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도, 내용도 문제 지방공공기관 혁신··· 어떻게?
절차도, 내용도 문제 지방공공기관 혁신··· 어떻게?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8.10 13:55
  • 수정 2023.08.10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방공공기관 구조조정 문제점과 대안’ 국회 토론회 열려
지자체 혁신 추진 절차·내용상 문제 제기돼····
이해관계자 대화 테이블 구성, 지배구조 개선 등 해결책 모색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방공공기관 혁신’ 추진 과정에서 절차적, 내용적 공공성이 모두 부족하다는 문제제기가 국회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선 이제라도 주요 이해당사자 간 대화 테이블이 구성돼야 하며, 근본적으로 지방공공기관에 결핍된 참여민주주의 등을 구현하기 위해선 지배구조 개선, 법·제도 보완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였다.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공기관 구조조정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가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는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 지방공기업특위와 더불어민주당 이형석·임호선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윤석열 정부는 생산성·효율성 제고를 통한 ‘공공기관 혁신’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이에 발맞춰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7월 ‘지방공공기관 혁신 방향’을 발표했다. 발표의 핵심은 ①구조개혁 ②재무 건전성 강화 ③민간 협력 강화 ④관리 체계 개편 등 4대 혁신과제다. 행정안전부는 지방공공기관에 혁신 계획 수립·제출을 요구했으며, 지자체들은 혁신안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지방공공기관*은 지방공기업과 지방출자·출연기관을 아우르는 용어다. 지방공기업은 △지방직영기업 △지방공사 △지방공단으로 나뉜다. △출자기관 △출연기관은 지방공기업법에서 정하는 사업 외 업무를 한다. 이 기관들은 복지 증진 등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행정안전부의 지난해 7월 발표 전후로 제출된 지방공공기관 혁신 계획안 1,000여 개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이 결과는 양대노총 지방공기업특위가 김철 선임연구위원에게 맡긴 연구용역 보고서 ‘지방공공기관 혁신계획 분석 및 비판’에도 담겼다. 

제작 :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지방공공기관 구분 (제작 :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절차상 이해관계자 빠진 혁신··· 
“예기치 못한 부작용 나올 수밖에”

지방공공기관의 공공성은 ‘절차적 공공성’(참여민주주의)과 ‘내용적 공공성’으로 나눠 평가할 수 있다.

우선 혁신안 추진 절차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빠진 일방통행이 대부분이었다. 김철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조합 등 주요 이해관계자의 배제에 따른 일방적인 통폐합 진행이 우려된다”며 “(혁신안에서) 대부분의 경우 지방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 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소통이나 배려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철 선임연구위원은 “부산시는 시장과 시 산하 25개 기관장이 모여 공공기관 기능 조정에 25개 기관이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내용이 담긴 효율화 협약을 체결했는데, 주요 당사자 중 하나인 노동자 측은 참석자로 포함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나도철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출연기관지부 지부장은 서울연구원과 서울기술연구원의 통합 추진 사례를 언급하며 “서울시 주도와 여대야소 시의회 공조로 통합 조례안부터 먼저 가결됐다”며 “조례를 통해 문서상 기관 통합이 선행됐지만 기관 운영을 위한 통합 규정 등 제반 여건은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는 시민에게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투자출연기관 문제를 노사정 협의체인 ‘서울모델’을 통해 정리해왔지만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개점휴업 상태”라며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자출연기관의 운영 문제인 만큼 관리·감독 주체인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경영진, 노동자 3자가 함께 협의할 회의체 운영이 절실하다”고 했다.

대구시에선 ‘입법 꼼수’가 발생했다. 김철 선임연구위원은 “대구시의 공공기관 통폐합 조례안은 대구시가 법안 제출 요건을 갖추지 못해 지난해 7월 임시회 처리가 불가능해졌다. 그러자 시의원들이 조례안을 제출하지 못한 집행부를 대신해 의원발의했다”며 “시의회가 대구시의 업무 대행 기관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대민 공공연맹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환경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대구는 정치적인 특성상 민선 8기 지방공공기관 혁신을 선도했고 가장 빠르게 외형적인 결합이 완료됐다”며 “내부적인 갈등 조정은 오롯이 노동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결국 갈등조정이 실패로 끝날 경우 시민에게도 그 피해가 갈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채준호 전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관 통합은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며 “과거 서울지하철과 서울도시철도공사를 통합한 과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기간에 걸쳐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하는데, 지금은 통합 먼저 발표하고 이에 따르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김철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식으로 기관 통폐합이 추진된다면 과연 지자체가 기대하는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지 의문이며, 예기치 못한 부작용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8일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공기관 구조조정 문제점과 대안’ 국회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 한국노총 공공연맹

내용상 문제도 발생
노동자들 우려 커져

절차뿐 아니라 내용상 문제도 드러났다.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인 운영 방안 부재, 실효성 부족,  변형화된 민영화(민간위탁) 우려 등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김철 선임연구위원은 “각 지자체가 제출한 혁신안을 살펴보면 대부분 지방공공기관 통폐합 계획에 조직 통합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나 구체적인 운영방안이 담겨 있지 않다”며 “통합 전보다 서비스의 양과 질이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상북도의 사례가 ‘실효성 없는 누더기 혁신안’의 대표적 예로 언급됐다. 김철 선임연구위원은 △교육분야 일부 통폐합 법적 불가에도 추진 △산업분야 중앙부처 승인 불투명(사전 검토 부재) △문화분야 경주문화엑스포 통폐합에 대해 일부 출연했던 경주시의 반대 △복지분야 도립의료원 위탁운영 등은 실효성 의문 등의 이유를 들며 “기관 통폐합을 핵심으로 하는 지자체 혁신안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경상북도의 통폐합안”이라고 주장했다. 

