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포스코 하청노동자, 포스코 소속”
대법원 “포스코 하청노동자, 포스코 소속”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07.29 18:08
  • 수정 2022.07.29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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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1만 8,000여 명 모든 포스코 하청노동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 금속노조
28일 금속노조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열었다. ⓒ 금속노조

대법원이 포스코 사내 하청노동자는 포스코 노동자라고 판결했다. 사내 하청노동자들이 첫 소송을 낸 지 11년 만이다.

대법원이 자동차산업 기업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적은 있지만 제철산업에선 처음이다. 자동차 못지않게 제철공정도 ‘제선-제강-압연’ 등 유기적으로 연결돼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의 지휘·감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28일 포스코의 사내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59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청이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59명 중 재판 도중 정년이 지난 양동운 전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지회장 등 4명에 대해서는 승소하더라도 소송으로 얻을 이익이 없다고 보고 각하했다.

사내 하청업체 소속인 원고들은 철을 늘리거나 얇게 만드는 포스코의 압연공정에서 크레인·지게차 등으로 코일·롤 운반, 정비지원 등 업무를 했다. 이들은 원청 포스코와 불법파견 관계로 일하고 있다며 2011년(15명)과 2016년(44명) 소송을 제기했다. 파견법은 2년 넘게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면 원청이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28일 대법원은 “원고들은 포스코로부터 검증을 받은 작업 표준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고, 포스코의 제품 생산과정과 조업체계는 현재 전산관리시스템(MES)에 의해 계획되고 관리되고 있다”며 “원고들에게 전달된 작업 정보는 사실상 포스코의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로 가능한 바,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결에 노동계는 환영했다. 이날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윤장혁, 이하 금속노조)과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지회장 구자겸)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자겸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대법원이 선고를 너무 늦게 해 오늘의 기쁨을 누릴 수 없는 양동운 등 네 동지를 생각하면 서럽기 그지없고 눈물만 나온다”면서 “포스코는 많이 늦었지만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50년 넘게 착취한 모든 협력업체 노동자를 직고용하라”고 말했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철강 제조 공정은 도급관계가 불가능하고 근로자 파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꿰뚫어 본 판결”이라며 “현대제철 사건에서도 기준점이 될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포스코를 상대로 현재 7차까지 총 808명의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 사내 하청노동자가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대법원의 불법파견 확정판결에 따라 포스코는 1만 8,000여 명의 모든 포스코 사내 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금속노조와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100여 개 하청업체, 1만 8,000여 사내 하청노동자가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불법파견 추가 소송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8일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위원장 김만재, 이하 금속노련)은 성명을 내고 “포스코 원청노동자에 비해 협력사노동자들은 임금, 복지, 안전 문제 등에서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며 “금속노련은 포스코가 협력사노조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포스코는 이를 외면했다. 포스코는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협력사노조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 포스코가 직접 나서 협력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17만 금속노동자들의 조직적 역량을 총결집해 투쟁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했다. 

포스코는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신속히 판결문을 검토해 그 취지에 따라 후속 조치를 이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