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노조할 ‘이유’부터! 산별노조 조직확대 전략
② 노조할 ‘이유’부터! 산별노조 조직확대 전략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9.27 11:32
  • 수정 2023.10.10 0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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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노조 정체성 변화와 맞닿은 전략 조직화···
조직 혁신도 뒤따라야 전략 조직화 확대·지속 가능
[2023 산별노조운동 전략세미나] ②조직확대

민주노총은 올해 ‘초기업(산별) 교섭 활성화를 위한 입법운동’에 나섰다. 이제 민주노총의 90% 넘는 조합원이 산별노조에 속한 가운데 ‘무늬만 산별’을 넘어 법·제도적 보완을 통해 실질적인 산별교섭을 해내는 ‘내용도 산별’을 이루기 위해서다.

여기 산별노조라는 틀에 어떻게 내용을 채워갈지 고민하는 세 노조가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 산별노조 전환 25주년을 맞은 보건의료노조와 지난해 연맹 해산, 산별노조 전환을 결정한 사무금융노조와 화섬식품노조는 산별노조라는 키워드 하나로 무궁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다. 이들이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제2 산별노조운동’의 비전 수립을 위해 치른 2박 3일간 정책대회의 논의를 발전시키고자 공동 세미나를 기획한 것이다.

‘2023년 산별노조 운동 진단과 미래 전략 과제 모색 세미나’는 참여와혁신이 후원하고 세 노조가 공동 주최한다. 5월을 시작으로 매달 한 번씩 총 4회(△조직강화 △미조직 전략조직화 △단체교섭 △종합토론) 열리는 세미나 결과는 참여와혁신에도 실린다.


‘전략 조직화’란 무엇인가?

‘누구의, 어떤 이해를, 어떻게 대변할 것인가’*는 노조의 정체성에 대한 핵심 질문이다. 산별노조의 정체성은 대개 조직확대 사업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조직확대 사업을 계획할 때, 이 질문(조직확대 주체·대상·방법)에 답하며 비전을 세우기 때문이다. *“Trade unions, explicitly or implicitly, have to answer three fundamental questions: whose interests they represent, which issues they embrace as relevant for the task of representation, and what methods and procedures they adopt in undertaking this task.”(Hyman. R, 1997)

자료 : 박성국 박사 발표 PPT (표 제작 :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자료 : 박성국 박사 발표 PPT (표 제작 :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우리나라 산별노조는 초기엔 좁은 영역에서 효율적으로 조직을 키웠다. 병원노련에서 시작한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 상급종합병원을 먼저 공략했다. 이 지점에서 구축한 조직을 철저히 지키려고 한다면 ‘방어형 전문주의’ 조직화 전략이라고 한다. 조금 더 문을 열어 외부 환경이 변할 때마다 적절히 대응하며 좁은 영역 안에서 조직을 확고히 뿌리 내리는 단계는 ‘반응형 전문주의’다. 

조직이 성숙 단계에 이르렀을 때, 직종·업종·고용 형태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것을 ‘개척형 일반주의’라고 부른다. ‘분석형 일반주의’는 개척형과 반응형의 중간단계다. 조직을 효율적으로 유지하는 한편, 일상적인 조직화를 넘어서 노조가 인력·재정을 집중해 특정 대상을 ‘전략 조직화’하는 방식을 두고 분석형 일반주의라고 한다. 대부분의 산별노조는 ‘반응형 전문주의→개척형 일반주의→분석형 일반주의’로 나아간다. 

이 흐름 위에 있는 보건의료노조, 사무금융노조, 화섬식품노조가 두 번째 세미나 주제 ‘산별노조 전략 조직화’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보건의료노조 정책대회에서 공동연구·발표한 박성국 한양대학교 박사(경영학)가 발제한 뒤, 좌장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 원장을 중심으로 세 노조의 각 정책 담당자가 토론을 펼쳤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지난 6월 13일 사무금융노조 중회의실에서 ‘2023 산별노조운동 전략세미나 ②조직확대’가 진행됐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와
연대하는 조직확대

보건의료산업은 성장산업이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급속한 인구구조 변화로 보건의료서비스 일자리 수요는 더욱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보건의료노조 정책대회에서 ‘조직확대’ 주제를 맡은 연구진(이하 연구진)은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는 80만여 명(의사 제외)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앞으로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고령인구의 증가와 이들을 위한 장기요양보험 적용에 따라 돌봄서비스를 담당하는 요양보호사와 관련된 보건의료인 수가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보건의료산업 노동자수에 비하면 지난해 기준 노조 조직률은 15% 수준이다. 연구진은 “조직되지 않은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장시간 노동 등 여전히 열악한 근무 여건과 환경에서 노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의료노조는 기존 조직화 방안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돌봄서비스 등 보건의료분야의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전략 조직화 방법을 모색해 왔다. 

