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정규직 전환 뒤··· “차별 말라” 다시 외친 노동자들
포스코 정규직 전환 뒤··· “차별 말라” 다시 외친 노동자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9.06 12:07
  • 수정 2023.09.06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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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포스코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이후
정규직 전환자들, 올해 초부터 작업관찰직으로 일해
포스코지회, 동일업무 배제 및 수당 차별 지적

지난해 7월 대법원은 포스코가 불법파견한 사내하청노동자 53명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첫 소송을 낸 지 11년 만이었다. 소송 당사자들은 대법원판결 이후 약 6개월간 교육을 받고 올해 초 포스코에 직접고용돼 현장에 배치됐다. 그런데 적게는 6년, 많게는 11년간 법원의 판단을 기다린 끝에 포스코 정규직이 된 노동자들은 다시 포스코에 “차별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창길 씨는 사내하청업체 소속으로 포스코의 압연공정 공장에서 지게차와 조업 지원 업무를 했다. 포스코는 대법원판결 뒤 정창길 씨를 비롯해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을 작업관찰직(O직군)으로 배치했다. 공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작업하는지 살피는 업무다. 작업관찰직은 포스코에서 정년이 지난 촉탁직이 해온 일이다. 

정창길 씨는 “대법원 판결문엔 포스코에 (정규직 전환자들과) 동일업종이 있으면 우리를 동일업종에 배치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면서 “그런데 포스코엔 전환자들의 동일업종이 있는데도 우린 모두 작업관찰직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이어 “20년 넘게 포스코에서 물류 등 일을 해오다가 해본 적 없는 일을 시키고 아는 사람도 없는 곳에 한두 명씩 전환자들을 떨어뜨려 놓으니 너무 힘들었다”며 “정규직으로 전환이 됐고 생계 문제도 있으니 직무에 만족하지 못해도 그냥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소속이었던 정창길 씨는 정규직이 된 후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조합원이 됐다. 지금은 지회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지난 3월 17일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 참석을 거부당한 뒤, 참여와혁신과 만난 정창길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대의원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정규직 전환 노동자들은 직군뿐 아니라 수당 차별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포스코지회는 “정규직 전환자들이 생산기술직(E직군)이 아닌 별정직(O직군)으로 지정되고 각종 수당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정규직 전환자들에 대한 미사용 연차휴가수당과 조정수당 차별 문제가 불거졌다. 포스코지회에 따르면  2004년 7월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월차휴가제가 폐지된 뒤로, 포스코에선 2004년 9월 21일 이전 입사자를 대상으로 조정수당을 지급해 왔다. 조정수당은 월차휴가제에서 연차휴가제로 바뀌면서 휴가를 손해 본 노동자들에게 수당을 지급해 손해를 보전해준다는 취지다. 

그런데 정규직 전환자들은 대부분 2004년 이전 입사자로 대법원에서 인정받았는데도, 이 조정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포스코지회의 설명이다. 

ⓒ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지난 6일 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는 대법판결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과 기존 정규직 간 차별 대우를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이에 포스코지회는 지난 5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는 아직 정규직 전환자들에게 전년도 미사용 연차휴가수당과 조정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또 조정수당과 연차수당을 (지난 7월) 지급했다가 환수하기도 했다. 이는 급여규정과 인사규정 등 사규를 지키지 않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박찬일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포스코는 정규직 전환자들도 엄연한 정규직으로서 별정직(O직군)으로 차별하지 말고 생산기술직(E직군)으로 인정해 사규에 맞게 근로조건들을 적용해야 한다”며 “금속노조는 포스코의 불법행위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자들은 불법파견되지 않았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적정한 임금과 실제 지급받은 임금 차액에 대한 손해 배상을 포스코에 청구하는 소송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포스코지회는 기자회견에서 “스톡그랜트로 1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임원에게 주는 등 ‘임원 독식’ 정책을 펼친 회사는 올해 교섭에서 노동자의 요구를 귀담아듣지 않으며 전체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가로막고 있다”며 “포스코는 노동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포스코에선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하다가, 지난달 23일 교섭 결렬을 선포한 상황이다. 

한편 포스코 측은 포스코지회의 수당 차별 주장에 대해 “관련 판결과 법령에 따라 조치 중이며,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