 조금씩 줄어드는 경향도 보인다”며 “마른 수건 쥐어짜듯 노동자를 쥐어짜는 방법이 현재 한국 건설업에서 유일한 생산성 향상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니 전체 생산성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건설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선 자본의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하도급 거래 비용이 건설사에서 쓰는 전체 비용의 30%다. 이런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기술 개발 등에 투자해야 건설업이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운택 교수는 “건설 현장에서 기업과 교섭하는 것으로는 전체 산업의 구조를 바꾸기 힘들다. 초기업 교섭이 필요하다. 초기업 교섭을 통해 건설사들이 모인 건설협회 등에 일정 정도의 기술 투자를 약속받아야 한다. 아울러 임금을 결정하는 ‘시중노임단가’ 산정에도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운택 교수는 “현재 타워크레인분과나 토목건축분과에서 초기업 교섭을 시도하는 중이다. 이런 시도를 전체 건설노조 차원으로 확장해 잘 정착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전문위원은 적정임금제의 도입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심규범 전문위원은 “건설업의 생산물은 고가이고, 다양한 기술의 결합으로 만들어져 구조가 복잡하다. 생산물도 다르고, 목적지에 고착돼 있는 특성도 있다”며 “이런 건설업은 기계화와 자동화가 어렵다. 노가다라는 세간의 인식에 비해 숙련이 중요한 산업이다. 건설업에서는 사람이 재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렇게 숙련노동을 하는 건설노동자들이 불법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말도 안 되는 저임금에 시달린다. 강자인 건설사가 일용노동자의 단가를 후려치는 것이 반복되는 중” 이라며 “그런 구조 아래서 적정공사비를 줘봤자 건설사만 배를 불리게 된다. 건설노동자에게 적정 임금을 보장해 줘 건설사가 발주자에게 적정공사비를 요구하게 만드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규범 전문위원은 “요즘 건설사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싼값에 불법적으로 사용해 건설노동자들의 불만이 많다”며 “건설노동자에게 제값을 주는 제도를 만들고 잘 감시한다면 숙련도가 높은 내국인이 우선 고용될 것이고, 더불어 건축물의 퀄리티도 올라갈 것”이라 설명했다.

또 “적정 임금을 강제한다면 중간 마진을 줘가면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할 일도 없어진다. 어차피 노동자에게 다 제값을 줘야 하니 최대한 중간 단계를 줄이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송주현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은 건설노조가 임금을 올리기 위해서만 투쟁해 온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송주현 정책실장은 “건설노조는 퇴직공제제도를 도입했고, 일요일 휴무를 만들었고, 건설 현장에서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의무화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건설인으로의 진입을 돕는 건설기능학교를 운영하고, 골조 직종과 설비 직종의 심화 훈련도 한다”며 “정부나 기업이 해야 하는 노동자 교육훈련에 건설노동자가 납부한 조합비를 매년 1억 원 이상씩 사용 중”이라 지적했다

송주현 정책실장은 “이렇게 산업현장을 바꾸기 위해 십수년간 노력해 온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몰아가는 것은 건설 현장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진짜 대안을 만들고 싶다면 건설노조를 탄압할 것이 아니라 노·사·정·전(전문가)이 주기적으로 만나 서로 이야기를 듣고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문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은 “어제(11일) 국토부는 (건설 현장 근로자의 출퇴근 기록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전자카드제 의무 도입 건설 현장 확대, 대금 직접 지급 시스템 의무 도입 확대 등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막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특별사법경찰제도 도입으로 불법 하도급 위반 감시 강화 대책도 발표했다”며 “국토부 또한 건설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한상준 대한건설협회 기술안전실장은 “한국 건설산업은 발주자가 던져준 ‘이미 결정된 금액’을 종합건설사, 전문건설사, 건설노동자가 서로 더 가져가겠다며 싸우는 구조”라며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론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급증하고, 공사 기간 또한 늘었다. 현재 공공공사를 주로 하는 종합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2.2%다. 원청사라고 떼돈을 벌고 있는 게 아니”라고 토로했다.

이어 “시작점인 발주자가 적정한 공사 금액을 책정해 주지 않는다면 지금 같은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건설사도 권력이 큰 발주자를 상대로 혼자 공사비를 더 달라고 하기 힘들다”며 “건설노동자, 건설사들이 힘을 모아 발주자에게 적정공사비 지급을 요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영현 대한전문건설협회 건설정책본부장은 “낙찰하한률제도로 인해 발주자가 공사 예정 금액 대비 14~20% 낮게 도급할 수 있게 돼 있다. 애초에 공사비가 낮게 책정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적정임금제까지 들어오면 위에서 깎이고, 아래에서 깎이면서 전문건설사만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며 “정부에서 낙찰 하한률을 최소 5%는 상향시켜야 한다. 그래야 전문건설업체에서도 건설노동자들에게 적정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가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엔 토론회에 참석한 건설노동자들의 날 선 발언이 이어졌다.

“불법하도급이 있다면 신고센터에 신고하라”는 김상문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의 말에 건설노동자들은 “매번 신고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건설사에 미운털이 박혀 잘리기만 한다”, “오늘도 신고하고 왔다. 하지만 매번 인력이 부족하다며 조사를 오지 않았기에 오늘도 기대가 없다”며 매섭게 비판했다.

또한 건설노동자들은 “건설노동자를 위하고 있다는데 정부 부처들이 전부 합동해 건폭몰이를 했고, 국토교통부가 앞장서지 않았느냐. 그 때문에 양회동 열사가 죽었다. 사과부터 하시라”, “오늘 아침에도 경찰에서 압수수색을 했다. 더 이상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들에겐 “미등록 이주노동자 불법적으로 고용하며 수십억씩 챙겨가면서 발주자 탓만 한다”, “정부 탄압에 발맞춰 조합원 고용 자체를 배척하고 있지 않냐”고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건설산업 혁신,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연속 토론회’에 참석해 지켜보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건설산업 혁신,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연속 토론회’에 참석해 지켜보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건설산업 혁신,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연속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건설산업 혁신,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연속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건설산업 혁신,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연속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건설산업 혁신,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연속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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