혁신안 추진 결과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변영화된 민영화(민간위탁) 등으로 흐를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됐다. 

김철 선임연구위원은 “행정안전부는 ‘시장성 테스트 체크리스트’에 따라 지자체 대행사업이 민간과 경합하는 경우 민간위탁으로 전환하고 자체사업이 민간과 경합하는 경우는 민간 이양을 추진하도록 했다”며 “또 고유 목적사업 외 직접 수행이 불필요한 비핵심 기능은 폐지 또는 축소하게 해 민간위탁 등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지방공공기관이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야기될 수 있는 계획을 제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준호 교수는 “개인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민간위탁으로 보인다”며 “행정안전부의 시장성 테스트 체크리스트는 1980년대 영국 대처 정부의 신공공관리 정책에서 활용된 ‘마켓 테스트’와 비슷한 틀이다. 철 지난 얘기란 뜻이다. 오히려 영국은 최근 지방공공기관이 민간위탁기관을 인소싱하고 있다. 민간위탁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확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노총 공공연맹
(왼쪽부터)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채준호 전북대 경영학과 교수, 이석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 ⓒ 한국노총 공공연맹

이제라도 ‘대화틀’ 구성해야
지배구조 개선 등 근본 변화도 필요

절차와 내용이 잘못된 지방공공기관 혁신을 보완하기 위해선 결국 법·제도 개선, 지배구조 개선 등 근본적인 혁신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결론으로 토론회 참석자들의 의견이 모였다.

김철 선임연구위원은 “지방공기업법과 지방출자·출연법을 지방공공기관에 대한 통제수단이 아니라 육성과 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인식하고 지방공공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공공기관의 자율적 혁신에 기반한 지방공공기관 법·제도의 개편 및 내·외부 지배구조 개선 없이 추진되는 중앙정부의 각종 지침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석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지방공공기관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주민과 관련 당사자들에 의한 통제와 참여의 결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반법 개정이 요구된다”며 “이를 통해 사회 공공성을 중심으로 지방공공기관 지배 구조 자체를 재구성하고 개혁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주체들의 광범위한 참여가 보장되는 민주적 지배구조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순필 공공연맹 대구시투자기관노조협의회 의장은 “이미 지방공공기관 혁신은 시작됐다. 제대로 된 통합이 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며 “지금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제대로 지지 않으려 한다. 후속 조치가 제대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공공기관은 설립부터 감독까지 기획재정부의 관리하에 있다면, 지방공기업은 설립, 운영, 감독에 대한 권한이 행정안전부와 지자체로 나뉘어 있다. 

채준호 교수는 “제도적인 방향에 앞서서 최소한 행정안전부와 공공부문 노조와 논의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며 “이 테이블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해 보이며, 이 점을 노조가 부단히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제기한 제도 개편 방향을 어떻게 정책화하느냐도 중요한 문제”라며 “영국 최대 노조인 공공서비스노조(Unison)에 국회의원 약 6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사례, 부산시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고민하는 부산시의회 의정포럼 ‘공공의벗’ 사례 등에 대해서도 추후에 같이 논의해 보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방공공기관 유형

□ 지방공기업
: 지자체가 직접 기업을 설치·운영하거나 법인을 설립해 경영하는 기업으로, 지방공기업법 제2조 제1항 각호의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

- 지방직영기업 : 지방자치단체가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지 않은 채 자치단체의 행정조직과 인력을 활용하여 직접 사업을 운영하는 형태 (지자체 출자비율 100%·공무원)
예) 수도사업, 공업용수도사업, 궤도사업(도시철도 포함), 자동차운송사업, 지방도로사업, 하수도사업, 주택사업, 토지개발사업

- 지방공사 : 민간부문의 성격이 강한 사업을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지자체가 경영하는 일종의 독립된 법인 형태의 회사 (지자체 출자비율 50%↑·비공무원)
예) 지하철, 도시개발, 관광 등

- 지방공단 : 지자체의 고유업무를 전문성과 기술성 및 책임성을 확보하면서 위탁사업을 수행하는 일종의 공공업무 대행기관 (지자체 출자비율 100%·비공무원)
예) 시설관리, 환경 등

□  지방출자·출연기관
: 지방공기업법에서 정하는 사업 외 지방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사업을 행하는 기관
예) 복지, 자원봉사, 여성·청소년, 문화·예술·체육, 관광 등 

- 지방출자기관 : 지자체가 지역경제의 발전과 주민 소득증대 등의 목적을 위해 개별법령에 따라 설립하고 출자해 그에 해당하는 지분을 갖는 기관 (지자체 출자비율 10%↑·비공무원) 

-  지방출연기관 : 지자체가 문화, 예술, 장학, 자선 등의 목적을 위해 개별법령 또는 조례에 따라 설립하고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는 기관 (지자체 출자비율 100%·비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