김경규 보건의료노조 전략조직위원회 위원장은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와 연대하는 조직확대’를 위해 사업장 단위 조직화의 한계를 넘어, 직종별·지역별·고용형태별 조직화를 어떻게 할지 전국 중·상집 전임자가 토론한 결과를 소개했다. 

토론 결과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조무사협회, 물리치료사협회 등 직종협의회와 연대를 통해 노동기본권 교섭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 직종협의회의 협조를 받아 규모가 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을 제외한 작은 병의원 노동자 4,058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건의료노조는 의협·치협·한의협·병협에 작은병원 노동 기본권 교섭을 지난해부터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러한 직종협의회와 연대, 노동 기본권 교섭이 더 다양한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할 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인 설립도 고민하고 있다. 보건의료노동자들을 위한 인권센터, 교육센터, 상담센터 등을 운영하는 것이다. 특히 법인 중 요양보호사 조직화 계기 마련을 위한 교육기관 설립과 관련한 내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유나리 보건의료노조 전략조직국장은 “요양 시설에 노조를 세운 뒤 참을 수 없는 부정·비리에 싸우다 보면 (요양 시설장이) 폐업해버리는 식이 반복됐다”며 “또 재가 방문 요양보호사들은 개별화돼 있다. 요양보호사들을 대상으로 직무 교육 등 교육 프로그램도 2년 정도 운영해 봤다. 그런데 그다음 단계, 요양보호사들을 조직해 조합원과 주체로 서게 하는 과정이 굉장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요양보호사들을 만날 수 있까 고민하다가 우리 노조의 인력, 전문성, 재정이라면 교육원을 만들어 볼 수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러다 노조에서 요양보호사뿐 아니라 작은병원에 개별화된 노동자들도 법인을 통해 조직화 계기를 만들 수 있겠단 제안이 나와서 꿈이 원대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전략 조직화만 하겠다는 건 아니다. 다른 산별노조와 마찬가지로 보건의료노조는 기존 조직 확대·강화를 기반으로 신규 조직 확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경규 위원장은 “보건의료노조의 조직화  대상은 소수지부, 조직 내 간접고용 노동자, 나아가 공공요양병원, 종합병원, 중소병원, 돌봄, 작은 병의원 등 모든 보건·복지 영역으로 조직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5월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가 단체교섭을 위해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 농성장을 꾸렸다. 여기에 카카오지회가 연대했다. ⓒ 네이버지회
2019년 5월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가 단체교섭을 위해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 농성장을 꾸렸다. 여기에 카카오지회가 연대했다. ⓒ 네이버지회

화섬식품노조, 
‘노조의 일상화’ 통한 외연 확장

화섬식품노조는 산별노조로서 외연 확장을 위한 ‘노조의 일상화’를 조직 사업의 목표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가 노조의 일상화를 고민하게 된 주요 배경은 조직 구조의 변화다. 화섬식품노조에선 신규 업종 조직확대에 따라 기존 석유화학 등 제조업 조합원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석유화학업 조합원 비중은 2016년 65.3%에서 지난해 40.9%까지 줄었다. 2018년부터 네이버지회를 시작으로 조직되기 시작한 ICT(정보통신기술) 업종에선 꾸준한 조직확대가 일어나고 있다. ICT 조합원은 2018년 12.1%에서 지난해 26.4%로 늘어났다. ICT 업종이 화섬식품노조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업종이 된 것이다.

화섬식품노조는 △2018년 네이버지회, 넥슨지회, 스마일게이트지회, SK하이닉스기술사무직지회, 카카오지회 △2020년 씨디네트웍스지회 △2021년 한글과컴퓨터지회, 웹젠지회, ASML지회, LIG넥스원지회, 포스코DX지회 등 ‘ICT업계에 불어닥친 노조 설립 바람’의 중심에 있다. 

화섬식품노조가 ICT업계 기술사무직을 조직화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특징이 바로 노조를 친숙하게 만들려는 노력이다.

ICT 노조는 청년 세대가 주축이다. 2018년 4월 네이버지회 설립 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30대 조합원이 75%를 차지했다. ICT 노조들은 별칭으로 노조를 리브랜딩해서 주목을 받았다. 네이버지회의 ‘공동성명’, 넥슨지회의 ‘스타팅포인트’, 스마일게이트지회의 ‘SG길드’, 카카오지회의 ‘크루유니언’, NC소프트지회의 ‘우주정복’ 등이 그 예다. 이들 노조는 구글폼을 통해 노조 가입서를 받고 투쟁조끼 대신 후드티, 노조 굿즈 등을 만들었다. 김학진 화섬식품노조 정책실장은 “이런 변화는 노조가 처음인 청년 조합원들을 위해 노조의 문턱을 낮추고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 중 하나”라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ICT업계 노조들에 계열사 노동자들이 함께하면서 자체적으로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 특히 ICT업계의 탄력적 사업구조와 이에 따른 불안정한 고용환경으로 인해 고용불안 이슈가 터질 때마다 관련 계열사 조직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화섬식품노조는 계열사 조합원들도 하나의 지회 단위로 가입시키고 있다. 네이버지회에는 31개 네이버 법인, 카카오지회는 16개 법인 조합원들이 가입했다. 향후 화섬식품노조는 규모가 작은 ICT업종 노동자들을 일종의 ‘IT유니온지회’라는 일반노조 개념의 틀로 포괄하는 구상도 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의 공제회를 품은 ‘서울봉제인지회’도 노조할 권리와 함께 이유를 제시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다. 김학진 실장은 “2016년부터 봉제노동자들을 조직하려고 노력했다. 대부분 10인 미만인 작은 사업장 봉제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아무리 ‘노조할 권리가 있다’, ‘노조 우산 밑으로 오라’고 해도 안 되더라”며 “이들에겐 노조할 권리를 위해서는 노조할 이유가 함께 필요하겠다는 고민 끝에 공제회를 품은 노조를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화섬식품노조 서울봉제인지회에 가입하면, 봉제인공제회 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봉제인공제회는 소액신용대출지원, 결혼축하금·장례조의금 지원, 녹색병원 의료비 지원, 자문 변호사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기준 서울봉제인지회 조합원은 약 350명이다. 김학진 실장은 “공제회를 탑재한 서울봉제인지회에 가입한 조합원들이 잘 안 빠져나간다. 더디게 늘고 있지만 500명, 1,000명 등 일정 규모가 되는 순간 조합원 증가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봉제인공제회는 화섬식품노조에서 지원한 운영자금 3억 원으로 시작했다. 상호부조(회비)를 통해 생활적·경제적 위험으로부터 회원을 보호하는 노동 공제(共濟, Mutual Aid) 운동의 특성상, 공제기금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불어난 노동 공제 기금으로 봉제인공제회는 특별사업도 꾸준히 확장할 계획이다. 이는 다시 조합원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 6월 13일 사무금융노조 중회의실에서 ‘2023 산별노조운동 전략세미나 ②조직확대’가 진행됐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지난 6월 13일 사무금융노조 중회의실에서 ‘2023 산별노조운동 전략세미나 ②조직확대’가 진행됐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사무금융노조, 우분투재단 통해
미조직 노동자 본격 조직 

사무금융노조는 상담 등을 통한 일상적인 조직 사업은 꾸준히 해왔지만 전략 조직화 사업은 깊이 고민하지 못해왔다. 김영재 사무금융노조 미조직비정규실장은 “2011년부터 산별노조와 산별연맹 체제를 함께하면서 조직 내 갈등 등으로 조직 자체가 불안정한 측면이 있었다”며 “2022년 산별노조 전환된 이후로는 산별노조로 같이 들어오지 않은 조직과 어떻게 함께할지 집중해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전략 조직화까지 역량을 집중해서 고민하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2019년 사무금융 우분투재단 설립은 전략 조직화를 시도하게 된 배경이 됐다. 우분투재단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양극화 해소를 위해 사무금융 노사가 함께 사회연대기금을 출연해 만든 재단법인이다. 2020년 우분투재단에 설립된 비정규센터를 통해 사무금융노조는 미조직 노동자들을 본격적으로 조직하고 있다. 

김영재 실장은 “조직화 사업을 위한 노조 자체의 재원이 부족하다 보니 인건비, 사업비가 있는 우분투재단 비정규센터를 통해 내용상 전략 조직화 사업을 하게 됐다”며 “당시 콜센터와 중소 IT업체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전략 조직화 사업 방향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사무금융노조는 코로나19 시기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으로 이목이 쏠린 에이스손해보험콜센터지부, 이어 자회사 매각 이슈가 불거진 KB손보CNS지부를 조직했다. 김영재 실장은 “콜센터 두 개 조직을 안착시키면서 다른 콜센터 사업장도 계속 조직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무금융노조는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며 인력 구조조정을 한 한화생명의 특수고용직 보험설계사들도 조직했다. 한화생명지회는 500일 넘는 천막농성 끝에 회사와 지난해 기초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다른 흐름으로 사무금융노조는 50인 미만, 100인 미만 사무금융 사업장 조직도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KG모빌리언스지부, 한국신용카드지부 등이 있다. 

기존 조합원과 함께, 미조직 노동자와 같이
전략 조직화 지속 위해, 조직 혁신 따라야

그런데 전략 조직화는 산별노조 정체성의 변화도 예고하기에 기존 조직·조합원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진은 “하향식, 집중적 조직화를 특징으로 하는 전략적 조직화 방식은 노조 내 자원을 신규 미조직 노동자에게 집중함으로써 기존 조합원의 이해관계를 부차화하고, 주변화해 자칫 기존 조합원과 간부와 이해충돌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3개 산별노조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이주호 원장은 “조직확대 사업에 대해 기존 조합원들은 숫자만 마구 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한다”면서 “조직확대 사업은 골간 조직과 분리돼선 안 된다. 특정 전략조직 담당자들이 하는 일이 아니라 모든 조합원이 함께, 미조직 노동자와 연대하며 조직한다는 인식을 명확히 하며 조직의 골간 사업으로 끌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는 보건의료노조의 조직확대 사업 슬로건이 ‘(8만 조합원과) 함께 하자! (200만 보건의료노동자와) 함께 가자!’인 이유이기도 하다. 

김영재 실장도 “사무금융노조는 정규직, 대기업 중심이다. 그러다 보니 정규직 관리직-특수고용직 보험설계사 간 갈등, 직접고용-간접고용 콜센터노동자 간 구분짓기 등 우리 안에서 하나의 산별노조 아래 연대의식이 부족하다”며 “또 기존 조직에 대한 (산별노조의) 서비스가 부족하다며 미조직 사업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풀어갈지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에서 전략 조직화가 지속·확대 되기 위해선 산별노조 자체가 얼마나 변화를 이뤄낼 수 있는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손정순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전략 조직화와 노조 조직혁신이라는 노조의 변화 과정은 전반적으로는 조직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미조직 노동자층이 대거 유입됨으로써 나타나는 노조의 정체성 변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러한 변화를 이뤄낼 수 있는지의 여부가 곧 조직화의 확대·지속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한국 노동조합의 전략조직화 사업의 의의와 한계〉, 2019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도 “전략조직화는 단순한 조직화 방안이나 기법의 적용으로 이뤄질 수 없다. 이를 인력과 재원의 집중, 전략적 기획에 의한 조직화 대상 선택, 강한 리더십 구축의 문제로 단순하게 이해해서는 곤란하다”며 “조직문화 혁신이라는 제한적인 조직 혁신방안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조직혁신과 운동노선의 전환과 결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운동 재활성화전략과 조직화모델 : 영미사례의 함의〉, 2015

무겁고 어려운 과제지만 전략 조직화는 산별노조가 인내로 가야 하는 길이다. 정책대회에서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력 없이 결과 없다는 말이나 투쟁 없이 쟁취 없다는 구호가 너무 흔해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사실 투자가 없다면 리턴도 없음은 당연하다”며 “신규 조직화를 위해서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계속해서 투자해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투자의 강약 조절은 필요하지만 수익을 원한다면 투자를 철회하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의료노조가 20만 조직 달성을 위한) 과학적인 분석과 과감한 조직 자원을 할당하지 않으면 신규 조직화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와 관련해 본조 및 지역본부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할 수도 있다. 산별교섭 외 현안은 지부, 지회가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산별노조는 산별교섭, 정책개발, 신규 조직화를 위한 전략 수립과 지원에 집중하는 역할의 이원화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2023 산별노조운동 전략세미나’ 관련 기사 모음

① 사람 중심 조직인데, 사람 없는 산별노조?
② 노조할 ‘이유’부터! 산별노조 조직확대 전략

③ 단체교섭 
④ 종합토론